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정부-한전, 전기요금 '갈등'
[초점]정부-한전, 전기요금 '갈등'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2.07.11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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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두자릿수 인상안 재의결 …지경부, 4~5% 인상 염두

전기요금 인상안을 둘러싼 정부와 한국전력의 간극이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 이사회는 지난 9일 전기요금 10.7% 인상안을 의결했다. 이는 앞서 4월 한전 이사회가 의결한 13.1%의 인상안 보다 다소 낮아진 수치다. 그러나 한전 측은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6.1%를 미수금 형태로 충당하겠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연료비 연동제는 연료비용의 증감을 실제 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지경부는 이번 인상안은 “전체적으로 16.8%의 요금 인상안으로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평하며 인상안을 다시 반려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한꺼번에 요금을 많이 올리면 서민생활에 충격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한전 이사회 측은 “전기요금 책정을 규제하는 각종 법령 등을 어기지 않으려면 16.8%에 달하는 인상요인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 전기사업법, 전기 공급 약관 등에 따르면 원가와 적정 이윤 등을 반영해 요금을 책정해야 하기 때문에 법에 따른 요금 인상 안을 의결했다는 것이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6조 공공요금 산정원칙을 보면 "공공요금은 해당 사업이나 물품의 제공에 드는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하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애매한 건 "주무부 장관이 다른 산정방식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해 그 산정 방식에 따를 수 있다"고 돼있는 단서 조항이다. 한전은 전자를, 지경부와 재정부는 후자를 근거로 법리를 다툴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 한전측은 물가안정에 협조하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충분히 요금을 올리지 않은 채 적자를 감수해왔고 그 때문에 한전의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는 입장이다.

특히 몇 년간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값에 전기를 파는 바람에 82조원의 적자를 떠안는 등 만성적 부채가 누적되고 있고 87.4% 밖에 안 되는 원가회수율을 고려하면 더는 양보하기 어렵다는 게 한전 측의 주장이다.

한전은 또 이번 인상률은 정부가 정한 법에 따라 원가를 산정해 나온 것으로 주택용과 농사용 전기는 6.2% 소폭 인상하고 교육용은 인상률을 3.9%로 최소화했다는 주장이다. 원가절감을 위해 다양한 자구노력 병행도 약속했다.

하지만 앞서 정부가 13.1%의 인상안을 거부한 점으로 미뤄볼 때 사실상 16.8%의 인상 효과를 내는 이번 인상안 역시 반려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연말 대선을 앞두고 물가 인상 및 민감한 여론 등을 고려해 4~5% 인상안을 생각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전 측은 정부는 물가인상 등의 이유를 들어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의 상황은 고려치 않고 있다면서 정책적으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 법과 사리에 따라 인상률이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전 측이 준법을 강조하는 것은 소액주주들이 지난해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염두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김쌍수 전 사장은 퇴임 전 전기요금 인상에 소홀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소액주주들로부터 무려 2조800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상태다.

전기료를 안 올린 것이 아니라 정부 반대로 못 올렸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데 CEO더러 조 단위의 돈을 물어내라는 황당한 소송이다.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선 소액주주들의 승소 가능성이 대체로 낮을 것이란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사장뿐만 아니라 현 김중겸 사장 등 경영진 대상 추가 소송이 우려되는 등 한전 경영진이 받는 압박감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인상안이 반려되더라도 한전 이사회에서는 두 자릿수 인상을 지속 관철할 것으로 전망돼 전기 요금 인상은 또 한 번의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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