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이견 팽팽
<분석>‘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이견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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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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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감축 목표달성위해 시행 불가피” vs “우리만 서두르면 손해”

정부가 추진 중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둘러싸고 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별로 연간 배출량을 정해놓고 그 이상을 배출할 때 배출권을 사도록 하고, 기준보다 적으면 팔아 이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주도하고 있는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는 202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 목표를 위해선 배출권 거래제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배출권거래제 대상 업체는 기존 온실가스ㆍ에너지 목표관리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이중규제를 해소하는 방식의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 관련부처도 이견 표출

하지만 산업계는 물론 지경부도 배출권 거래제의 2013년 도입에 대해 충분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에서 조차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지식경제부 최경환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도 안 하겠다는 배출권거래제를 우리가 무슨 재주로 감당하겠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경제 좀 아는 사람이라면 다 도입에 반대한다.”면서 최근 입법 예고된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을 강력 비판했다.
 

이날 최 장관은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면 전력부문 발전에서만 최대 27조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고, 일반 기업들도 최대 36조 원의 비용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만 잘해서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된다면 모르겠지만 세계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만 나서면 (산업·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배출권 거래제를 법제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산업계…경제에 부정적 영향

산업계 역시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주요 업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전기요금 인상 등 국민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국익을 위해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요국이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철회하거나 보류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산업계가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반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목표관리제 하에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즉 배출량 할당분이 무상으로 주어지지만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할당분의 일부나 전부를 경매로 사들여야 한다. 매년 할당분을 초과해 배출할 경우 초과하는 양에 비례해서 배출권을 사들여야 하므로 페널티와 인센티브는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

 2013∼2015년 할당량 중 90%가 무상이고 10%는 유상(경매)이다. 유상비율은 이후 5년간 대통령령으로 정한 뒤 2020년이 되면 100%로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결국 철강ㆍ화학ㆍ기계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국내 업체들의 매출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앞서 우리의 에너지 시장구조가 적합한지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의 에너지 시장 구조는 EU처럼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상쇄할 수 있는 구조와 달리 정부가 에너지 가격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시장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실질적으로 감축 여지가 거의 없는 발전사가 감축량을 할당받게 되면 결국 발전사들은 배출권 구매자로 나서는 수 밖에 없다는 것.
 

이 경우 가뜩이나 원가 이하의 전력 판매로 적자에 허덕이는 발전사들로서는 과연 구매여력이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때문에 자칫 배출권거래제가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진부한 주장이다" 역비판도

이러한 산업계의 반발에 대해 일각에서는 역비판도 일고 있다.
 

한 전문가는 산업계의 주장에 대해 “10년 전, 5년 전과 동일한 진부한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며 “비용부담이 항상 극단적인 경우만을 가정해 계산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또 아직 국회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아 정부안도 확정되지 않은 마당에 당장이라도 100% 유상할당을 통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할 것처럼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녹색성장위원회 정도현 기후변화정책과장은 “EU의 사례를 봐도 산업계를 곤란하게 만들고 국제 경쟁력을 악화시키고자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발전, 제조 등 각 산업별 특징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과장은 “서로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최악의 상황만을 가정해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반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산업계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국회 논의를 거쳐 수정될 여지가 있고 시행령을 통해 충분히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을 내세워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고 비판하고 있다.
 

산업계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배출권거래제를 함께 도입했을 때가 목표관리제만 시행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산업계가 ‘추가 비용’을 이유로 근거가 모호한 주장을 펼치기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 시스템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가 전체적으로 줄여야 할 온실가스 규모가 정해진 가운데 이를 부문별로 할당하는 것에 대해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이해당사자들이 이를 수긍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감축량 할당은 경제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정치, 철학,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학계, 시행에는 동의하나 시기는 양분

학자들은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지만 시행시기를 놓고는 양분된다.
 

중앙대 김정인 교수는 “탄소시장 참여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다만 도입시기를 1∼2년 늦추는 양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현석 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강희찬 박사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고려대 조용성 교수는 “선도적 기업은 오히려 지금이 적기라고 보고 정부에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런 생각을 가진 기업체 실무진이 기업 오너에게 자유롭게 건의할 수 있겠는가”라며 “역으로 오너의 생각은 적극적인데도 실무진이 지레짐작으로 반대나 소극적 입장을 취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기후경제연구실장은 “원만한 거래를 가능케 할 인프라 구축과 규칙 제정은 앞으로 2년이면 충분하다”며 “배출권거래제 시행은 늦추는 만큼 손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법조항 명확하고 분쟁소지 없어야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년부터 에너지ㆍ온실가스 목표관리제가 시행되는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온실가스 규제인 배출권거래제 마저 시행된다면 기업들의 혼란과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관련 기업들은 배출권거래제 시행 시 관련 비용 및 투자 증가로 국제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배출권거래제 도입 시기를 조절해 너무 서두르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내년부터 시행하는 목표관리제의 성과를 보고 배출권거래제의 시행 시기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목표관리제와 배출권 거래제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자칫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서두르면 일선 기업 현장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는 만큼 기업들이 두 제도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통일되고 일관성 있는 온실가스정책 추진과 그에 맞춘 명확한 타임테이블에 따른 정책진행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놓고 벌이고 있는 지경부와 환경부간의 기싸움도 하루속히 종결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두 부처의 의견이 지속적으로 엇갈리면 기업들이 겪는 혼란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배출권거래제 법안에서 구체화하거나 다듬어야 할 부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법조항에 배출권거래제 주관기관이 정부로 표시된 것을 명확히 소관부처로 명기하는 것은 물론 배출권거래제 대상과 목표관리제 대상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고, 대통령령에 의해 규정한다는 세부 항목도 구체화해서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인해 매출 감소가 나타나는 철강·비철금속·광물·석탄산업 분야 등에 대해서는 무상할당 R&D 투자 지원, 국책사업 우선 참여 등 국가차원에서 보조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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