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한수원 사장 재공모를 보면서
[E·D칼럼] 한수원 사장 재공모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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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0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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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철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5월 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공모가 있었다. 2인의 최종 후보가 결정되었으나, 정부는 두 사람 모두 부적격으로 판정하여 지금 재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재공모에서 사장추천위원회는 다시 새로운 후보 3인을 선정하였으나, 그 중 1인은 어떤 이유인지 자진사퇴하여, 지금은 2인의 후보가 정부의 최종 낙점을 기다리고 있다.

한수원 사장은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이다. 전임 사장이 직원들의 금품 수수 비리와 고리 1호기 정전 사태 등을 책임지고 사퇴하였기에, 국민들은 한수원 내부의 부정을 근절하고, 원자력발전소의 안전한 운영을 책임지고, 당면한 전력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새로 임명될 사장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수원 사장이 갖추어야 할 조건은 내부의 비리를 근절하고, 동시에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려면 첫째, 청렴결백해야하며, 둘째, 원자력 발전소의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이런 능력을 다 갖춘 분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정부는 비리 근절을 위해 한수원 내부 인사는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 같다. 발전소 운영경험이 없는 인사가 사장이 된다면 안전 측면에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 빠듯한 전력예비율로 여름만 되면 대규모 정전 사태를 우려해야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혹시라도 원자력발전소에 안전상 문제가 발생하면 전력수급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또한 원자력발전소의 책임자에게는 안전을 철저하게 감독하면서 전력 또한 원활하게 공급해야 한다는 두 가지 근본적인 의무가 있다. 특히 고장이나 사고 예방을 위해 원자로를 정지시킨다는 것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생산하는 의무를 포기해야만 하는 딜레마를 가지고 있으며, 그 판단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매우 어려운 것이다. 한수원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을 근거로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결국 발전소 안전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일련의 원전 관련 안전문제는 근본적으로 안전의식 결여가 주원인이겠지만, 구조적인 문제 또한 존재한다. 주로 원자력발전소가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고장시 대체용 재고품 등 부품이나 기기 납품 관련 문제들이다.

공인받은 세계적인 회사들로부터 주문 생산으로 공급받는 주요 기기 보다는 특히 비안전등급 기기들이 문제다. 필요한 양도 적고, 고장도 많지 않아 수요가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지난 원전 침체기 동안 세계적으로 많은 부품 회사들이 도산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원전을 건설·운영하고, 고유 모델을 개발하였음에도 부품이나 기기의 공급은 원활하지 못한 편이다. 이렇게 기기의 국산화는 필수적이지만, 대부분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해당 기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수익성이 낮다. 몇 가지 운영 중인 중소기업 육성 제도로는 부족하여 한수원이 일종의 특혜를 줄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비리도 없애고, 안전을 책임질 수 있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그러나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친다면, 다른 한 쪽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비리 근절을 최우선으로 발전소 계통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후보들을 선정하여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면 당연히 원전의 안전운영에 더욱 비중을 두어야 한다.

특히 우리는 오랜 정치적인 경험을 통해 비리척결을 위해서는 사람보다는 제도적인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정부는 한수원 사장 임명에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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