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일본 원전사태를 보며
결국 대안은 에너지 절약의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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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안은 에너지 절약의 삶을 사는 것이다
  • 에너지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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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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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응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거의 일 년 내내 부는 강력한 편서풍을 거슬러 일본 상공의 부유물질이 직접 한반도에까지 날아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른바 ‘편서풍 안전지대론’을 앵무새처럼 반복해 오던 정부가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게다가 극미량이었다고는 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사실을 닷새 동안이나 숨겼다 하니 뒤늦은 해명으로 인해 불안과 의심은 더욱 커질 뿐이다.

4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발표한 모의실험 결과는 남북고저의 기압배치로 인한 남서기류와 그에 따른 일본 방사능 물질의 한반도 유입 가능성을 보다 확실히 나타내고 있다. 이미 노르웨이 대기연구소와 독일 기상청의 모의실험 결과가 인터넷에 떠돈 뒤에 발표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상황을 지켜보며 복잡성의 과학으로 대변되는 카오스 이론을 자연스럽게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늘 그래왔고 그럴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인간의 오만과 우매함 앞에 자연은 종종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신의 힘과 신비를 드러낸다.

일본 대지진은 쓰나미의 가공할 위력과 함께 원자력발전이 잉태하고 있는 위험과 방사능의  공포를 전 세계에 확인시켜 주었다. 지난해 원전을 폐기하려던 결정을 번복했던 독일은 원전의 가동시한 연장조처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였고, 브라질에선 추가로 지을 계획에 있는 원전에 대해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는 의견까지 대두되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원전 반대 시위가 베를린에서 있었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곳에서 원전과 핵을 반대하는 다양한 형태의 집회와 시위가 열렸다.

바로 이웃해 있기 때문일까? 체르노빌의 비극을 아예 기억도 못하거나 또는 강 건너 불쯤으로 여겼던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특히 크게 다가온 듯하다.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국경을 넘어 광범위한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죽음의 신, 문명이라는 이름의 어떤 기술, 어떤 도구로도 쉽게 냉각시킬 수 없으며, 일단 가동을 시작하면 인간의 노력으로 결코 폐로(廢爐)나 해체시킬 수 없는 ‘끌 수 없는 불’. 그것이 청정에너지란 거울 뒤에 가려진 원전의 얼굴이었다.

원자력발전의 허구성

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킬 때 발생하는 열을 증기로 바꿔 전기를 생산해 내는 것이 원자력발전이다. 원자력 에너지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세계가 몇 차례 석유파동을 겪으며 유가의 급등락에 따른 불안정성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재앙에 따른 대체에너지원이 필요해지면서이다. 우라늄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주요 에너지 자원이다. 원자력발전을 가능케 하는 우라늄 또한 결국 유한 자원인 것이다.

유한 자원일 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은 결코 청정에너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분명하게 깨달았다. 독일이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는 동안 우리 정부는 원전 신규 건설계획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기존의 에너지 정책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안전하고 깨끗하며 무한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대량으로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한 원자력발전을 당장 포기하라는 무모한 요구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아니라도, 지구온난화에 기인하는 이상기후와 자연재해, 그리고 유례없는 유가 폭등 등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국민들이 이명박정부의 에너지정책에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시급함을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깨달아 가고 있다는 점은 상기시켜주고 싶다.

사람들이 자원에 대해 비로소 인식하기 시작하는 때는 대개 그것들이 값비싸지고 나서부터다. 값이 비싸진다는 것은 확보하기가 어려워져 간다는 뜻이다.

컬럼비아 대학의 수석 지질학자 매리언 킹 허버트(Marion Hubbert) 교수는 세계의 원유 채굴과정이 종 모양의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었다. 원유 채굴량이 처음에는 증가하지만, 어느 지점에 도달하고 나면 계속 하강할 것이며, 미국의 경우 1970년경이면 이 곡선의 정상에 도달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예측이었다. 예측은 정확했다. 미국은 실제 1971년에 원유생산의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물론 이후의 원유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지구 천연자원의 고갈을 이야기 할 때, 세계는 흔히 이 ‘허버트 곡선’을 인용한다.

지구의 뱃속은 페르시아의 요술램프가 아니다. 한 번 꺼내 쓴 것은 다시 채워지지 않는다. 묻혀있는 것은 오래지 않아 바닥을 드러낼 것이고 세계는 자원과 식량을 둘러싼 처절한 경쟁과 극심한 혼란 속에 빠져 들 것이라는 경고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화석에너지 그 유한경쟁의 끝은

자원전쟁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폭발적인 경제발전을 이루며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국은 2004년도에 혼자 전 세계 석유소비 증가량의 36%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 거대한 국가의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받쳐 주는 것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쫓아 상대를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중국 정부의 공격적 자원사냥이다. 티벳에 대해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속내의 일단 또한 여기에 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천연가스를 무기로 위협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부시의 미국이 이라크전쟁에서 진실로 간절히 원했던 것은 석유였다.

이제 세계 시민사회는 리비아의 내전에 군사개입을 주도한 미국과 서방을 향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사 지원까지 받아가며 민주화 시위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는 바레인 사태에는 왜 침묵하고 있는지를 따져 묻고 있다.

대안에너지를 고민하는 이들은 에너지 시스템을 적절한 때에 전환하기만 하면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한 상태로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한다.

자본주의 산업문명은 기본적으로 화석에너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 화석에너지는 특정지역에 국지적으로 몰려 있어서 이것을 꺼내어 세계시장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거대 기술시스템과 운송 ? 판매시스템을 갖출 수밖에 없다.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 그것은 곧 거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고, 거대 기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며, 세계시장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분산 ? 분권화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적지 않은 희망의 증거를 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자력 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들’이란 단체를 결성한 이후 끊임없는 시련을 극복하며 에너지 대안운동의 성공을 일궈낸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셰나우’이다. ‘원자력을 반대하는’이 아닌 ‘원자력 없는 미래’라는 이름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셰나우 주민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실천운동이 마을단위의 전기절약운동이었음은 불문가지다.

‘절약’이라는, 우리 자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소하지만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행동이 인류문명의 운명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法應 스님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법응스님은?

조계종 범어사에서 출가한 중진스님이다. 불교환경연대 정책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이다. 지리산살리기운동대책위에서 환경운동을 펼쳤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한산터널 공론조사를 도입하도록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불교계 언론인 불교닷컴 주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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