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나는 애국자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독자투고] 나는 애국자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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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0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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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열 /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교육훈련센터 교수

 
나는 애국자다. 전방에서 적군을 감시하는 군인들만 애국자가 아니다.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선열들만 애국자가 아니다. 나는 국가발전과 국민생활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의 최전방에서 일하고 있기에 애국자라고 말하고 싶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원자력발전회사에 입사해 다시 1년 넘게 교육을 받았다. 이후로도 주기적으로 매년 2개월씩 훈련을 받아 원전조종사가 되었고 원전조종감독자까지 이르렀다. 부단한 노력이 없으면 견디지 못할 환경이었다. 밤낮없이 24시간 발전소를 운전했다.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언제든 회사로 불려 들어와야만 했다. 어떤 동료는 아버님 임종도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도 버틸 만 했다.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버틸 만하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열과 성의를 다해 일하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욕을 한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의 잘못으로 인해 전체가 야단을 맞고 있다.

애국심이 부끄러움이 되고 말았다. 원자력발전소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잘못을 해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자부심을 갖고 불철주야 일하는 원자력계 종사자 모두를 부패의 온상처럼 말할 때 사기가 땅에 떨어진다. 어떤 이들은 이를 이용해 어떻게든 잘못을 들춰내서 확대하고 전체의 잘못처럼 인식되도록 호도하기도 한다.

오늘도 원자력발전소로 출근한다. 자부심은 빼앗겼지만 엔지니어로서의 고집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사회단체들은 우리를 위험한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들은 매일 모여서 시위하고 농성한 뒤 언론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이를 보도하도록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사회갈등을 더 부추긴다. 묵묵히 일만 해왔던 우리는 사회단체의 이런 적극적 투쟁논리에 맞서는 게 버겁다.

피땀 흘리는 노력으로 원전 설비를 개선하고 안전성을 강화해 원전의 수명을 늘리는 기술을 발전시키면 칭찬을 받을 줄 알았다. 이것이 이 생애 내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국가 발전이 달려 있었기에 정열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결과는 쏟아지는 비난뿐이다.

과학기술자들은 철학자나 정치인처럼 철저하게 잘 따지지 못한다. 여론을 이용하거나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사회운동화 하는 능력도 부족하다. 요즘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다. 기술적으로 원전이 얼마나 안전한지 아무리 말해도 믿으려 들지 않는다. 전문가가 아닌 사회운동가의 말을 더 신뢰한다. 그동안 사회와 소통하려는 과학기술자들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일하고 있는 원전 기술자들의 진정성은 믿을 만 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미사여구를 모르는 우리들의 애국심은 여전히 우직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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