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나갈 것인가 과거로 회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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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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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박진 한나라당 의원

▲ 박진 한나라당 의원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한나라당 방미 대표단의 일원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하고 왔다. 미국 집권 공화당의 대외정책 및 한반도 정책을 파악하고 한국 국민과 한나라당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세계 보수 및 중도보수 정당들의 협력기구인 국제민주연맹(IDU) 총회와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가했으며, 의회 및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주요 언론사 및 연구소의 간부들을 만나 한국의 정칟경제 상황과 남북문제, 한미동맹관계 등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

뉴욕 현지에서 활동하는 동안 과연 글로벌 경쟁시대구나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많은 나라들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단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의 상황에 대해서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무한경쟁의 세계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과거사 청산이니 국가보안법 폐지니 하는 소모적인 논쟁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 지금은 국력을 결집해 세계로 나가야 할 때이지 과거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무한한 가능성의 넓은 세계가 우리 젊은이들의 도전과 모험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5박 6일간 뉴욕에서 활동하는 동안 미국의 한국 및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시 대통령의 후보지명 수락연설에서 한국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 한 예이며,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 한미동맹관계에 대한 우려의 시각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공화당이 새로 발표한 2004년 정강정책을 보면 핵심부분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내용으로서 동맹국·우방국과의 관계 역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대전제 하에서 재조정되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이 9월 2일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후보지명 수락연설에서 영국, 폴란드,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호주 등 이라크 전쟁을 지원한 국가들을 나열하며 감사의 뜻을 밝혔는데 한국이 여기에서 빠졌다.

50여년간 동맹관계를 유지해오고 있고 미국, 영국에 이은 세 번째 파병국인 한국이 당연히 포함됐어야 한다. 물론 나중에 미국 정부는 “전혀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미국은 한국의 기여를 중요하게 평가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뉴욕에서의 눈코 뜰새 없는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지난 4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방문이었으나 출발할 때와 같이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 않았다. 동맹관계와 외교안보는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동맹관계가 손상되고 안보가 무너지는 순간 우리에게 남는 것은 ‘고립’과 ‘위기’뿐이다.

북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추진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은 대북 억지력의 약화와 안보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에도 불구하고 심화되고 있는 한미동맹의 불편함 역시 안보불안 심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총체적인 외교안보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는데도 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신 ‘자주외교, 자주국방’ 등 정치적 수사와 인기영합주의 정책이 안보공백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국내 정치와 마찬가지로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편향된 코드주의’, ‘무원칙과 무전략’이 횡행하고 있다. 세계 모든 나라가 미래로 뻗어나가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유독 우리만 과거에 발목이 잡혀 소모적인 정쟁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국내정치가 비록 정쟁 속에 빠져있다 하더라도 외교안보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다. 오직 국익이 있을 뿐이다. 무한경쟁의 시대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안보를 굳건히 지키고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모두가 일치단결해야 한다.

방미 대표단은 뉴욕 현지에서의 일정 동안 한 순간도 그러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우리는 나라와 민족의 발전, 그리고 평화야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기대와 이상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 국민들이 똘똘 뭉쳐야만 난관을 극복하고 선진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는 무한경쟁의 시대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국제정치야말로 무한경쟁의 치열함을, 약육강식의 냉정함을 그대로 옮겨 놓은 전쟁터다. 물론 우리는 그 속에서 나라와 민족의 발전, 그리고 평화와 번영, 나아가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기대와 이상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자기중심적이고 과거회귀적인 맹목적 민족주의로는 더더욱 실현될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국력을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의 대대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넓은 세계무대로 시각을 돌리고 우리의 국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은 역사의 기로에 서 있다.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세계 질서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우물 안 개구리처럼 웅크리고 앉아서는, 미래가 아닌 과거에 얽매여서는 소리 없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새로 채택된 미국 공화당 정강정책에는 'A choice between moving forward and turning back(미래로 나가느냐 과거로 회귀하느냐의 선택)'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단지 미국의 선택일 뿐만 아니라 2004년 9월 한국 정치권이 고민해야할 최대의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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