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조는 사장이 들어야 할 말을 할 수 있다”
[인터뷰] “노조는 사장이 들어야 할 말을 할 수 있다”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2.07.12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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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사장, 기대 크지만 아직 노사 대표 의견교환 없어
안전성 확보 위해선 인사제도 등 각종 제도 개선 필요

[인터뷰] 윤창기 /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


윤창기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은 현재 사측과 ‘경색국면’이라고 표현했다. 신임 사장 부임 후 나름의 기대를 걸었으나 현재까지의 모습은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윤 대행은 “경영진과 간부는 사장에게 할 수 있는 말이 한정돼 있지만, 노동조합은 사장이 들어야 할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선진화 정책에 맞서 ‘노조 존재이유 확고화, 조직력 강화, 사업의 공공성·안전성 강화’에 역점을 기울이겠다는 윤 대행은 “최근 발생한 사고와 비리들은 그동안 외적 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정신적 성숙에 미흡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문제를 발생시킨 각종 제도를 개선하면서 내실을 기할 때”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 지난 6월 김선재 전 위원장이 사퇴했다. 그 전후 사정을 설명해주신다면.

▲ 지난해부터 발생한 한국수력원자력의 비리사건 등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장기근무직원에 대한 강제이동 지시가 있었다. 그러나 직원 정기이동은 단협 관련 사항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회사측에 직원이동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으나 회사는 계획(안)이 없다는 이유로 협의를 미루었다. 그러면서 회사는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노조와 협의가 필요없는 간부직원 1400여명을 이동시켰다. 이후 5월30일 회사는 하절기 전력수급 비상기간이 닥친 상황에서 정부의 강한 지시를 이유로 들며 직원 강제이동이 필요하다는 사항을 전달하고 5월31일 이동계획(안)을 조합에 전달했다.

사실 현장은 중간관리자인 차장급이 4월 중순 933명이 이동하면서 아직 각 발전소별 안정화가 이루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6~8월 하절기 전력수급 비상기간을 앞에 두고 일방적으로 인사이동을 실시하려 한 것이다. 이는 최소한의 협의도 없는 일방적 시행이었고, 결국 김선재 위원장이 위원장직을 걸고 ‘직원 강제이동은 부당하고, 노조와 성실히 협의해 하절기 전력수급 비상기간이후에 인사이동을 실시하자’고 요구했다.

신임사장도 취임한 6월11일 노조 사무실을 찾아 노조와 협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회사는 6월12일 새벽 2시에 기습적으로 실시했다. 이에 김선재 위원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위원장직을 사퇴했고, 규약에 따라 수석부위원장의 직무대행이 이루어지게 됐다.

- 김 전 위원장 사퇴 후 사측과 현장 노조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 조합원들은 놀라움과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책임을 지는 모습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수원의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는 평가속에 동요되지 않고 차분한 모습이다. 반면 회사의 경우는 당혹스러움을 보이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협의없이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존재하고 있으며, 경색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현재 위원장 직무대행으로써 앞으로 한수원 노조를 어떻게 이끌어나가실 방침이신지.

▲ 노조의 존재이유를 보다 확고히 하고, 조합의 현장 조직력 강화, 그리고 사업의 공공성·안전성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기울일 방침이다.

즉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노사관계의 원칙을 재수립하면서 조합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첫번째 역점을 두는 한편 일상적인 소통을 통해 현장속에 더욱 뿌리를 내리고, 관계자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공공성과 안전성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 신임 사장이 부임한 지 한달이 넘었다. 신임 사장에 대한 기대는 어떠한지.

▲ 지난 6월11일 취임식 직후 노조사무실을 찾았을 때 노사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었다. 또한 이전 회사에서의 노사관계에 대한 경험 등을 통해 노사관계의 중요성, 그리고 높은 인식수준을 본인 스스로 말한 바가 있다.

