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광업소 폭발사고 예고된 ‘人災’
장성광업소 폭발사고 예고된 ‘人災’
  • 이진수 기자
  • 1004@energydaily.co.kr
  • 승인 2012.02.07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출가스 자동감지장치도 없어… 열악한 갱도 근로환경 개선 ‘절실’

지하 975m대 갱도에서 불의의 가스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한 강원 태백시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는 채탄 현장인 사고 지점에 가스 자동감지장치조차 설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태백경찰서는 이에 따라 장성광업소 측의 현장 안전 규정 준수와 과실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최근 광산근로자 2명이 숨지고 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태백시 장성동 소재 장성광업소는 국내에서 가행되는 탄광 5곳 중 유일하게 지하 1000m를 넘나드는 막장에서 채탄을 해야 할 정도로 최악의 근무여건으로 알려졌다.

장성광업소 광산근로자에 따르면 채탄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지하 1025m(-475레벨)대의 채탄막장의 경우 온도가 섭씨 34도, 습도가 97%에 달해 말그대로 ‘막장’의 근로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입갱부터 지하막장까지 거리는 어두운 주변배경 속에 수갱과 사갱을 타고 1시간여 동안 4㎞ 안팎을 가야 도착한다.

지하 채탄장은 불과 가로 4.4m, 세로 2.9m 내외의 밀폐된 공간인 데다 지열로 인해 온몸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숨 호흡도 쉽지 않다. 정상인은 두통과 호흡곤란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장성광업소와 태백지역사회는 지난해 대정부투쟁을 통해 지하막장의 작업환경 개선사업을 위해 대형 에어쿨링 장비 14대를 확충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소요예산이 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자 정부의 움직임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인 예산지원을 통해 가스감지시설 및 배기시설이 강화됐다면 불상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동욱 장성광업소 노조위원장은 “이번 가스폭발로 인한 불상사가 발생한 배경에는 시설개선에 인색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빼놓을 수 없다”며 “에어쿨링 장비 증설은 광산근로자들의 생명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할 안전장비”라고 말했다.

태백경찰서와 장성광업소에 따르면 장성광업소는 가스 분출 위험도가 높은 ‘갑종 탄광’으로 분류된 곳이다.
하지만 현재 채굴 중인 17곳 가운데 자동감지장치를 설치한 곳은 단 5곳에 불과했다.

반면 가스 분출 위험도가 비슷해 같은 ‘갑종 탄광’으로 지정된 강원도 내 민영 A광업소는 30∼40개에 이르는 채굴현장에 모두 자동감지장치를 설치해 운영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가스 유출에 따른 폭발 사고 가능성에 소홀히 대비한 셈이다.

이에 대해 장성광업소 측은 “해당 지역은 채탄에 앞서 가스 유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안전하다고 판단돼 가스 자동감지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며 “작업 관리자가 작업에 앞서 매일 휴대용 검침기를 사용해 수시로 가스 분출 여부를 확인했지만 가스 유출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해명했다.

결국 채탄이 진전됨에 따라 순간적으로 땅속에서 뿜어 나오는 가스에 대해서는 폭발사고를 예방할 아무런 대비가 없다는 얘기다.

알려지기로는 장성광업소는 과거에도 가스 폭발 및 질식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1994년 가스 유출로 광원 10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1997년 가스 폭발로 6명이, 1999년 가스 유출로 3명이 숨졌다.

하지만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는 1996년 아날로그 식 가스 자동감지장치를 디지털로 교체한 것과 지난해 말 이 시스템을 신형으로 교체한 것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성광업소에서 현재 채탄이 이뤄지는 곳은 지하 975∼1025m 지점. 수직으로 1km나 파 내려간 지점에서 채굴이 이뤄지는 만큼 가스 유출에 따른 폭발 사고에 대비한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필요한 곳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