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 >한미 FTA와 공공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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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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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나(사회공공연구소연구위원 /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정책연구실장)

한미 FTA 상 공공요금 관련 내용

공공요금과 관련해 한미 FTA 조항에 대해 살펴보자. 제 16.2조 지정독점 중 각주에 “지정독점이 당사국의 규제당국에 의하여 승인된 특정 요금이나 그 당국에 의하여 수립된 그 밖의 조건에 따라 독점 상품 또는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 다만, 그러한 요금 또는 그밖의 조건은 다호 또는 라호와 불합치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다호와 라호의 규정은 무엇인가. 앞서 살펴본 내용이지만 “다. 관련 시장에서 독점 상품 또는 서비스의 구매나 판매에 있어 적용 대상투자, 다른 쪽 당사국의 상품, 그리고 다른 쪽 당사국의 서비스 공급자에게 비차별적 대우를 제공할 것, 그리고 라. 자신의 독점 지위를 이용하여 모회사, 자회사 또는 공동 소유의 그 밖의 기업과의 거래를 포함하여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자국 영역의 비독점 시장에서, 적용대상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경쟁적 행위에 관여하지 아니할 것”이다.


결국 국가의 공공요금과 관련한 정책은 비차별적 대우를 하는 조건하에서 운영 가능하다. 그리고 ‘자국 영역의 비독점 시장에서 적용대상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경쟁적 행위에 관여하지 않을’ 정도로 국가의 공공요금 정책이 허용된다.


그렇다면 유보라고 명시된 전력과 가스시장에 적용해보면 어떠한가.


전력의 15% 이상이 민간영역이며 발전부문에 국한되어 있어 전력 요금 체계와 직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지는 않다. 민간발전부문은 ‘비차별적’ 이라기보다 오히려 특혜를 누리고 있다. 전력거래시장에서 첨두부하에 적용되는 SMP 적용을 받아 수익성을 충분히 보장받는다. 향후 전력의 배전-판매 부문이 분할·경쟁 체제로 돌입하고 발전의 일부가 민영화될 경우, 독점 영역에서 해방돼 투자가 입장에서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영역이 된다.


이들 사업자들에게 공공요금 정책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의 감면정책, 유가 상승 시기 요금 인상 억제 등- 을 전혀 강제할 수 없다. 비차별적 대우와 함께 비독점 시장에서의 반경쟁 행위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스의 소매부문은 민간영역으로 지자체의 요금 규제 권한이 있어도 충분히 수익성을 내고 있다. 이미 가스 소매 부문은 투자가 입장에서 비독점 시장이므로 지자체의 권한은 적용대상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경쟁적 행위이다.


향후 에너지복지 정책, 저소득층에 대한 감면 정책, 지자체의 요금 인상 규제 정책 등은 적용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철도의 경우 2005년 7월 1일 이후 신설된 노선인 KTX 호남선 노선 등이 개방된다면 수익성 논리에 따라 요금인상을 피할 수 없다. 상수도도 마찬가지이다. 공사화와 민간위탁 등으로 독점 지정에서 자유롭게 된다면 서울과 같은 인구밀집 도시보다 인구가 낮고 배관거리에 따라 비용이 많이 드는 중소도시 및 도서·산간 지역 주민들은 더 높은 수도 요금을 내야 한다.

전력 요금

공공요금 인상 관련 논란의 핵심이 되는 에너지 요금에 대한 한국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전반적으로 요금의 ‘합리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즉 요금 현실화를 그 내용으로 한다. 전력 요금은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농사용, 교육용, 가로등 6개 용도별로 구성돼 있고 주택용에 누진제가 적용된다. 주택용과 일반용이 산업용 등 원가 이하의 요금에 대해 교차보조해주고 있다.


현행 전력 요금체계의 핵심적 문제는 산업용 요금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전체 전력 소비의 60% 이상을 소비하는 산업용 요금이 낮아 전력의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산업용 전력 요금의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현행 전기요금 개편의 내용은 산업용 요금 인상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우선 현행 용도별 요금 체계에서 전압별 요금체계로의 개편이 의미하는 바를 보자. 산업용 요금이 인상돼 한다고 하면서도 전압별 요금체계로 개편한다면 결과적으로 고압 수용가 즉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수용가인 사업체에 혜택을 주게 된다.


다음으로 주택용 누진제 완화의 문제점이다.


현재 주택용 요금은 100kw~500kw 구간별 누진제가 적용된다. 최소 필요 사용 구간인 200kw 이상일 경우 원가이상의 누진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이러한 누진제는 기본 필요 이상을 사용할 경우 원가 이상으로 지불해야 하지만 그 이하일 경우 에너지기본권을 보장해줄 수 있는 나름 합리적인 체계이다. 오히려 향후 전력 등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기본 필요 구간 이상일 경우 누진제를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주택용 누진제를 완화 혹은 폐지한다는 것은 결국 주택용 요금 체계 개편이 에너지기본권을 전제로 수요관리를 위한 정책이라기보다 수요탄력성이 낮은 전력을 상품제로 취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시간대별·지역 간 차별 요금제’를 도입해 주택용에 적용할 경우 발전소 인접 지역이 아닌 지역 주민은 송전비용 및 손실을 더 크게 부담해야 한다. 인구밀집 지역이 아닐 경우 또한 높은 배전 비용 부담을 안게 된다. 시간대별 요금 격차는 현재 시범사업 중에 있는 스미트그리드 사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방송 광고에 ‘똑똑하고 스마트한’ 제도로 소개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는 실시간 요금 체계로 개편하기 위한 방편이다. 전력 사용이 높은 시간대에는 높은 요금을, 낮은 시간대에는 낮은 요금을 부과한다는 것으로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스마트한’ 시간대별 전력량을 체크하기 위해 엄청난 IT와 통신 자본이 결합해야 한다. 가정마다, 건물마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스마트한’ 계량기를 부착해야 하고 이를 실시간 체크하기 위해 정보통신 기술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 스마트한 전력사용을 위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초래된다.

