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석유제품시장 개선방안 실효성은 있나
<분석>석유제품시장 개선방안 실효성은 있나
  • 이진수 기자
  • 1004@energydaily.co.kr
  • 승인 2012.04.20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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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쏙 빠진 기름값 대책…알뜰주유소 과다 혜택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토탈이 6월부터 국내 5번째 석유제품 공급사로 알뜰주유소용 휘발유를 공급한다. 또 알뜰주유소 사업자는 2년간 소득세와 법인세, 지방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특정 정유사와 공급 계약을 맺은 주유소라도 다른 정유사 제품을 제한없이 섞어 팔 수 있게 된다.

정부가 19일 발표한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방안’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존 정유 4사가 과점하는 석유제품 공급 시스템을 깨겠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관심을 모았던 유류세 인하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삼성토탈을 신규 휘발유 공급자로 선정하고, 알뜰주유소와 전자상거래 시장 참여자에게 세제·자금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게 골자다. 공급 및 유통구조를 다양화함으로써 정유사와 기존 주유소들의 가격 결정권을 흔들어놓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우선 신규사업자로 참여하는 삼성토탈은 석유공사를 통해 알뜰주유소에 휘발유를 공급하게 된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원료인 나프타를 들여와 각종 석유화학제품을 만든다.

삼성토탈은 정유사들처럼 BTX 공장이 있어 나프타에서 석유화학제품 외에 벤젠과 톨루엔을 따로 뽑아내 90%가량 국내 제품 기준에 맞는 휘발유를 만들 수 있다.

이는 곧바로 자동차용 기름으로 쓸 수 없고, 석유공사가 비축기지에서 첨가제를 넣어 국내 기준에 맞추는 블렌딩 과정을 거치면 된다. 다만 삼성토탈이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너무 적다는 게 한계다.

삼성토탈은 연간 105만 배럴가량의 휘발유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현재 국내 휘발유 내수시장 규모가 7000만 배럴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5% 정도에 불과하다.

삼성토탈은 현재 일본에 매달 휘발유 3만7000배럴을 수출하고 있다. 6월부터 알뜰주유소용 휘발유를 추가로 생산한다고 해도 한 달에 12만5000배럴에 불과하다. 국내 월간 기준 수송용 휘발유 소비량의 2% 정도밖에 안된다.

따라서 삼성토탈이 석유제품 공급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서 당장 공급 측면에서 정유 4사의 과점 공급체제가 허물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부도 국내 석유제품 공급시장의 과점구조를 깼다는 상징성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삼성토탈을 공급자로 추가한 것 자체는 의미가 있겠지만 전체 물량에서 볼 때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토탈이 석유제품시장 진출을 계기로 주유소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 장관은 “정유 4사 외에 현실적으로 석유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삼성토탈뿐이었다”면서 “삼성토탈의 주유소업 진출은 전적으로 삼성토탈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 유통구조를 깨기 위해 알뜰주유소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면 2년간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율이 현행 10%에서 20%로 확대되고, 재산세는 50%가 감면된다.

최대 100억원 보증지원과 시설자금 무상지원, 최대 5억원까지 외상거래 지원 등 내놓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몰아주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700개로 잡았던 올해 알뜰주유소 목표를 1000개로 높였다. 이런 조치로 알뜰주유소 가격이 추가 인하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당초 ℓ당 100원가량 싸게 판다고 했던 알뜰주유소와 주변 주유소 가격 차이가 적은 데다, 서울과 교통 요지에는 알뜰주유소가 거의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들이 국내 정유사에서 기름을 공급받기 때문에 가격 차별화가 되지 않는 것도 한 요인이다.

정부는 이 때문에 전자상거래용 수입물량 확대로 기존 유통구조를 흔드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수입물량에 0% 할당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 전액 환급, 바이오디젤 혼합의무 면제, 세액 공제율 인상 등을 내걸었다.

정유사와 주유소 간 전량구매 계약을 불공정거래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것도 기존 정유사와 주유소 간 연결고리를 깨자는 취지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자리 잡으면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가 현재 알뜰주유소 판매가에 비해 ℓ당 30~40원 싸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라는 기존 정책을 재탕한 데다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름값의 절반가량 되는 유류세에는 손대지 않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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