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밀양 송전선로, 조속하고 합리적인 해결을
[E·D칼럼] 밀양 송전선로, 조속하고 합리적인 해결을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13.05.30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욱 / 건국대학교 경상학부 교수

 
전기는 생산한 것을 오랫동안 보관하였다가 쓸 수 없고, 생산한 전기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제공하여 바로 사용하는 재화이다. 전기를 생산해서 수요자에게 제공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송전선로이다. 송전을 위해서는 송전탑이 필요한데, 송전탑 건설은 한국전력이 직면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이다.

한전은 올 7월부터 시운전을 시작할 신고리 3호기 건설에 맞춰 신고리~경남 창녕을 연결하는 90.5km 구간 765kV급 송전탑 건설을 2005년부터 추진했지만 8년째 표류중이다. 2008년 8월 착공한 이래 2010년 12월 준공 목표였지만 현재 공정률은 73%에 불과하다. 철탑 161개를 세우는 사업 가운데 현재 밀양을 제외한 양산시, 창녕군, 울주군, 기장군 등 4개 시·군에선 송전탑 공사가 완료돼 있는 상태이지만, 밀양지역 52기는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16일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이 분신·사망하면서 주민과 한전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고, 올해 1월에는 주민들이 한전 간부를 고소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밀양 주민들은 국회 증언 대회를 열어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으며,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고 하면서 살던대로 살게 해달라고도 했다. 동시에 정부나 한전 또한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당초 밀양 송전탑 건설은 부족한 전기를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각 지역에 수송하기 위해 계획되었으므로 밀양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난 2011년 전국적인 '블랙아웃(정전사태)'을 경험한 정부와 한전 입장에서는 밀양의 송전탑 건설이야말로 보통 일이 아니다.

주민 반대가 거세지자 정부는 공사를 중지하고 설득에 들어갔으며, 지난 4월에는 한전의 조환익 사장이 직접 나서서 밀양 30여개 마을을 돌며 보상안을 전달하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특히 조환익 사장은 지난해 말에 취임한 이후 6차례나 밀양을 방문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밀양지역 반대대책위는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이러한 대치 국면에서 한전은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하여 지난 20일 공사를 재개했었다.

밀양 주민과 한전의 갈등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전자파 위험성이다. 고압 송전선로가 마을을 지나가면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생성돼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으로 주민들은 역학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에서는 전자계 노출 여파로 암이 진전된다는 것은 밝혀진 바가 없다는 태도이다.

둘째, 선로 지중화나 선로 대체 송전이다. 선로 지중화에 대해서는 비용과 건설 기간에 대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고리~신울산 345kV 송전선 용량 증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 차가 뚜렷하다.

마지막으로 보상 범위 조정으로 한전이 제시한 지원안에 대해 대책위는 현실화 가능성이 없다고 불신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밀양 주민, 한전, 정부 모두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3자 모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우선 밀양 주민이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 밀양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가? 삼천포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인근 송전탑을 통해 신김해변전소로 보내지고, 북부산, 신울산, 울주 지역에 설치된 송전탑을 거쳐 밀양으로 들어온다. 밀양 주민들은 다른 지역의 송전탑을 통해 제공된 전기를 사용하면서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을 통과하는 송전시설은 불가하다고 주장하는데, 이같은 주장은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님비(NIMBY)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한전은 조환익 사장이 오기 전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주민이 분신한 작년부터 전자파 위험성이나 지중화, 선로 대체 송전 등에 대해 검토를 시작하였다면 주민들을 논리적으로 설득시킬 수 있었으며, 합의점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과거 부안 방패장이나 새만금 갈등을 다루던 때와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갈등만 더 키워왔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이미 밀양주민, 한전 등을 포함한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여 파급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갈등을 해결하고자 노력했어야 했다. 지난 29일 공사를 40일동안 일시 중단하고 정부, 밀양 주민, 국회 추천 각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를 구성·가동하고, 여기에서 도출된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니,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향후 국책사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정부, 공기업, 국민 사이의 갈등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정부는 객관적인 잣대에 의거하여 국책사업을 추진해야 하고, 공평한 보상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대행기관이라 할 수 있는 공기업은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국민은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동시에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니면 만들어 놓은 것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또 다른 낭비가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