가스 요금, 열(난방) 요금

전국의 도시가스 보급률은 70% 이상이며 지역난방은 가구수 대비 11% 정도 보급되고 있다.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의 중소도시 및 농어촌 보급률은 아직까지 낮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97~8% 정도 도시가스가 보급되어 있음에도 실제 사용하는 가구는 80%대이다.


높은 요금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겨울철 도시가스를 잠그고 사는 저소득층이 많아 열(난방)의 대체에너지로 전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겨울철 전력 피크가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에너지 빈곤층은 12%에 달한다. 그런데 정부의 가스요금 정책의 기본 내용은 ‘원가주의 원칙’이다. 이는 연료비 연동제를 의미한다.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의 연료인 천연가스는 100% 수입에 의존한다. 천연가스 국제 시장은 유가에 연동돼 있어 유가 인상에 따라 천연가스의 요금이 결정된다.


2007~8년 이후 급격한 유가인상으로 천연가스 가격 역시 급상승하였으나 정부는 천연가스 도매 공급 비용을 동결시켜 왔다. 유가연동제에 따른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서였고 또한 겨울철 난방비의 급속한 인상을 막기 위해서였다. 가스 관련 업계에서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정부 역시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할 전망이다.


특히 한미 FTA 협정이 발효되고 가스의 도입·도매 부문에 외국자본이 진출할 경우 연료비 연동제 시행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도시가스 요금 규제와 관련해서이다. 전국의 도시가스 사업자는 30여개에 달하고 민간독점 체제로 존재한다. 도매공급 비용은 전국 동일하지만 인구규모, 배관망에 따라 전국의 도시가스 요금의 차이가 크다. 수도권 등 인구밀집지역은 보급률도 높지만 더 싼 요금을 내고 있다. 중소도시 등은 보급률이 낮으면서도 높은 요금을 지불한다.


인구밀도가 낮고 배관거리가 긴 강원도, 경상북도 등은 상당히 높은 요금을 내고 있다. 향후 지역간 불평등을 해소하고 도시가스 사업자들의 높은 이윤을 에너지복지제도로 흡수하기 위한 지자체의 역할이 절실하다.


그러나 한미 FTA 협정이 발효돼 가스산업 도·소매 산업에 외국자본이 진출하게 되면 지자체의 요금 규제 정책은 불가능하게 된다.

철도의 PSO

철도에는 PSO(Public Service Obligation)라는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공공서비스 의무보조금인 PSO는 원래 1969년 유럽위원회를 통해 최초로 채택된 제도이다. 이 제도는 “철도 운영자가 상업적 관점에서 제공하지 않을 수송서비스 또는 그러한 조건에서 제공되기 어려운 수송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정부가 국민을 대표해 철도 운영자에게 운행 손실분을 재정보조(grant)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한국은 1995년 제정된 ‘국유철도운영에 대한 특례법’에 공공철도 운영에 대한 정부의 재정보상원칙을 명시했다. 현재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 32조 공익서비스 비용의 부담항목에서 공공할인, 적자선 유지, 특수목적 사업 등으로 구분해 정부재정 보상을 명시하고 있다. PSO 보상금은 정부지원금이 아니라 법정 의무금이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는 PSO를 영업수익으로 계상하고 있다. 현재 PSO에 따라 저소득층이나 일반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에 대략 40% 정도의 요금 할인 혜택이 적용되고 있다.


철도산업은 KTX를 중심으로 수익성 논리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아직까지 새마을, 무궁화 등 고속철도 구간이 아닌 경우 PSO 등에 의해 요금감면 혜택이 존재하지만 2005년 7월 1일 이후 건설·운영되는 노선에 외국자본이 진출하게 되면 PSO는 무력화된다. 원가 이하로 운영하는 서울 메트로, 도실철도공사, 대전·대구·부산 지하철 역시 낮은 요금을 부과하게 되면 경쟁에 비합치한다는 이유로 제소되기 쉽다.

수도

한국은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면서도 아직까지 ‘물쓰듯 펑펑쓰는’ 나라이다. 그만큼 상수도 요금이 낮다는 것이다. 향후 환경문제를 고려해 현재와 같은 소비 형태는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나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기반해 물을 아끼는 것과 물의 상품화와 자본논리에 의해 아낄 수밖에 없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볼리비아 등 남미에서 물사유화로 인한 분쟁, 필리핀의 가격 폭등 등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의 물이라는 공공재는 향후 국내적 시장보다 물을 상품화해 해외 시장을 겨냥하는 병입수돗물 판매 및 수출 시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아리수, 대전의 순수 등이 중국 시장을 겨냥, 물을 상품화해 수출하고자 한 사례가 있었다. 향후 수도사업의 위탁과 공사화, 공사화를 통한 민간진출 등이 진행된다면 물의 상업화를 위한 제반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 역시 높아질 것이다.


특히 한미 FTA 협정이 오히려 물과 관련하여서는 언급되지 않은 만큼 더 광범위한 개방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도 즉 물과 관련해서는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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