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함북 스타일, 경남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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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3.0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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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우리 국민 참 이상하다. 경상남도 고리 1호기에 사고가 나면 찬물이 들어와 원자로가 유리잔처럼 깨진다는 황당한 환경단체 선전에는 온 나라가 화들짝하더니 정작 함경북도 만탑산에서 히로시마급 핵폭발이 일어나고,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 버섯구름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는데도 시민단체, 환경단체는 꿀 먹은 벙어리들처럼 잠잠하다.

세계 각국이 재래식 화약 1만톤 이상으로 평가하며 국제안보 판짜기를 다시 하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8000톤 이하라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북쪽에겐 측은해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은 함북, 우리는 경남 스타일.

그런가 하면 한반도는 함구무언 핵무기를 개발해온 북쪽, 즉 함북과 경이로운 원자력을 개발해온 남쪽, 즉 경남 스타일이 교차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재작년엔 이웃 후쿠시마 원전, 작년 한해는 우리 원전이 줄줄이 크고 작은 말썽을 일으키며 우리 원자력계는 사그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반세기 넘게 쌓아온 원자력의 공든 탑은 세월을 뒤로 하고 다시 바로서야 할 때다.

찬핵, 반핵할 게 아니라 안핵, 즉 핵은 안하는 게 아니라 안전하면 된다. 우린 독일처럼 쉽사리 팽개칠 수도 없다. 현실적 차선이란 얘기다. 새 선장과 함께 보다 안전한 원자력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제 아랍에미리트 너머 다른 나라에도 원전을 수출해야 한다. 새 정부는 건설과 플랜트, 원전 해외 진출을 촉진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키로 했다. 세계 건설 5대 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관제탑 기능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묶음 형 수출을 지원하며 연구개발 역량을 제고할 거란다. 운영정비, 계속운전 쪽도 진출하기 위해 세부 전략을 마련하고 전문 인력을 대거 확충키로 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조만간 원전을 발주하기로 하고 한국형 원전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디는 오는 2030년까지 총 1700만 kW가량의 전력을 원전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100만kW급 대형원전 17기가 지어져야 한다.

원전 1기당 약 5조원으로 추산하면 100조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사우디는 올해 말, 늦어도 내년에 원전 2기를 먼저 발주하고 2022년부터 운영을 시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산유국인 사우디가 원전을 가지려는 것은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사우디는 생산한 원유의 1/3인 300만배럴을 국내 발전에 쓰는데 수요가 급증하면서 2030년이면 800만배럴의 원유가 필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로서는 원자력으로 값싼 전력을 생산하고 값비싼 원유는 수출하는 게 이득이라는 계산을 한 것이다.

현재 우리는 이 밖에도 핀란드, 터키,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원전 수주 전에 뛰어든 상태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우디가 본격화되면 어느 나라보다 사업성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재정이 탄탄한데다 이웃 아랍에미리트 원전을 한국이 짓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규제가 강하고, 터키는 살림살이가 힘들어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사우디는 지불능력이 걱정되진 않지만 프랑스가 벼르고 있어 수주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성 못지않게 안전성이야말로 원자력의 재도약을 위한 선결 조건이기도 하다. 국내 원전 사업자의 타성과 실수, 과신이 지금 이 시간에도 해외 수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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