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자력손해배상의 새로운 배상패러다임
구축 위한 국제적 공조체제 절실
[기고] 원자력손해배상의 새로운 배상패러다임
구축 위한 국제적 공조체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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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9.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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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철훈 / 전 가톨릭대 법학부 교수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가는데 부딪히는 중요한 것의 하나가 바로 ‘돈’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돈의 문제는 대부분 사람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또한 불법행위의 최종목표는 결국 배상금(돈)의 문제로 귀결되고, 배상금의 규모와 지급시기에 관해 피해자는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빨리 받기를 원하는 반면 가해자는 그 반대의 입장에 서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국내의 기름오염사고라든가 작년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우에서 보듯이 이와 같은 대규모 사고에 의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배상처리의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가 않다.

현재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의한 피해규모는 배상책임만 약 10조엔(145조원/12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망·상해 및 재산피해와 같은 직접손해의 평가도 쉽지는 않지만, 경제적 이익의 상실(예를 들면 피해지역의 관광호텔에 관광객이 대폭 줄어든 경우)이라든가 악평손해(예를 들면 피해지역은 아니지만 피해지역에 인접함으로써 그 지역의 농수산물 가격이 폭락하거나 소비자들이 구입을 꺼리는 경우)의 배상문제는 여러 가지 어려운 법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원전을 최초로 건설·운영했던 미국은 이와 같이 원전사고에 의한 손해배상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프라이스-앤더슨법’이라는 원자력손해배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였고, 일본은 ‘원자력손해배상에 관한 법률’ 및 ‘원자력손해배상보상계약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통해 원자력사고에 의한 손해배상에 대처하여 왔다.

이러한 법률들은 기존의 일반손해배상법과는 현저히 다른 특별규정, 즉 무과실책임원칙, 책임집중원칙, 손해배상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과거 일본에서 발생된 도카이무라(東海村)의 JCO 핵임계사고 및 작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야기된 손해배상의 핵심적 과제는 손해배상에 관한 법이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원전사고에 의해 발생한 막대한 배상재원(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그리고 수십만건에 달하는 분쟁사태를 가해자인 동경전력과 피해자인 주민이 어떻게 하면 신속히 해결할 것인지에 관한 절차적 내용이 훨씬 중요한 것임을 경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에게 무한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동경전력은 정부와의 보상계약에 따라 2400억엔(약 3.5조원)의 보상금을 받아 이를 배상재원에 충당하고 있으나, 이 금액은 앞서 밝힌 총손해추정금액인 10조엔의 40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며, 동경전력은 이와 같이 막대한 배상재원을 자력으로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동경전력의 파산상태를 방지하고 피해자에 대한 신속·적정한 배상을 위해 ‘원자력손해배상지원기구법’ 및 ‘원자력피해자조기구제법’ 등 사후특별입법을 통하여 원자력손해배상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고리원전이나 영광원전은 부산과 광주와 같은 대도시를 배후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각별한 사전안전대책의 수립과 손해배상조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만일을 사태를 가정하여 우리나라의 원자력손해배상에 관한 문제를 검토해본다면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된다. 제일 중대한 문제는 우리나라 원자력손해배상법상의 손해배상조치에 관한 사항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사고의 경우 원자력사업자(한수원)에게 3억SDR(약 5000억원)의 유한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원전사고 발생에 대비하여 500억원의 손해배상조치(민간책임보험 및 정부보상계약)를 의무화하고 있다.

손해배상조치는 원자력사고 발생 시 원자력사업자가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고도 확실한 배상을 하기 위한 사전적 재원확보대책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원자력손해배상법상의 500억원(약 34억엔)이라는 배상조치의 규모는 일본의 경우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5~6위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원전대국일 뿐만 아니라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고 있는 원전 선진국임에 비추어 볼 때 이에 걸맞는 입법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학습효과’에 비추어 볼 때,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초대형 원전사고에 의한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미국, 일본, 독일 등 어느 나라도 현재와 같은 손해배상 패러다임으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배상패러다임의 구축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국제적 공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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