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남미 전력 비즈니스의 시작, 멕시코
[기고] 중남미 전력 비즈니스의 시작, 멕시코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13.01.03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창진 / KEPCO(한국전력) 멕시코 노르떼 법인 운영이사

 
중남미 전력사업의 '거점'

2010년 8월2일,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멕시코 연방전력위원회(CFE)가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발주한 433MW급 노르떼Ⅱ 가스복합화력 프로젝트(BOO)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일본의 Mitsubishi와 Mitsui, 스페인의 Iberdrola와 Avengoa 등과 맞서 삼성물산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현지 기업 Techint를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하는 등 치밀한 입찰전략을 통해 사업비 4.3억달러 규모의 건설사업과 25년간의 운영사업을 수주함으로서 진입장벽이 높은 멕시코 민간발전 시장에, 중남미 전력사업을 향한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1992년 공공전력법 개정으로 발전설비용량의 25%를 민간에 개방하기 시작한 멕시코 IPP 시장은 마켓의 90% 가까이를 양분하고 있는 스페인계 및 일본계 메이저 플레이어와 인터젠 등 미국회사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1519년 에르난 코르테스의 정복을 시작으로 300년 가까이 식민 통치해왔던 스페인, 지리적 인접국가로서 멕시코 외국인직접투자액(FDI)의 50%를 유지해 온 미국 기업들의 멕시코 경제무대에서의 활약은 이해가 되지만, 일본의 높은 시장점유율에 대해서는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미쯔이 등 일본 기업이 100년전부터 멕시코에 투자를 하며 공들여 왔다는 설명을 듣게 되면 그 의문은 곧 해소된다.

1990년대 필리핀 사업을 시작으로 아시와 중동으로 뻗어 나가던 한국전력의 글로벌 비즈니스가 중남미로 진출하는 데 있어, 노르떼Ⅱ 프로젝트가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멕시코를 보더라도 2012년 12월1일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정치적, 사회적 이슈로 지연되었던 IPP 프로젝트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여진다. 노르떼 이후 2년간 발주된 사업이 없어 애태우던 KEPCO 해외사업팀에게 2013년은 기회의 해가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수주전이 될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Late Mover로서의 태생적 제약요인들, 이를테면 비대칭적 정보, 대정부 관계에 서의 메이저들과의 차별성, 신규 진입자를 겨냥할 집중적 견제 및 반격 전략 등은 다시 한번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유럽의 재정위기 한 복판에 있는 스페인 국민들이 어려운 경제여건을 벗어나기 위해 멕시코 등으로의 이주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스페인 기업들이 지금까지 보기 어려웠던 공격적 자세로 달려드는 사례가 북부 가스파이프라인 사업 등 최근 발주 프로젝트에서 잇따라 목격되고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할 듯하다.

유일하게 정상 진행중

아울러 노르떼Ⅱ 프로젝트는 KEPCO와 발주처 서로에게 앵커포인트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사업확대의 교두보이지만 그들에게는 시금석인 것이다. 발주처인 연방전력위원회를 비롯,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KEPCO의 멕시코 내 최초 사업의 진행을 기대 반, 우려 반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업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KEPCO의 신뢰에 흠결이 발생함은 물론, 차기 사업 수주에 큰 장애가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프로젝트 계약구도를 떠나, 노르떼Ⅱ 발전소의 적기준공과 적정 성능확보를 반드시 이루어 내야할 또 하나의 이유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노르떼Ⅱ 건설 공정률은 현재 95%대로 2013년 5월31일 준공을 향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북부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고 있는 발전소 건설 사업 중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유일한 프로젝트라는 게 연방전력위원회 관계자의 귀띔이기도 하다.

키 작은 나무만 듬성거리고 바람에 나무 넝쿨이 구르는, 전형적인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멕시코 치와와 벌판에 발전소 건설의 첫 삽이 뜨여진 건 2011년 1월이었다. 노르떼Ⅱ 사업자 선정 이후 법인설립, 은행계좌 개설, 사무실 준비 및 전기판매사업 허가 구득 등 기본적 사업 인프라 구축을 마친 뒤였다. EPC 계약자로 선정된 삼성엔지니어링과의 건설 Kick-off 미팅을 시작으로 건설공정이 시작되고, 현지직원 채용과 일정별 정부 인허가 구득,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계약을 위한 대주단과의 협상 등도 본격화 되었다.

