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공기업 경영혁신은 고객관계관리 재조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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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0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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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욱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MOT는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의 줄임말로 원래 투우에서 쓰는 용어다. 투우사가 황소를 데리고 재주를 부리다 마지막 순간 황소의 급소에 칼을 찌르는 찰나를 일컫는다.

기업 경영에서도 이 용어를 쓴다. '입소문 마케팅(Word of Mouth Marketing: How Smart Companies Get People Talking)'의 저자로 유명한 앤디 세르노비츠는 기업 경영에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이 MOT라고 주장한다. 그 순간은 바로 기업의 직원이나 여러 자원이 고객과 처음 만날 때를 의미하며, 이 때 그 고객이 충성 고객이 되는지 불만 고객이 되는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MOT에서 기업과 처음 만난 고객이 만족하지 못했을 경우 향후 기업 경영에선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MOT에서 만족하지 못한 고객이 평균 10~15명의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경험을 하소연하고, 이 하소연이 입에서 입으로 퍼진다고 가정해보자. 그 기업의 이미지는 추락하고 시장은 그 제품과 서비스를 차갑게 외면할 것이다.

때문에 기업은 자사 서비스에 대한 칭찬과 불만을 실시간으로 청취할 수 있는 인터넷 게시판, 고객불만센터 등을 운영해 불만 고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국 경영학에서 MOT는 기업이 포기할 수 없는 고객을 위하는 마음, 즉 고객중심적 사고를 뜻한다. MOT에 대한 관심은 고객을 끊임없이 감동시켜야 지속적인 경쟁력을 보장할 수 있다는 기업 경영의 대원칙이기도 하다.

최근 사기업 뿐 아니라 공공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공기업에서도 MOT를 강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기업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고 그 투자의 회수 또한 장기간에 일어나는 사업, 하지만 공공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을 국가를 대신해 수행하는 기업이다.

과거에는 공기업이 경쟁과는 거리가 먼 집단으로 여겨졌지만, 현재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공기업의 경영혁신과 민영화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면서 이제 공기업도 경쟁선상에서 다시 출발해야하는 처지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이 공기업들도 하나 둘 CRM(고객관계관리)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CRM을 잘 한다고 평가되는 한전의 경우 고객 전용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적인 CRM 실행기반을 조성하고 사이버지점의 역할 강화를 통한 모든 민원을 사내 영업정보시스템과 연계해 실시간 처리하는 등 고객 상담을 1시간 이내에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환경을 갖췄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공기업들은 고객지향 마인드를 아직 정착하지 못하고 미결의 숙제로 남겨두고 있다.

공기업이 사기업처럼 변한다는 것은 결국 지금까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고객지향적 마인드를 공기업 내에 새롭게 내재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기업 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MOT에서 고객을 감동시키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과연 지금까지 공기업 내부에서 큰 존재감을 지니지 않았던 고객지향적 마인드를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까? 공기업 경영의 어려움과 도전은 이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공기업이 고객지향적 마인드를 구축하려면 CRM의 의미부터 재조명해야 한다. 고객관계관리는 고객 정보와 과거 구매패턴을 데이터베이스(DB)화 하고 소비패턴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수행, 향후 자사에 최대의 성과를 가져올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고객과의 관계 설정을 단기적 시각에서 보지 않고 장기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 기업 내부에 고객 지향적 마인드를 심는 마케팅 기법이자 경영의 철학이다. 이러한 고객관계관리의 철학은 제조업과 서비스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폭넓게 도입되고 있다.

공기업은 특성 상 사기업처럼 고객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고객관계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공기업이 변화의 기로에 선 이상 자사와 직간접적 관련성이 있는 협력 업체, 정부, 이해 관계자 모두를 고객으로 정의하고, MOT에서 고객의 마음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한 체계화된 전략 수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다면 공기업이 고객관계관리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첫째, 많은 기업이 가장 간과하고 있는 점은 고객관계관리가 기법이자 시스템이며,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맹신이다. 고객관계관리는 기업의 경영 철학이다. 조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업무에 이를 내재화시키고 체화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고가의 고객관계관리 시스템 도입은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내 기업은 이 점에서 실수를 저지른다. 사용하지도 않고 사용하는 방법도 모르는 고급 고객관계관리 솔루션을 애물단지처럼 보유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고객관계관리의 핵심은 조직원들의 고객지향적 마인드 전환과 실제 업무에서 이같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둘째, 고객관계관리는 각 기업의 특성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업무 특성 상 고객 정보를 쉽게 수집할 수 있는 금융회사 및 인터넷 기업이 제조기업에 비해 고객관계관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공기업에도 고객 정보를 쉽게 취합할 수 있는 공기업과 그렇지 못한 공기업이 존재한다. 고객정보를 취합하기 어려운 공기업은 투자비용 대비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도입 초기에 이를 잘 분석해 무조건적 도입과 적용보다는 자사의 실정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고객관계관리는 CEO를 비롯한 전 사원이 동참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만 한다. 기타 다른 경영 기업과 마찬가지로 고객관계관리 역시 주로 CEO를 비롯한 임직원의 발의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조직원들에게 체화시키려면 고객관계관리 철학과 기법을 임직원부터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 윗사람이 솔선수범하고 개별 조직 구성원에게 명확한 실천 방향을 제시해줘야 기업 전체에 고객지향적 마인드를 심을 수 있다.

공기업의 고객관계관리는 지금까지 없었거나 부족한 마인드를 새롭게 심는 과정이다. 씨앗을 뿌려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며 햇볕을 가려 소중하게 키우는 농부의 마음으로 기업 내에 고객 지향적 마인드를 새롭게 싹 틔워야 할 것이다. 그 싹은 언젠가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공기업에 풍요로운 미래를 약속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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