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기업 때리기’ 이제 그만두라
[기고] ‘공기업 때리기’ 이제 그만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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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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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큰 맹점은 시장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고, 항상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러한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공공부문이 담당한다.

때문에 공기업은 바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것이며, 나아가 민간부문에 맡길 수 없는 국민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산업이나 서비스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 공공부문 민영화 러시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득세를 하면서 시장이 강조되고 공적영역이 급격하게 축소되었다. 이른바 공공부문의 민영화 러시였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안정적 수익기반을 찾던 자본에게 공기업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 좋은 말로 ‘블루오션’이었고 이윤율 압박에 시달리던 자본의 탈출구였던 것이었다.

공기업민영화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당위성과 함께 절차적으로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바로 이같은 이유로 공기업개혁은 공기업민영화를 위한 중요한 절차가 되었고,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공기업은 비효율과 방만경영의 주범, 심지어 도덕성조차 의심되는 심각한 집단으로 매도되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혁’의 이미지가 필요했던, 아니면 공기업민영화가 목적의 목적이 있었던지 여부와 상관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은 개혁의 대상이고 동네북이다.

공기업에 대한 이같은 정권의 태도는 정권의 성격이나 정체성과는 크게 상관없이 일관된 것이었다. 십수년 동안 개혁의 대상으로서 ‘민영화’와 ‘경영혁신’, ‘구조조정’의 강도 높은 개혁프로그램이 처방되었다.

매년 경영평가와 더불어 국회의 국정감사, 그리고 감사원 감사를 동원하여 일년 내내 공기업을 쥐어짜고 있다. 정부의 허락 없이는 신규채용이나 예산편성, 심지어 조직개편이나 임금, 복지제도 등 그 어떤 것도 공기업 마음대로 할 수 없다.


▲ 정치적 수단, 정책추진 희생양

그런 한편으로 공기업은 또한 정권의 정치적 수단이고 정책추진을 위한 희생양이 되었다.

내수 진작을 이유로 투자를 종용하기도 하고, 공기업의 영역과 전혀 상관없는 정치적 목적의 사업도 공기업을 통해 해결하기도 한다.

공기업의 수익기반인 공공요금은 원가상승 요인과 상관없이 항상 후순위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 책임은 공기업의 몫이 되었고 수십 년 동안 개혁의 대상으로서 개혁이 되어왔지만, 여전히 방만과 비효율의 주범이고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공기업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소위 강도 높은 개혁프로그램이 처방되고 있지만 그 이유나 방법, 수단조차 어느 것 하나 과거 정권과 큰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심해지거나 교묘해지기까지 했다. 강제로 인력을 감축하고, 신입사원의 임금을 강제로 삭감하여 기존사원을 압박하는 한편, 그것도 모자라 경영평가 제도를 은근슬쩍 바꿔 인센티브 장려금을 대폭 삭감하기도 하고, 관료들의 정년은 늘리면서도 공기업의 정년연장은 도덕적 문제로 몽니를 부리고 있다.

공기업의 경영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경영평가가 아니라 공기업노사관계를 파탄내고 헌법에 보장된 단체협약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제도로 전락했다.

알토란같은 공기업을 파는 것이나, 정규직 잘라 비정규직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노조 때려잡아 임금삭감하고 복지제도를 없애는 것조차 닮은꼴이다.

감사원 인력을 대폭 늘려 집권 이후 지금까지 공기업 감사를 계속하고 있고, 그런 한편으로 끊임없이 공기업을 개혁대상으로 낱낱이 까발리면서 그 실상을 침소봉대하거나 심지어 왜곡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 자율·책임경영 보장해야

이제 제발 공기업 때려잡기는 그만했으면 한다.

만약 진정으로 공기업을 개혁하고 싶다면 공기업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면서까지 통제하고 감시하면서도 여전히 공기업의 비효율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해당부처 관료와 감사원을 직무유기로 처벌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기업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정부의 개입을 중단하고 자율과 책임경영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공기업의 경영감시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감사원이나 국정감사, 그리고 사후적으로는 경영평가 제도를 통해 엄정히 평가함으로써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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