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다단계, 사이비들의 심리전
도박, 다단계, 사이비들의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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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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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번도 가보지는 않았지만 카지노에는 시계와 창문이 없다고 한다. 할인점이나 백화점에는 고객의 동선을 최대한 길게 만든다. 그리고 음악조차 시간대에 따라 달리하거니와 시계도 없고, 화장실의 위치조차 고려한다고 한다. 상품의 배치는 말할 것도 없다.

합법적인 상품 판매나 카지노의 도박도 이렇게 인간의 심리를 깊이 연구하지만, 인간의 심리를 가장 잘 이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도박꾼, 사이비, 돌팔이, 다단계일 것이다. 도박, 사이비, 다단계는 놀랄 만큼 비슷하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도 공통점이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는 점이 똑같다. 달리 말하면 인간을 속이는 것이 같다는 말이 된다.

다단계에 빠져 인간관계가 망가지고, 수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수천만원의 손해를 본 사람이 주위에 널려 있는데도 다단계에 빠지는 것이나, 사기 도박에 걸려드는 것이나, 사이비, 돌팔이에 속는 것이나 모두 고도의 심리전에 넘어간 결과일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 다단계를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의 수입이 평균 1년에 수십만원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의 1년 수입이 평균 56만원이라는 것이 밝혀진 지금도 다단계의 일확천금, 인세 수입이라는 감언이설과 심리전에 속고 있는 사람은 변함이 없다.

혹여 타짜라는 사기 도박을 다룬 책이나 만화를 보신 분이 있다면 공감을 깊이 하겠지만 사기 도박은 기술이 아니라 심리전이라고 한다. 사기 도박이나 사이비, 돌팔이, 그리고 점술가들, 점쟁이들 모두 인간의 약한 점을 파고든다.

그 약점이란 인간의 욕망이며, 이들은 속이려는 사람에게 끝없는 환상을 심어준다.

도박이라면 이길 수 있다는 환상을, 만성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한방에 나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믿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전은 보통사람이라면 대부분 넘어갈 정도로 교묘하다.

넘어가지 않는 방법은 한가지다. 어떻게 속이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기 도박꾼들이 이른바 호구에게 접근해 가산을 탕진하게 하는 방법은 대략 이렇다고 한다. 처음에는 판돈을 오락수준에서 시작하고 호구가 돈을 따게 해준다. 그리고 다시 호구가 왕창 잃게 한다. 여기에서 그만하면 되지만 호구는 미련을 가지게 마련이다. 다시 하면 딸 것 같고, 이대로 그만두기에는 많은 금액을 잃어 그만 두기에는 너무 억울하기에 그만두지 못한다. 그래서 밀고 당기면서 점차 잃은 돈이 많을 수록 미련은 점점 커지고 결국은 가산을 탕진하게 되는 것이다.

다단계도 마찬가지로 대형집회를 좋아한다. 대형집회는 종교 집회와 비슷하다. 그리고 가장 화려하게 차려입은 성공한 사람들이 나와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자기가 증인이라고 외친다. 마치 간증처럼 증언하면서 사람들을 믿게 한다. 뿐만 아니라 아주 교묘한 심리전의 장치가 모두 마련돼 있다. 성공하려면 성공한 사람처럼 행동하라고 말하면서, 빚을 내서라도 좋은 옷, 고급차를 사게 한다. 이러한 기존의 회원을 처음 본 신입회원들은 그 내용을 모르고 다단계 기존 회원들이 모두 최상의 옷, 고급차를 가진 것을 보고는 믿어버린다.

사이비 돌팔이들도 수많은 환자들의 거짓 치유담을 선전한다. 같은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치유담으로 선전을 한다면 민간요법이든, 대체 요법이든, 신앙치료이든 의심해야 한다. 참으로 좋은 치료라면, 증명이 된다면 선전이나 광고가 필요 없다. 이미 모든 정보가 자유로이 유통되는 현대에 이러한 간증식의 선전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믿음을 전제로 하는 광고, 선전은 도박, 사이비, 돌팔이, 다단계 모두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다는 것과 어떻게 인간을 유혹하는 지 그 수법을 안다면 속지 않을 것이다.

< 김승열 / 강릉동인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영동 응급의료정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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