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공기업, ‘방만경영’ 불식시키려면…
[E·D칼럼] 공기업, ‘방만경영’ 불식시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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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2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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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욱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부학장

 
국민의 혈세로 이뤄지는 공기업 경영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사기업과는 다른 논리와 원칙이 적용되는 공기업의 여러 특성상, 경영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비해 그 성과는 아직 목표와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흔히들 그 이유를 부적절한 인건비 인상과 무분별한 외연 확장 등 졸속행정 및 도덕적 해이에 두지만, 필자는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명확한 비전과 전략방향의 부재가 바로 그것이다.

초경쟁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바람직한 기업의 논리는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모든 활동이 집약되고 융합되어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공기업도 예외는 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많은 공기업들은 이러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고 구성원의 구심점이 될 명확한 비전과 전략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필자는 우연히 모 공기업의 경영혁신보고서를 볼 기회가 있었다. 그 공기업의 경우 비전이 30개이고 그에 따른 전략은 70개가 존재한다고 보고서에 자랑스럽게 쓰여 있었다. 얼핏 보아도 상당히 많은 경영혁신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동시에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과연 그 많은 비전과 전략이 그 기업에 다 필요한 것인가? 도대체 어떤 근거를 가지고 제안된 것이며 또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구체적인 경제적, 공익적 타당성 분석은 이루어진 것일까? 보고서 그 어느 곳에도 이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이처럼 유명무실하고 목표시장 및 고객이 불분명한 공기업의 비전은 CEO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사업을 내실있게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막으며, 직원들에게도 기업의 목표의식을 확실히 체화시키지 못하고 기업 전체의 에너지 결집을 방해한다.

기업의 비전과 전략은 보다 신중하게 설정해야 한다. 기업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기업의 목표를 설정하는 일과 그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는 일이 각각 비전 설정과 전략의 구성이다. 이를 위해선 자사가 속한 기업생태계의 환경적 측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고객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바람직한 비전과 전략수립에 도달할 수 있다.

필자는 비전과 전략이 부재한 공기업에게 가장 필요한 전략으로 집중적 초토화 전략을 제시한다. 집중적 초토화란 수많은 사업과 전략으로 자사의 역량을 분산시키기 보다는 가장 중요하면서, 그리고 성공할 자신이 있는 몇몇 사업과 전략에 자신의 역량을 집중시켜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집중적 초토화 전략 추진을 위해서는 타겟 시장 및 사업영역 선정이 중요하다. 요즘처럼 고객들의 니즈가 너무 다양해지고 동질성을 찾기 어려운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는 모든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향유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하다보면 어느 하나도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표적시장을 선정하고 그 특정 시장에 전문화된 역량을 집중적으로 발휘함으로써 그 기업의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점차적으로 시장과 사업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전략이 보다 바람직스러울 수 있다.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표류하고 있어 방만한 경영으로 비난의 도마에 오르는 공기업의 경우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할 전략이다.

또한 이러한 집중적 초토화 전략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선 먼저 자사의 핵심역량과 전략적 목표시장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핵심역량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그 역량이 다양한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 주는가? 둘째, 그 역량으로부터 얻어지는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고객이 가치를 느끼고 인정할 수 있는가? 셋째, 그 역량이 경쟁자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것인가? 만일 이 세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자사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목표시장에 대한 전략적 포지셔닝을 통해 집중적 초토화 전략의 승부를 걸 수 있다.

경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교수는 “전략의 핵심은 경쟁자와 어떤 활동들을 다르게 수행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차별화할 수 없는 전략은 전략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핵심역량과 시장을 바탕으로 경쟁자와 차별화할 수 있는 명확한 비전과 전략의 수립은 확실한 방향설정하에 모든 구성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집념을 가지고 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하게 만들 수 있다. ‘공기업의 경영이 방만하다’라는 말을 불식시킬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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