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원자력 기기 국산화의 문제점
[E·D칼럼] 원자력 기기 국산화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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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0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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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철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최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납품 비리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구속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안전을 중요시해야 하는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기나 부품의 납품 과정에서 금품 수수 등 비리가 드러난 것은 중대한 문제이며, 특히 일부 기기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는 기기라는 사실은 놀라움을 금하기 어렵다. 하나하나의 기기나 부품들이 원자력발전소 전체의 안전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만일 하나의 기기라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결국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도 보장받기 어렵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원자력발전소 관련 기기의 국산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미국 등 선진국에서 원자력발전소가 활발하게 건설될 때에는 동일 기기가 여러 발전소에 공동으로 활용될 수 있어 이런 기기를 제작하는 회사들이 많았지만, 미국의 TMI 사고 이후 신규 발전소 건설이 중단되면서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거나 다른 분야로 전환했기에 지금은 오래된 기기들의 부품을 제때에 공급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원자력발전소에는 수많은 기기와 부품들이 사용되며, 이런 기기나 부품들은 고장이 났을 때뿐만 아니라 안전을 위해 검사를 거쳐 고장이 나기 전에도 사전 교체를 하고 있다. 그래서 원활하게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항상 여분의 기기나 부품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기기들은 법적으로 일정량의 재고를 확보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건설 초기에는 이러한 여분의 재고를 확보하기 쉽지만, 몇 번 교체를 하고 발전소 운영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그 부족분을 다시 채워 넣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기 국산화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발전소 관련 기기, 부품들을 개발하고 그 성능이나 품질을 국가가 공인한 기관에서 인정받으면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발전 관련 기기, 부품들은 다품종 소량 생산일 뿐만 아니라 품질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제작 회사 입장에서는 그것만으로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다. 기껏 몇 개의 기기, 부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비 등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개발 성공 여부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선뜻 이 분야에 발을 들여 놓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정부는 개발에 참여하는 회사들에게 연구개발비의 일부를 보조하여 참여를 독려하고, 성공할 경우에는 일종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도입, 운영해 왔다. 즉, 생산 원가를 고려하여 약간의 이윤을 보장해주거나, 일정기간 구매를 보장해준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런 제도들이 잘못 운영되어 납품 비리로 이어진 것이라 매우 안타깝다.

주기기 등 원자력발전소의 대형 기기들은 단가가 높고 대부분 대형 제조회사들이 담당하여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지만, 소형 기기나 부품을 제조하는 것은 대부분 중소기업이 담당할 수밖에 없어, 영세한 사업자에게 큰 부담이 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기가 어렵다. 한편 그나마 수요가 많은 기기, 부품 분야의 경우에는 몇 개의 중소기업들이 중복으로 제작에 참여하고 있어 과다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러 개의 회사가 경쟁하는 상황에서는 많은 투자를 통해 개발에 성공할 지라도 자사의 기기, 부품이 채택되지 않으면 그 회사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활한 재고를 충복하기 위해서는 기기 국산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소형 기기나 부품들을 적기에 공급받아 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기의 국산화는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현실적인 문제를 어떻게 원만하게 해결하고 부족한 재고품을 적기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가에 대해 정부는 심각하게 고민을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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