[기고] 풍력, 그리드 친화적(grid-friendly)인가?
[기고] 풍력, 그리드 친화적(grid-friendly)인가?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09.10.26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성자 : 강용철 / 전북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21세기는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과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이 국제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기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은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한 중차대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에너지를 생산, 공급, 분배하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는 전력망인 그리드는 19세기말 에디슨에 고안돼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고품질의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매 순간 전기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어 운영해야 하며, 그리드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는 예비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운영돼야 함은 물론이다.

▲ 그리드의 지능화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는 발전, 송변전, 배전설비를 IT기술과 융합시켜 고장을 최소화하고 신재생 에너지원의 그리드 접속을 용이하게 해 CO2 배출감축과 운전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력망이다.
최근 들어 이에 대한 기술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미국에서는 에너지성(DOE) 주도의 Grid 2030 계획을 수립한데 이어 현 오바마정부에서는 2011년까지 스마트 그리드에 45억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유럽에서는 스마트 그리드에 대한 연구를 일찍 시작, 2006년 European Smart Grids Technology Platform을 발표했으며, 일본에서는 TIPS(Intelligent, Interactive, and Integrated Power System)를 발표, 국가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등을 수용할 수 있는 신 전력망 개발 및 시범단지를 운영함으로써 개발 기술의 상용화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4년전에 전력IT 10대 과제를 통해 그리드의 현대화를 추진, 2009년 6월 2030년까지 세계 최초 국가단위의 스마트 그리드 구축을 목표로, 한국형 스마트 그리드 비전 및 이의 실현을 위한 2대 과제 발표를 발표한 바 있다.
세계 10대 세계 에너지 다소비국가로서 에너지안보 확보, 기후변화 대응, 무역수지 개선 차원에서 국가단위의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이 필요에 따라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 및 CO2 저감’을 1과제로 선정했으며, 출력이 불규칙한 신재생에너지가 그리드에 대규모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리드의 지능화가 필요(현 전력망의 신재생에너지 수용한계는 6%이며, 2033년까지 11%로 확대를 목표로 함)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대량보급 기반구축’을 2과제로 선정한 것이다.

▲ 풍력발전의 증가 추세

신재생에너지 중 풍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 중 발전단가가 매우 저렴(화력발전과 유사한 수준)하다는 장점을 등에 업고, 온실가스 배출의 주원인인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풍력발전 용량의 증가율이 27%을 보이고 있으며, 2006년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덴마크 BTM 자료에 따르면 풍력발전 시장은 2012년까지 200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현 조선산업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향후 풍력 에너지 산업이 국가 경제에 줄 영향은 매우 크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국가별 상황을 살펴보면 독일 등 EU 5개국에서는 2020년까지 총 발전량의 12%를 풍력으로 대체하며, 2030년까지 전력소요의 40%를 풍력으로 대체할 목표(Wind force 12)로 하고 있으며, 중국은 2012년까지 15-17GW 설치를 목표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용량의 11%에 이르는 수치다.
우리나라는 2008년 말 현재, 12개소에 총 192MW 용량의 소수의 풍력 발전기 또는 발전단지 운영중이며, 지식경제부는 2008년 9월 2020년까지 2GW에 이르는 풍력발전 설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현재 각 지자체 또는 발전회사 등에서 새만금, 제주도, 서해안 등 총 900MW 규모의 대단위 해상 발전단지의 설치 추진 또는 계획중에 있다.

▲ 그리드 친화형 전제돼야

현재의 그리드에는 효율적인 저장수단이 미비하기 때문에 전기에너지는 필요한만큼만 공급돼야 하고,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부족할 때는 주파수/전압이 감소하게 되고, 초과할 때는 주파수/전압이 증가하게 되므로, 고품질의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만큼만 생산해야 하는 것이다.
풍력에너지가 그리드에 도입될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여서 풍력발전기의 출력과 그리드 발전기의 출력의 합이 소비량과 같아야 한다. 풍력은 출력변동이 크고 불규칙하기 때문에 주파수를 일정하게 유기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많이 불 때는 그리드 발전기의 출력을 감소하고, 바람이 조금 불 때는 그리드 발전기의 출력을 증가해야 한다.
그런데 풍력은 출력변동이 크고 불규칙하기 때문에 주파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또한 그리드 발전기를 풍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급격하고 과도한 제어를 해야 한다. 하지만 풍력은 정확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그리드에서는 갑자기 바람이 불지 않을 때를 대비해 더 많은 순동예비력을 보유한 상태에서 운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고가의 화력발전기를 운영해야 한다.
풍력 에너지의 보급률이 매우 적은 경우에는 불규칙한 풍력의 출력이 큰 문제가 되지 않다. 그러나 보급률이 많아지게 되면, 그리드 발전기 및 운영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1999년 울릉도에서 발생했던 정전사고를 소개하자면, 그 당시의 울릉도 총 발전용량이 11.5MW, 최대부하가 5.3MW, 풍력발전기의 용량이 600kW이었는데, 불규칙한 풍력을 보완하기 위해 화력발전기의 과도한 제어로 인한 손상과 정전사고로 인해 시범 가동 20일만에 풍력발전기의 운전을 중지한 바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풍력발전단지의 대형화는 바로 이같은 문제점, 즉 풍력의 변동폭을 감소시키고 풍력발전단지의 설치 및 운영 비용 최소화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HVDC를 대표로 하는 장거리 송전기술의 발전에 따라 육상 풍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규모 해상 풍력발전단지의 보급도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풍력발전단지의 대형화/해상화만으로는 풍력발전단지가 그리드 안정도 및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을 감소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그리드 안정도·신뢰도를 유지하면서 풍력 에너지를 대폭적으로 수용, 국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CO2 발생을 저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풍력 에너지를 그리드에서 수용할 수 있게 하는 풍력발전단지의 그리드 친화형 기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풍력발전기의 개발 초기에는 공력, 동력전달, 에너지 변환 등이 주된 이슈이지만, 대량의 풍력에너지를 그리드에 수용하는 단계에서는 풍력이 그리드 운영에 주는 영향을 매우 주의깊게 고려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울릉도의 정전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보다 그리드의 용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다른 나라와 연결돼 있지 않고 고립돼 있는 국내의 그리드의 경우에는, 대량의 풍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그리드 친화형 기술 개발이 더욱 절실하다고 하겠다.

▲ 조기투자 통한 기반 조성 필요

풍력발전단지의 그리드 친화형 기술은 에너지의 효율적 운용과 CO2 저감을 위한 풍력 에너지의 대폭적인 수용이 이루어지기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며, 전기·제어·통신·IT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체계적이며 유기적인 연구 필요한 분야이다.
또한 이 분야의 기술은 세계적으로 태동기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집중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통한 기술선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국제적 수준의 기술개발, 고급 전문 인력양성, 국가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