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활동은 ‘사심’이 아니라 ‘자부심’”
“노조 활동은 ‘사심’이 아니라 ‘자부심’”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0.03.26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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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편 저지 아직도 생생, SG 또다른 개편 의심
29일 제천서 정년퇴임… “후배들 신뢰 키워가길”

[인터뷰] 엄창희 / 전국전력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회사 생활 40년, 노동조합 생활 26년, 보람있는 시간이었고 후회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녀들에게 노조 생활을 권하고 싶진 않네요.”

29일 정년퇴임식을 끝으로 KEPCO(한국전력)와 전국전력노동조합을 떠나게 되는 엄창희 전력노조 수석부위원장.

그는 퇴임에 즈음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전에 입사한 이후 힘든 현장근무 여건과 보수적인 문화속에서 이를 바꿔보고자 노조 활동을 하게 됐고 지금까지도 크게 잘못했다는 생각은 없지만, 자녀(1남2녀)들은 노조일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노조 일이 그만큼 힘들고 분명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엄창희 수석부위원장은 노조 활동을 돌이켜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관련 배전분할 저지를 꼽았다.

“1999년 7월1일 9명으로 구성됐던 구조개악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했고, 우여곡절끝에 발전은 분할됐지만 2002년 현 집행부가 들어와 배전분할은 막았습니다. 이때 한전을 지켰다라는 보람은 참으로 컸습니다.”

엄 부위원장은 구조개편 당시 극단상황에 몰리게 되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한강을 횡단하는 철탑에서의 시위도 생각했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1987년 제천사업소에서 초대 지부장을 할 때 함께 근무했던 황탁 처장을 꼽았다. 가장 도덕적이었고 깨끗했으며 공정한 인물로 기억된다는 평가다.

또한 최근의 한전 사장들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한준호·이원걸 전 사장들처럼 관계에서 왔던 사람들은 대체로 공익성에 무게를 두었다면, 김쌍수 현 사장은 민간기업에 몸을 담아서인지 수익성을 깊게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나친 절감이 향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특히 정부 예산의 상당액이 4대강 관련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이는 한전 협력업체들의 경영악화로 이어져 올해와 내년중 도산이 급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스마트그리드(SG)와 관련해서는 한전에 대한 또다른 분할 시도가 아닌지 의심했다. 즉 과거에는 배전분할이었다면 이번에는 영업분할이라는 것이다. 현 스마트그리드사업단 인사의 상당수가 통신분야에 몸담았던 사람들이라는 점도 우려할만 하다고 있다. 그는 영업은 곧 판매이며 궁극적으로는 한전의 영업망이 민간통신업체들에게 넘어가 한전의 돈줄이 막히게 되고 껍데기만 남게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크게 걱정했다.

현재 용역중인 구조개편과 관련해서는 KDI가 국책연구기관인 만큼 완전한 공정성은 기대하지 않는다며,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몇개 회사를 합치는 정도로 결론을 내리지 않을까 예상했다.

엄 부위원장은 지난해부터 단협해지를 하는 사업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도 우려했다. 노조 활동을 해오면서 처음 겪는다고 했다. 이는 나라를 기업으로 보고 노조를 경영의 훼방꾼으로 보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단협해지라는 명목하에 노조를 파업현장으로 내몰고 공기업 파업시 국민 불편을 초래한다며 국민들로부터 공기업 노조를 격리시켜 고사시키려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이어 선진화, 기관장 문책, 예산 불이익 등의 수많은 경고속에서 소신껏 대응할 수 있는 기관장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복수노조에 대해서는 한번쯤 겪어봐야 할 진통이라고 여겼다. 현재 복수노조를 채택한 나라들이 단일제로 바뀌는 분위기이지만, 각기 장단점이 있을 것인 만큼 직접 겪어고 어떠한 것이 좋은지 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 부위원장은 3연임을 함께 해온 김주영 위원장과 맞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물론 사람과 사람이기에 맞지 않는 측면도 있었지만, 서로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고 또 맞추려는 노력도 기울였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양보해준 부분이 더 많았다고 했다.

그는 과거 민주화투쟁을 겪으면서 투쟁하지 않으면 노동운동의 의미는 없다고 느껴왔다고 했다. 또한 이같은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보다 합리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엄 부위원장은 “그동안 숱한 애환을 겪었던 회사와 노동조합을 떠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고, 마음정리가 힘들다”라며 “노조 활동에는 사심이 없어야 하며, 자부심과 봉사정신으로 무장해 보다 신뢰를 키웠으면 한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제천에서 첫 노조 활동을 시작한 그는 3월29일 그곳에서 정년퇴임식을 갖고, 내달 청주의 모 복지관에서 또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활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서로의 업무상 13년가량 떨어져 있다시피 했던 아내와도 이제 볼 시간이 많아졌다며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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