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산하기관, 바람직한 관계는?
[기자수첩] 정부-산하기관, 바람직한 관계는?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2.07.26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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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인천공항과 KTX의 민영화 문제에서 보듯이 정부와 산하기관 만큼 미묘함을 보이는 관계도 드물 것이다.

특히 현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공기업과 공공부문에 대한 민영화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추진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현 정부가 공기업의 ‘공적인 역할’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 앞에 왜 ‘공(公)’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지 모른다는 의미다. 물론 알면서도 그런다면 더 큰 의미가 숨어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자의 취재 영역인 전력분야 산하기관들은 어떠한 모습일까. 이들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듣게되는 몇몇 사례들을 보자.

우선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KEPCO)의 관계는 어떠할까. 최근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양상은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예전에는 정부와 한전이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한 후 언론과 국민들에게 알리는 방식이었다. 현 정부 초기에도 이같은 틀은 이어져왔다. 그러다 한전이 전기요금 현실화에 실패하면서 연이어 적자를 기록하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못하게 되자, 소액주주들이 김쌍수 전 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이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와 관련 김 전 사장은 “만약 패소하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할 수도 있고, 공기업 전반에 줄소송이 있을 수 있다”면서 “전기요금 현실화는 반드시 필요하며, 정부는 공기업을 단순히 정부 예산을 받아 쓰는 기관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에 정부와 산하기관 관계의 핵심이 녹아있다고 기자는 본다.

위 내용과 연관되는 이른바 ‘근거 남기기’도 또다른 균열점으로 꼽히고 있다. 즉 예전에는 전화와 구두 등 비문서적인 협의가 주를 이뤄왔으나, 소송 이후부터는 공문이나 이메일 등 ‘근거 남기기’가 확대되고 있다. 책임관계가 명확해야 한다는 판단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해 특히 정부측에서 곤혹스러워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왜일까는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는 어떠할까. 한수원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인사관리규정을 개정했다. 최근 발생한 사고와 비리와 관련 전사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외부 경력인사 채용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기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취재하던 도중 한수원의 인사관리규정에는 예전부터 특채의 경우 정부지시가 제한적으로 가능하다는 내용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규정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예산 및 집행과 관련된 측면에서의 호소도 있다. 정부에서 산하기관들을 평가할 때 당초 배정된 예산의 50~60%만 사용해야 어느정도 인정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예산은 왜 주느냐는 불만이 나올 법하다. 또 사업진행비라는 항목의 경우에는 실적(점수)을 위해 타당성이 부족하더라도 계속 투입해야 하는 불합리도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비전문가들이 전문가들을 평가한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우리는 정부가 각 분야의 산하기관장과 감사 등에 자신들의 입맛에 맛는 사람들을 배치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모 발전사 사장은 아예 정부몫이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하다.

산하기관이라는 특성상 정부입김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인과 공무원은 정년이 없다’는 풍토, 일방통행적인 관계는 되짚어봐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 한 산하기관의 사외이사가 직접 현안에 대한 입장을 브리핑 한 것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 어느 때보다 수상하고 무서운 시절이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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