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녹색에너지의 미래비전, 핵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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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1.0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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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

에너지-기후변화 시대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세계는 고유가로 대표되는 ‘에너지’ 위기와 화석연료 남용으로 인한 기후이변으로 상징되는 ‘지구환경’의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에너지-기후변화 시대(Energy-Climate Era)’로 규정되는 인류 역사상 중대한 변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사실이다. 또한 기술적인 배경은 다르지만 ‘인간의 탐욕’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촉발되었다고 회자되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과 영국을 포함하는 금융 강국뿐만이 아니라 선진혁신의 강국이라 칭송받던 아일랜드 경제를 침몰의 위기에 몰아넣었고, 우리나와 일본과 같이 국가경제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도 심각한 경기침체와 고용한파의 경제위기가 어우러져 삼각파도인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치닫고 있다고 언론은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전 세계는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키워드로 ‘그린(Green)’을 선택하고, 녹색기술 개발을 기반으로 한 녹색성장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또 한번의 국가 간 무한 경쟁에 다시 뛰어 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는 ‘쿄토의정서’로 잘 알려진 국제적 환경규범의 채택을 리드해온 유럽연합과 일본이 녹색기술에 있어서 가장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곧 60조원 대에 이를 것이라고 평가되는 풍력에너지 기술시장과 130조원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양광에너지 시장 뿐만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리튬이온전지와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채용한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도 기술 우위를 확고히 해가고 있다.

지난 8년간 석유 위주 에너지 정책과 미온적인 환경정책의 기조를 유지해 오던 미국도 오바마 신정부 들어 친환경 녹색성장 정책인 ‘그린 뉴딜’을 선포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 방안으로 정책방향의 급선회를 시도하며, 그 기초를 녹색기술 개발에 맞추기 시작하였다. 특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브 추 박사를 에너지부 장관에 임명하고, 백악관 과학기술 특별보좌관에 핵융합전공의 하버드 케네디스쿨 과학기술정책 프로그램 교수인 존 홀드런 박사를 임명하는 등 녹색에너지 정책의 추진력을 급격히 높여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녹색기술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녹색성장을 이룩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장기비전을 마련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27대 중점 녹색기술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재정투입을 시작하고 있다. 미래형 녹색에너지 산업에서도 우리기업의 기술추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핵융합 장치 개발 선두주자”

그러나 녹색에너지의 미래 전략에서는 우리가 50년 가까이 지속해 오고 있는 기술추격형 산업전략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우리 원천기술에 바탕을 두고 선진국과 동등한 경쟁자로 시작해 기술혁신의 선도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인가?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해 KSTAR 개발의 성공으로 우리 산업 기술경쟁력 우위를 세계에 알린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를 하나의 대답으로 감히 제안해 본다.

지난 1995년 ‘국가 핵융합 연구개발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태동하게 된 KSTAR 프로젝트는 당시는 소규모로 진행되어 온 국내 핵융합 연구수준을 단숨에 도약시키기 위한 정부의 ‘중간진입’ 전략이라는 과감한 선택으로 시작되었다.

KSTAR 건설사업은 단일 프로젝트로는 국내 최대의 대형·장기 국책 프로젝트로, 국가핵융합연구소(National Fusion Research Institute, NFRI)가 주관기관, 원자력연구소와 포항공대가 세부과제 수행기관의 역할을 맡았고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포스콘, SFA 등 30여개의 국내기업이 참여하는 산·학·연 협력체제로 과제를 수행하였다.

이와 같은 대형 국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약 12년 동안 3090억원의 예산과 약 14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되었으며 전체 투입 예산의 약 1/3에 해당하는, 기초 연구개발과 초기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 비용을 제외한 실제 순수 장치 건설비용은 약 2000억원이 소요되었다.

KSTAR 장치건설은 이 프로젝트 탄생의 원래 목적대로 선진국과의 기술수준 격차를 일거에 해소하고 한국이 핵융합연구분야의 기술 선진국으로 당당히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나라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신소재 초전도 자석(Nb3Sn)을 활용한 새로운 차원의 핵융합 장치의 개발에 성공하였고, 선진국들이 갖지 못한 핵융합 기술들을 인정받아 인류 최대 거대과학 프로젝트인 ITER(국제핵융합실험로)에도 당당히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성공적인 시운전 과정을 거쳐, 핵융합계에서 전통적으로 ‘첫 플라즈마(First Plasma)’라 부르는 장치 건설기간 중 가장 중요한 마일스톤을 달성하였다. 이는 1995년 말 사업이 착수된 이래 세계 최첨단 연구시설을 개념설계부터 상세설계, 장치 및 부품 R&D, 제작과 정밀조립 단계를 거쳐 종합 시운전에 이르는 엔지니어링과 건설의 전 과정을 우리의 기술로 완성시킨 12년간의 기나긴 장정에 마침표를 찍는 우리 과학기술사에 또 하나의 의미 깊은 이정표였다. 이 결과를 두고, 사이언스지(2009년 2월 20일자)는 “KSTAR의 성공적인 결과는 혁신적인 초전도 신기술을 적용하여 초고온 플라즈마를 수초 단위가 아닌 수분 단위로 밀폐할 수 있게 함으로써, KSTAR를 핵융합 연구에 있어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 장치로 자리매김하였고, 이 새로운 장치의 성공적인 건설은 한국을 핵융합 장치 개발의 선두주자가 되게 했다”라고 보도함으로써, 세계 학계의 기대를 표시하기도 하였다.

▲ KSTAR 주장치 모습

미래는 ‘에너지 수출국’

현재 KSTAR는 세계 유일한 신소재 초전도 핵융합 장치로 ITER가 운전을 시작하는 2018년 이전까지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에 기여할 중요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최초 플라즈마 발생으로 장치 성능을 검증한 KSTAR는 올해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통해 플라즈마 전류 320kA, 플라즈마 유지시간 3.6초(flattop 1.4초)를 달성하며 최초 플라즈마 발생 결과보다 플라즈마 전류 약 3배, 지속 시간 10배 이상의 성능을 달성하였다. 또한 초전도 핵융합 장치의 운전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한 자기장의 세기 역시 KSTAR 설계 당시 최종 목표 성능이었던 3.5테슬라(Tesla)를 초과한 3.6테슬라 운전에서도 이상 없이 안정되게 운전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KSTAR가 운전단계에서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에 있어 예상보다 뛰어난 성과를 낼 가능성을 높이고, KSTAR의 초전도 자석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술로 제작되었음을 증명하며,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선도할 국제 핵융합 공동 연구의 중심장치로서 입지를 다지게 된 것이다.

올해 10월 대전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 관련 학회이자 ‘핵융합 올림픽’이라 불리는 ‘제23차 IAEA 핵융합 에너지컨퍼런스(Fusion Energy Conference)’가 개최된다. 1000명 이상의 전 세계 핵융합 전문가가 참석하는 국제 컨퍼런스에서 KSTAR의 국제공동연구장치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핵융합에너지 개발의 선도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그리하여 인류 궁극의 ‘지식 에너지’이자 녹색에너지의 미래 비전인 핵융합 원천기술을 고유 지식자산화 하여 2040년대에는 세계 최초의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국가로 성장하여 에너지 자립국을 넘어 에너지 수출국이 되는 조국의 미래를 KSTAR의 앞날에 담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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