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의 어느 하루의 풍경
2100년의 어느 하루의 풍경
  • 부산취재 본부장 윤호철
  • yaho@energydaily.co.kr
  • 승인 2012.10.1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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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거꾸로 먹기,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신의 경지에 오른 인간은 탄생 할 것인가

내 나이는 71세, 신체 장기와 근육 상태는 30세.
아침이면 벽지 스크린에 낯익은 얼굴이 나타나 나를 깨운다. 이름은 몰리. 최근에 구입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이다. 세수를 하는 동안 거울‧변기 등 욕실에 장착된 수백 개의 센서는 내 입김에서 뿜어져 나온 분자와 몸 속 혈액을 분석해 오늘의 컨디션을 체크해준다. 집안의 모든 가구와 가전제품은 내 머리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움직인다.

또 콘택트 렌즈를 착용하며 그 렌즈 화면에 인터넷 창이 뜬다. 나는 도로 위에 떠다니는 자기부상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고, 휴가 땐 탄소 나노 튜브로 만들어진 통로를 따라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고 여자친구(실제 나이는 61세, 외모 나이는 20대)와 여행을 떠난다….

이 책을 쓴 미치오 카쿠(65)가 책 끄트머리에 묘사한 ‘2100년의 어느 하루’ 풍경이다. 불과 십 수년 전에 들었더라면 황당무계하게 들렸겠지만,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을 목격해온 세대라면 ‘불가능은 없다’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다. 그러고 보니 실제로 뉴욕시립대 석좌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 앞서 ‘불가능은 없다’(원제 ,Physics of the Impossible)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평행우주’ ‘비전’ ‘아인슈타인을 넘어서’ ‘초공간’등을 쓴 이론물리학자이자 미래학자다.

당연, 이 책은 SF소설이 아니다. 지은이 자신의 물리학 지식을 동원하고, 전세계 300여 명의 과학‧경제학‧철학 분야의 권위자들과 토론하며 첨단 연구성과를 분석해 미래를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컴퓨터‧인공지능‧의학‧나노테크놀로지‧에너지‧우주여행 등 여덟 분야로 나눠 가까운 미래(현재~2030년), 조금 먼 미래(2030~2070년), 먼 미래(2070~2100년)의 풍경을 실감나게 예측했다. 과학에 문외한인 독자라면 지레 겁먹기에 충분할 만큼 숱한 이론과 전문가들의 이름이 등장하는데도 그 어떤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난해’‘추상’의 대명사처럼 오인되는 물리학이 이토록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인간, 신(神)이 되다=저자는 앞으로 올 기술혁명을 가리켜 ‘새로운 행성문명의 창조’라고 요약했다. 그만큼 현재 우리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위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2100년의 인류는 그토록 오랫동안 두려워하고 숭배해왔던 신(神)과 거의 동등한 능력을 갖게 된단다. 컴퓨터의 성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향상돼 순전히 생각만으로 기계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이른바 ‘마음으로 물질을 다스리는’ 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또 21세기 중반이면 감정을 느끼는 로봇의 전성시대가 열린다. 그 동안 과학자들은 감정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감정이 없으면 모든 것의 가치가 똑같아지면서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감정이야말로 지능을 갖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게 밝혀진 만큼 앞으로 움직이는 로봇제작 기술에 감정표현 자체가 관건이라고 했다.

21세기 말이 되면 생명학과 역학, 그리고 나노기술이 융합된 기술에 의해 원하는 유전자를 조합한 기획출산, 그리고 나이를 거꾸로 먹는 일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금 한창 발전하고 있는 분야인 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이 궤도에 오르면 특정 장기가 손상됐을 때 자신의 세포에서 양육된 장기를 이식받을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양자이론은 단백질과 DNA 분자에 원자들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를 놀랍도록 자세히 알려준다”며 의학 발전의 일등공신으로 양자이론과 컴퓨터 공학을 꼽았다.

1.미래 교통수단으로 등장할 자기 부상 자동차.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초전도체나 영구 자석이 달려 있어 회전하는 바퀴 없이 허공에 뜬 채 날아갈 수 있다.

2. 우주로 가는 비용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우주 엘리베이터 개념도. 강한 원심력을 버텨내려면 나노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미래의 키워드는 지혜=저자는 올바른 예측은 올바른 정보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현재 과학기술 발전을 보다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은 자연의 기본 법칙들, 즉 중력, 전기력과 자기력, 원자핵에서 작용하는 힘인 약력(weak force)과 강력(strong force)을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어쨌든 첨단 과학기술이 이끄는 미래에 대해 저자는 “매우 희망적”이라고 본다. 단적인 예로 “어느 누가 사람을 통째로 복제하고 싶겠는가”라며 인간복제의 사회적 파장은 그리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 했는데(복제), 과연 그럴까하는 의문은 남는다.

우리 인간 마음 한 구석에 ‘원시적인 야만성’이 있다며 과학은 양날의 칼과 같다고 했다. 따라서 이 ‘칼’을 잘 쓰기 위해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정보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지혜와 통찰력”이며 “지혜는 민주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에서 얻어진다”고 주장했다.

‘과학 좀 안다’고 자부하는 전문가보다 미래사회에 관심 많은 일반 독자에게 더 흥미롭게 읽힐 듯 하다. 상상력, 도전과 개척, 그리고 논리와 실험의 가치가 부각되니 청소년들에게도 유익할 것 같다.

과학이 모든 걸 풀어주는 척척박사가 아니고, 철학이 없는 과학은 되레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모르는 건 아니지만 과학이 약속하는 ‘놀라운 신세계’는 분명 매력적으로 성큼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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