노동조합은 그와 같은 신임 사장의 말에 대해 분명히 기대가 크고, 또한 현재의 한수원 상황과 관련해 노조의 중요한 역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노동조합에서 수차례 노사대표가 정식적으로 만나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요구했으나 회사측 실무자들의 의도에서인지 아직 성사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신임사장은 업무보고와 순시 등으로 바쁘지만 회사의 경영진 이하 간부들은 신임사장에게 할 수 있는 말이 한정돼 있다. 결국 조직의 논리, 조직의 위계 등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신임사장에게 허심탄회하게 회사의 상황과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 즉 노동조합은 사장이 들어야 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 사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먼저 이제는 내실을 기할 때라고 조언하고 싶다. 지난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에 돌입한 이후 짧은 시간에 원전 강국으로 발돋움했으나, 몸집이 커진만큼 정신도 커졌는지 돌아볼 때라는 의미다. 최근 밝혀진 비리문제도 정신적인 미성숙이 하나의 원인으로 작동했다고 여겨진다.

또한 인사문제와 관련해서도 지난 2007년 ‘드래프트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른바 ‘줄 세우기’와 무조건식 ‘상명하달’이라는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과도한 실적과 효율에 초점이 맞춰진 이후 전시행정과 불필요한 노동강도가 늘었고, 선진화 정책 이후 인원 감축에 따라 현장인력들의 업무 피로도 역시 증가됐다. 이는 원전의 안전성 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와 함께 노사 상생 없이는 건전한 발전이 없는 만큼 사측은 노조의 존재 이유를 깨닫고 모든 문제를 충분한 협의와 합의 속에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 조합원을 위한 것이 회사를 위한 것이고, 이는 국가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지하기 바란다.

- 최근 월성원자력 1호기, 고리원자력 1호기가 IAEA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반면 일각에서는 아직 부정적인 견해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일부에서는 IAEA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피력하고 있으나, IAEA는 신뢰도가 높은 기구로서 국민들도 충분히 믿음을 가져도 된다고 본다.

특히 고리 1호기의 경우 지난 2008년 계속운전 돌입을 위해 주요 부품을 교체하고 각종 점검을 거쳤기에 운전을 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정전사고와 은폐시도 등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국민과 함께 안전문화를 일신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끝내 불신을 걷어내는데 실패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폐로’ 조치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일부 언론들의 호도는 우려스럽다.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원전 부품의 국산화를 노력해왔으며, 그 결과 현재 99% 이상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산화를 위한 첫걸음은 모방부터 시작된다. 또한 한수원은 이들 제품에 대해 철처한 실증단계를 거쳐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유사품 또는 짝퉁으로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당연하지만, 호도와 막연한 추측성 기사들은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할 뿐이라는 점을 인지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에너지·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자원들이 충분히 상업화될 때까지 원자력은 ‘중간자’ 역할로서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전력사정이 좋지 못한 실정이다. 한수원과 관련 업계들의 노력속에 원전 산업에 대한 불신이 걷히길 바란다.

- 후쿠시마 원전 사고, 그리고 고리 1호기 발전정지 및 은폐시도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노조측의 견해와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지.

▲ 먼저 최근 발생한 한수원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위원장 직무대리로서 사과를 드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하기 어려운 사고다. 하지만 우리는 이와 같은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 한번 우리 내부를 점검하고 살펴야 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회사에 노사공동안전성향상위원회 설치와 시행을 주장했던 것이다.

사실 후쿠시마 사고 이전, 그리고 현정부 출범 이후로 현장에는 경쟁논리에 따른 감점과 징계에 대한 위협만이 있었다. 우리는 실수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우리는 지난 수십년의 수력원자력 운영에서 실수에 대해 공개하고 반성을 통해 구성원 전체가 교훈을 얻는 것을 장려하는 여러 제도가 있었고 내부문화로 정착돼 있었다. 그러나 MB정부 이후 이같은 우수한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노동조합은 회사내에서 경영진과 동등한 입장에서 이익에 무관하게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다. 노동조합의 이같은 성격을 바탕으로 한수원 내부의 건전한 고발자가 돼 지난 수십년간 쌓은 우수한 안전문화를 복원, 수력원자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역할을 다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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