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원자력에 대한 시각의 차이
[E·D칼럼] 원자력에 대한 시각의 차이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12.11.23 0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무환 / POSTECH 첨단원자력공학부 주임교수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 여부, 품질보증서가 위조된 검증되지 않은 부품의 사용 등 최근 원자력에 대한 논란은 신문, 방송 등 언론의 ‘단골손님’이 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영광 5,6 호기를 비롯한 여러 호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지 되면서 겨울철 전기 공급부족, 전력부족에 따른 LNG의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등 예상치 못했던 파급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품질보증서 위조 사건처럼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는 명백한 문제점이 있는 반면 현장점검 중 발견된 영광 3호기의 제어봉 삽입관 균열이나, 울진 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 등의 일들은 시각에 따라 심각히 왜곡되어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경우도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점검 중 영광 3호기의 제어봉 삽입관 균열을 발견한 것은 원자력발전소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원자력발전소의 엄격한 점검과 규제가 왜 필요한지를 정확히 설명하여 주는 아주 좋은 예이다.

수많은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원자력발전소는 어떠한 완벽한 부품을 사용한다고 해도 결함이나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발전소를 설계할 때 어떠한 부품의 고장이나 결함이 발생하더라도 안전하게 발전소가 정지하도록 대비하고 있다. 또한 부품의 결함이나 고장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하여 충분히 검증된 제품을 최대한의 품질 관리를 통하여 생산,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건설과 운영 중에도 각 부품에 대한 체계적이고 세밀한 검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 부품의 결함이나 고장을 일으킬 수 있는 징후를 미리 발견하여 정비를 함으로써 가동 중 고장 및 발전소 정지를 최소화 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장이나 결함을 사전에 발견하여 정비하는 것은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기 위한 종합적인 시스템에서 반드시 설계되어 있는 범위내의 극히 정상적인 프로세스의 일부분인 것이다.

증기 발생기의 다수 결함이 발견되면서 기기 교체를 위해 정지 중인 울진 4호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기 점검 중 증기 발생기의 세관에 다수의 표면 균열이 발견되어 자체 정비 계획을 수립하여 정비를 진행하던 중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특별 점검 과정에서 결함으로 의심될 수 있는 부분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이 경우 표면 균열인 만큼 증기 발생기 교체 준비를 위한 1년 정도의 기간은 안전에 아무 이상 없이 운전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었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증기 발생기를 교체하기 전까지 1년 이상을 정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조금이라도 안전에 의심이 생길 경우 전기 수급이 어려워지더라도 발전소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매우 좋은 본보기다. 하지만 이러한 정상적이고도 매우 엄격한 과정을 거쳐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근거가 미약한 주장들이 제기되어 국민들의 의구심만 키우고, 해명이나 설명은 잘 전달되지 않아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 역시 문제다.

한편으로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우선 고장으로 인해 발전소가 정지했다는 사실은 바로 사고로 직결되고, 후쿠시마 원전사고처럼 방사성 물질의 누출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가지게 된다. 매번 관련 발표 말미에 “방사성 물질의 누출은 없었다”고 사족을 다는 것 조차 의심스럽다. 여기에 한국수력원자력이 발표하는 안전관련 자료의 내용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점검을 통해 추가로 밝혀지는 결함이 있다는 사실도 걱정을 더한다. 더구나 고리 1호기 전원 상실 상태 은폐부터 계속되어온 일련의 사태가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회사의 전문성 및 윤리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원자력 산업계의 시각과 원자력을 반대하는 국민의 시각은 서로 다른 면을 보면서 평행선을 그을 수 밖에 없다. 같은 사실을 보고 제대로 시스템이 잘 가동되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시각과, 막연하게 불안하고 무언가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시각의 차이를 해소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

필자의 견해로는 원자력발전소는 수 많은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계들의 집합체이고 이들은 다른 기계들처럼 언제든 고장이 날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고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영주체는 합리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한편, 고장이 날 경우 안전하게 발전소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부분의 국민에게 이해하기 쉽고 신뢰할 수 있도록 설명되고 있지 않다고 여겨진다.

전문가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제일 잘 아니 무조건 믿고 따라오라”는 논리는 이제 호응 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잘못된 사실은 솔직히 시인하고,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모두에게 언제든 투명하게 알린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떠한 사실이던 시각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의 차이를 서로 해소하기 위해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건설적으로 소통해 나간다면 그 사회는 합리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발전적인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력 수급과 같이 실생활에 당면한 문제 역시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