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ℓ당 100원 인하’ 소비자 우롱 처사
[기자수첩]‘ℓ당 100원 인하’ 소비자 우롱 처사
  • 이진수 기자
  • 1004@energydaily.co.kr
  • 승인 2011.04.22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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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이 기름 값을 리터 당 100원을 내렸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할 수 없었다.
 

이유는 일선 주유소 거의 대부분이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가 리터 당 100원 인하한다고 밝힌지 2주가 지났음에도 그 상태다.
 

소비자시민모임이 SK를 제외한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리터당 100원 인하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한 주유소는 전체의 1.1%에 불과했다.
 

지난 18일 기준 전국 8239개 주유소 중 가격을 낮춘 곳은 91 뿐이다. 이러니 가격 인하를 체감하려야 체감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가격 인하에 앞장서야 할 정유사의 직영주유소 역시 대다수가 소비자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정유사는 기름 값을 100원 낮춰 공급했다고 하고, 주유소는 공급가가 올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정유사의 ‘100원 인하’ 말만 믿은 소비자들은 이래저래 속은 기분이다.
 

이쯤되면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정유업계가 마지못해 가격을 내리고, 주유소는 버티기로 일관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정부도 이런 혼란을 알고 있지만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밀어붙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압박에 밀려 정유사들은 마침내 리터당 100원을 인하키로 했지만 유통시장에서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유사들은 “공급가를 내렸으니 알 바 없다”는 태도다. 주유소는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는 사이 국제유가는 연일 오름세를 타면서 기름값 인하 체감도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일선 주유소에서 느끼는 인하 폭은 ℓ당 20∼30원, SK에너지의 사후정산 할인을 고려해도 60원에 못 미친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로 겪는 고통이 작지 않은 터에 소비자의 불만은 커질대로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유류세 인하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정부의 정유사 팔 비틀기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정유사들의 기름값 인하 이후 사태가 잠잠해지기는커녕 갈수록 꼬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만 높고 정작 필요한 때 정부의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정유사들도 "인위적인 인하가 빚은 예견된 결과 아니겠느냐"며 3개월만 견디자는 식으로 체념하는 분위기다.

주유소는 정유사에 책임을 돌리고 있고, 정유사는 주유소들이 문제라고 싸우고 있다. 소비자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런 '기막힌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정부는 쏙 빠져있다. 마치 정부·정유사·주유소가 석달간 국민을 골탕 먹이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하다.
 

이 같은 행태에 국민들의 불신만 커지고 있다.

따라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조속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유류세 인하 등 유류시장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강력한 행정 지도를 통해 혼란을 줄이고 가격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지금  국민들과 소비자들은 단단히 화가 나 있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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