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원자력, 소통과 국민적 합의
[E·D칼럼] 원자력, 소통과 국민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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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4.1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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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환 / POSTECH 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

 
2013년은 원자력 산업에서 특히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특히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함께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공론화, 월성원자력 1호기의 계속운전 여부는 끊임없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논의들이 합리적으로 결론지어져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근간으로 해야만 한다. 특히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적절한 합의를 적절하게 이끌어내느냐는 점은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할 사항이다.

과거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위험은 우리가 잘 알고 있거나 이해하기 쉬운 자연으로부터의 위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첨단기술이 가지고 있는 난해함, 이러한 기술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다양한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과학기술의 사용이 가져다 주는 위험에 따른 분명한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게 됐다.

예를 들어 유전자 변형 먹거리, 조류 독감 그리고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 등이 그렇다. 이러한 관점에서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한 논쟁도 여기에 사용된 광범위한 첨단기술에 대한 난해함과 불확실성에 대한 이해도 여부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술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에 발생가능한 위험에 대한 인식은 개인과 각 집단이 속한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는 우리에게 원자력발전이 가진 매우 파괴적인 위험성이 존재함을 가르쳐주었다. 이 문제를 개발 초기부터 인식한 사회는 원자력의 산업적 이용자와 이를 독립적으로 규제하고 감시하는 전문가를 각각 분리하여 운영한다. 즉, 국민과 사회는 설계자나 건설자 그리고 운영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판단이 정말 정당하고 충분히 안전한지를 독립적인 기관에서 평가하도록 위임한다. 이에 따라 규제기관은 산업체가 경제성이나 효율성 때문에 안전성 확보를 소홀히 하는지 여부를 계속하여 감시·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몇 차례 발생하고, 사회는 이러한 규제 체계와 함께 일반인들이 스스로 안전에 대한 확신을 하도록 하는 상황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비교적 전문적인 지식을 축적하게 되고 사회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 영역에서까지 광범위한 시민들과의 소통과 이들 사이의 합의를 필요로 하는 구조가 된다.

소통이란 전문가나 한 집단이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러한 과정은 교육이나 계몽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소통이란 정하여진 결론 없이 모든 사실과 기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회에 궁극적인 이익이 되도록 해당 구성원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한 두 집단의 배타적 이익이나, 정치적 목적 달성이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의 발전과 국민의 궁극적 행복을 목적으로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과학기술적 지식과 같은 객관적인 사항을 근거로 해야만 한다.

‘진정한 소통’이란 서로의 주장을 충분히 이해하려는 노력과 나와 의견이 다른 집단의 의문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같이 병행될 때 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과 집단은 적어도 논의하고자 하는 분야의 기초적 지식과 이를 이해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의견이 다른 사람과 매우 끈기 있게 토론과 설득, 협의를 할 수 있는 합리성 역시 중요한 덕목이라 하겠다. 이미 우리 사회는 일반인이 대단히 높은 과학기술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회로, 이러한 사람을 집단의 대표자로 선출하기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여겨진다.

첨단기술이 아무리 우리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 할 지라도, 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안전과 신뢰를 확보할 수 없다면 그 기술은 사용할 수 없다. 또 이러한 국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통해 사회가 수용할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진정 의미있게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이루어지려면,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소통을 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기초지식에 대한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준비된’ 사람들이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대표성을 확보하고 모여 소통을 통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면,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원자력발전과 같은 수많은 논쟁적인 사안에서 필요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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