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과 원칙에 따른 전기요금 현실화
[기고] 법과 원칙에 따른 전기요금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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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7.1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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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 한국전력 요금제도팀장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유례없이 ‘준법여부’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 4월 한국전력 이사회는 13.1% 인상안을 지식경제부에 제출했다. 전기요금이 원가수준을 회복하려면 그 정도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지경부는 6월12일 국민경제 부담 급증 우려로 한전에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며 인상안을 사실상 반려했다. 이에 훨씬 낮은 수준의 인상안이 차후 신청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한전은 연료비연동제 제도 개선을 전제로 한 10.7% 요금인상안을 지경부에 인가신청하였다.

유례없는 한전의 절박하고 강력한 요금인상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전이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과장된 면모를 보이고 있다거나 국민경제를 도외시한 이기적인 결정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전력이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창사 이래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공급을 최우선 사명으로 삼아오고 있는 한전이 자사 적자해소만 생각하고 고객 부담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싼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하기 위해서는 단편적 현상이 아닌 실체를 꿰뚫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첫째, 전기요금 산정은 사업자에 의해 자의적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법에 의거한 기준에 따른다.

전기요금은 전력공급에 소요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으로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지식경제부 고시인 ‘전기요금 산정기준’ 제12조에 따라 한전은 매회계연도 종료 후 재무제표, 제조원가명세서 등 회계자료를 지경부와 기획재정부에 제출하고, 정부는 그 자료를 토대로 전기요금 산정을 위한 원가 검증을 실시하도록 되어있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에 필요한 총괄원가에 대해 한전과 정부가 공동으로 원가 검증을 실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총괄원가에 한전의 누적적자분이나 발전자회사의 마진이 포함되어 있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또한 한전의 영업이익이 흑자이기 때문에 적자가 아니라는 주장은 회계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한데서 나오는 오류이다. 만약 한전이 산정기준에 따르지 않고 자의적으로 총괄원가를 산정했다면 정부는 국민경제 부담이 아닌 원가산정의 부적절함을 사유로 들어 요금인상안을 반려했을 것이다.

둘째, 현행법상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한 정부의 수정인가, 다시 말해 정부가 요금인상률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제는 널리 알려졌지만 2011년 8월 전임 한전 사장이 주주들에 의해 피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않아 입은 2조8000억원 상당의 손해에 대해 배상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소액주주들은 정부의 요금 통제로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를 판매해 한전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7조200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물가안정, 국민부담 최소화를 위해 전기요금을 조정했던 정부와 한전의 노력이 법을 위배한 결과가 될지도 모르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전기사업법 제16조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전기요금 인상안은 한전의 인가신청에 대해 지경부장관이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하고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토록 되어 있다. 또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7조에 따라 전기요금이 적정원가에 적정이윤을 더한 것이고, 공급종류별 또는 전압별로 구분해 규정하고 있으면 인가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한전의 전기요금 인가신청에 대해 그 신청이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이라면 정부가 특정한 전기요금을 적용하도록 지시하거나, 한전이 신청한 인상안에 대해 수정인가를 할 법적 권한이 없다. 한전이 신청한 인상안이 적절하지 않으면 어떤 부분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해 시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인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간 정부와 한전이 진행시켜온 관행적인 요금인상 절차가 위법적 요인이 있었다는 것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송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몰랐다면 모를까 이제는 법과 기준을 어기면서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셋째, 물가안정을 위해 전력가격을 규제하더라도 법에 규정된 최소한의 원가보상은 전제되어야 하며, 이는 결국 합리적인 에너지소비를 유도하고 불필요한 외화유출을 막아 국가경제를 살리는 길이 된다.

전기요금 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80% 이상이다. 발전을 위해 원료를 100% 수입해 만드는 우리나라에서 연료비는 통제 불가능한 비용이다. 혹자는 현재 국제유가가 하락추세임에도 발전원가가 추가 발생하는 것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는 전력시장과 판매요금 사이에 발생되고 있는 괴리를 미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시장을 통해 전력을 구매해오면서 전력생산에 들어간 모든 비용과 이윤에 대해 발전사에게 보상해야만 한다. 발전사가 연료를 싸게 혹은 비싸게 구매하든, 발전사 귀책사유로 발전기가 고장 나거나 가동이 지연되어도 모든 비용을 한전이 지불하도록 관련법에 규정되어 있다. 한창 논란중인 고리원자력 1호기가 발전하지 못해 추가되는 비용이 하루에 약 20억에 이른다. 이는 고스란히 한전의 원가상승 요인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전기요금은 어떤가. 수년간 물가안정을 위해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2011년의 경우, 전력공급을 위해 투입된 비용이 100원인데 87원에 판매했다. 재료비보다 완제품이 더 싼 격이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전력소비는 연평균 5.3%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의 5배를 웃도는 수치다. 에너지효율이 높으나 가격이 비싼 등유 등 타에너지원의 사용량이 감소하는데 반해 값싼 전력과소비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작년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비용은 약 130조원에 달한다.

또한 연료비를 반영한 원가수준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전력수급기본계획상의 전망보다 향후 전력수요가 더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원가미만의 낮은 요금으로 설비투자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전력수요가 상승한다면 해마다 피크시즌이면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험을 반복하게 될 지도 모른다.

넷째, 법과 원칙에 우선한 전기요금 현실화만이 후세대의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전기요금은 물가문제 이전에 우리나라의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중대한 국가 차원의 문제이며, 전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 국가에너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격시그널을 통해 소비자의 인식 전환과 참여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 산정된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 수준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경우 전력과소비 현상은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2007년 발리로드맵 채택으로 에너지 절약과 합리적인 소비는 녹색성장의 기본전제가 되었고, 선진국들은 이미 관련 신기술 R&D개발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원가 미만의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해마다 반복되는 만성 적자로 신재생에너지나 고효율기기 개발을 위한 투자여력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전력과소비로 인해 증가되는 현재의 비용을 현세대가 부담하지 않고 다음세대로 전가되게 되어 ‘부모가 자식에게 빚을 물려주는 것과 같은 이치’로 한전의 부채상환용 차입은 결국 우리 후세대가 갚아야 할 사회적 비용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법이란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그 틀 안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대립을 조정하기 위해 상식적인 견지에서 구성원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규범이다. 전기요금 산정과 관련해서 관련 법과 규정이 존재하는 것은 한전의 자의적 해석과 판단에 의하지 않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비용을 산정하고 이를 사회구성원은 수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물가를 명목으로 눈에 보이는 문제점을 덮어서는 우리에게 녹색미래는 없다. 정상적인 가격시그널을 통해 소비자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소비패턴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인 정책만이 다가올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방법임을 지금이라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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