2011년 7월 금융계약(PF) 협상이 종결되어 대주단으로부터의 건설자금 입금이 시작되었고, 발주처와 협의를 통해 선행공정으로 타이트하게 짜여진 공정률을 따라 잡기 위한 야간 돌관 작업도 수시로 이루어져야 했다. 노르떼Ⅱ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중남미에서는 보기 드믈게 사업의 수익성만을 담보로 장기간 금융이 이루어진 성공사례로 평가되어 유로머니에서 올해의 프로젝트(2011, 중남미 부분)로 선정되기도 했다. 무중생유(無中生有). 허허 벌판 위에 하나 둘씩 기초가 올라가면서 지금은 온전한 발전 플랜트 모습으로 모든 기자재 설치가 완료되고 2013년 1월, 가스터빈 1호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험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화적 '다름'을 넘어서

완성되어가는 플랜트 외형만큼이나 모든 일정이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건설·환경 등 단계별로 인허가를 취득할 때 마다 늘 일정에 쫓겨 애를 태워야만 했다. 중남미 특유의 불투명한 업무관행 탓에 파일링 후 답변을 기다리면 하세월이어서 수시로 담당자를 찾아 독촉해야만 한다. 가스관설계 인가 문제로 멕시코 석유공사와 협의할 때는 그것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담당자와의 예약을 통한 등록 없이는 3중·4중의 Security Check 라인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지인력 채용관리도 늘 이슈가 되는 사항이다. 전력사업 부문에 분야별로 경력이 있는 자원이 많지 않아 채용에 어려움이 있고 멕시코 노동법이 지나치게 근로자 중심으로 되어 있어 노무관리도 매우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인 채용직원은 현재 50명. 한 번에 150여명에 이르는 자원을 리쿠르팅, 서류심사 및 5차례의 집단면접을 통해 20여명을 선발하기도 했다. 글로버 비즈니스에서 직면하는 Cultural Difference 문제도 늘 잠재되어 있는 이슈 중 하나다. 특히 그 두 부분이 관리자와 피관리자로 나누어져 있는 구조에서는 조그마한 실수도 큰 오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 다름을 다른 한쪽의 틀림으로 규정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요인이다. 멕시코 법인에서 문화적 다름을 넘어서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대표적 사례를 들자면, 도시락 문화 도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져 온 도시락을 통해 음식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와 한자리에 모여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매일 갖게 되며, 무엇보다도 점심시간마다 한국 파견자와 현지인력이 서로 구분되어져 고착화될 거리감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듯하다. 가끔 끊이는 라면은 멕시칸들도 좋아하여 훌륭한 공유음식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사업 추진에 있어 위협이 되는 건 치안문제다.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처럼 극심한 빈부격차 구조는 극빈층을 거리로 내몰게 되고 거리에는 늘 생계형 범죄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지난 칼데론 정권이 시작한 마약과의 전쟁은 결과적으로 벌집을 쑤신 형태가 되고 말았다. 2012년 기준으로 7만명이 마약전쟁에 의한 사망자 통계에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균형과 질서가 없어진 마약 조직들은 파편화되어 전국 곳곳으로 흩어지게 되고 범죄형태도 마약밀매에서 납치, 강탈 등으로 변형되는 결과를 낳았다. 문제는 마약전쟁을 향한 정권의 의지와는 달리, 시내 경찰은 범죄와 연루되어 있거나 아니면 무기력하다는 점이다. 멕시코 대표적인 항구인 베라쿠르즈 시내 한가운데에서 근 30여구나 되는 시체를 트럭으로 옮겨와 도로에 뿌려 놓는 1시간 동안, 멕시코씨티 법인 사무실 인근의 시내 음식점에서 30여분간의 총격전으로 3명을 죽이는 동안 매번 총격살인이 진행되는 중에 경찰은 보이지 않는다. 멕시코에서 살인범 검거율은 25%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마약전쟁 보다는 치안강화에 주력하겠다고 하니 기대를 갖고 두고 볼 일이다.

치열하고 분주한 움직임

KEPCO는 이역만리 먼 멕시코에서 발전사업을 시작하였다. 25년간 운영될 사업을 위해 많은 인원이 오고 감을 반복할 것이며, 추가 사업 수주를 위해 그리고 수주된 추가 사업 건설과 운영을 위해 또 그 먼 길을 이동할 것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 역시, 이곳 멕시코를 무대로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자원이 많은 나라 멕시코에서, 생산량이 줄었어도 여전히 세계 10위의 석유생산국, 천연가스도 있고 은과 동 매장량이 각각 세계 1,2위인 나라에서.

부모세대까지만 해도 수확이 끝나고 두 계절을 못가 먹을 것이 없어 보릿고개 넘기가 힘들었던, 1년 4계절을 추위와 더위를 나기 위해 늘 분주해야 했던 나라의 후손들이 망고나무에 망고가 산더미처럼 열리다 떨어져 뒹구는 곳에서, 연중 날씨가 따뜻하여 변화 없이 사는 데 익숙한 곳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외화 벌이를 위해 전 세계를 무대로 그들보다 치열하고 그들보다 분주하게 뛰어 다니고 있는 움직임들은, 선조로부터 오랜 동안 축적되어 내려온 유전적 본능에 의해 구체화된 하나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