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원전을 둘러싼 신정부 딜레마
[E·D칼럼] 원전을 둘러싼 신정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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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4.0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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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 건국대학교 경상학부 교수

 
지난 3월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2주년을 맞이하였다. 하지만 원전 인근지역에선 여전히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어 원전에 따른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은 원전제로를 선언하고 지난해 5월 54기 원전 가동을 중지했으나, 심각한 전력수급난에 봉착하여 7월에 오이원전 2기를 재가동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더불어 지난 연말에는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던 자민당이 승리하면서 정책이 원전 재가동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총 발전설비 가운데 23%가 원전설비인 독일은 일본 원전 사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독일 정부는 대체에너지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정책을 발표하였으며, 원전을 폐쇄하고 주변 국가로부터 전력을 구입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이 정책은 결국 벽에 부딪치게 되었다. 전력요금 인상을 통해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겠지만,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일반 소비자 가계의 부담이 증가하였기 때문에 정치가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책이었다.

자원이 없는 상태(no coal)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no choice)고 주장하는 프랑스는 일본 원전 사고로 말미암아 큰 충격을 받았다. 올랑드 대통령은 2025년까지 현재 75%인 원전 비중을 50%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집권했지만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심지어 작년 8월 몽트부르 산업장관은 원자력에너지 산업은 프랑스 미래산업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원전에 애착을 갖고 있다.

미국은 34년만에 원전 건설을 승인하였다. 보글 3,4호기와 섬머 2,3호기 등 20기가 넘는 신규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원전에 대한 안전성을 점검한 후 원전 건설을 재개하려는데, 현재 28.6GW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인도는 2050년까지 전력의 25%를 원자력으로 공급할 예정이며, 러시아는 2030년까지 30%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이 원전을 수출한 UAE를 비롯하여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국내 전력수요를 원전으로부터 충당하고, 값비싼 석유는 수출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원전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의 근본적인 원인은 원자력이 가장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데 있다. 국내 기준으로 전기 1kWh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원자력 27원, 석탄 53원, 액화천연가스 155원, 석유 250원에 이를 정도로 원자력이 가장 싸다. 가스나 석유, 석탄 등은 전체 발전 비용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지만,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은 전체 발전 비용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외에도 탄소 배출량이 적은 것도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원전은 세계적인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로부터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여러 이유 때문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원전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독일처럼 원전 가동을 줄이고 전력을 수입하는 방법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지리적으로 독일과 달라서 전력을 공급받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전력계통으로 보면 섬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필요한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리원전 1호기 정전 은폐사태와 각종 원전 비리 등이 맞물리면서 원전 산업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으며 반원전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되었는지 몰라도 제6차 전원계획에서는 전원(電原) 계획의 중심에 있던 원자력에 대한 판단을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시점까지 유보하게 되었다.

정부는 제6차 전원계획 목표가 ‘안정적 전력수급’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대신 대규모 석탄화력이라는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전력요금 나아가서는 물가안정과 기후변화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원전을 신뢰도 때문에 보류해야 할지는 신정부가 처한 딜레마이면서 신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신정부는 원전 산업,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여러 회사들에 대해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고, 전력요금과 기후변화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만 원전을 둘러싼 딜레마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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