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원전 안전시스템, 근본적수술 필요
[데스크칼럼]원전 안전시스템, 근본적수술 필요
  • 송병훈 취재부장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3.06.07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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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자로에 시험성적표가 위조된 엉터리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 원전 2곳(신고리 2호기, 신월성1호기)이 가동을 멈추면서 각각 100만kw씩 200만kw의 전력공급이 단숨에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을 현재 건설 중이거나 가동중인 발전소에 추가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원자력발전소 23기 중 가짜부품을 사용한 이들 2기를 포함해 총 11기의 원전이 정비와 위조부품 교체를 위해 한동안 가동을 중단시켜야 할 상황이다.

가뜩이나 전력공급이 빠듯한 마당에 위조부품이 들어간 원전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했으니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는건 당연하다.

평년기온을 웃도는 무더위가 예보된 올 여름에 전력수요가 치솟아 최악의 정전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다.

산업부는 전력위기가 커지자 지난달 31일 전 공공기관의 냉방온도를 28℃ 이상으로 제한하고, 점심시간 이동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의 피크시간 때는 전등의 2분의 1을 소등하는 내용의 하계 전력수급대책을 발표했다.

전력수급대책에는 모든 공공기관은 7월∼8월에 전력사용량을 전년대비 15% 줄이고 계약전력 100kW 이상의 공공기관은 피크시간대 전력사용량을 20% 감축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지자체별 하계 에너지절약 대책본부를 구성해 에너지 낭비행위를 단속하도록 하는 등 강도높은 수급대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으로 올 여름 전력수급 위기를 넘길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지난 5일 오전 11시 20분 예비전력이 순간적으로 350만㎾ 미만으로 하락해 올해 여름 들어 처음으로 전력수급 경보 중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전력수급 경보는 준비,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분류된다. 예비전력이 400만㎾ 이상에서 500만㎾ 미만일 때 준비, 400만㎾ 미만일 때 관심, 300만㎾ 미만일 때 주의, 200만㎾ 미만일 때 경계, 100만㎾ 미만일 때 심각이 발령된다.

전력수급 경보 중 준비 단계는 3~5일 사흘 연속, 지난달 23일을 포함하면 올해 여름 들어 총 4번 발령됐다.
특히 원전 정지로 300만kW의 전력구멍이 생긴 상황에서 전력경보 단계 발령 횟수는 훨씬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6월 내내 예비전력 백만kW 대의 전력 위기가 지속되고, 특히 이번 주에는 93만kW 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전 23기 중 11기나 멈춰서면서 예상 최대 수요보다 200만㎾가 오히려 부족해진 지금 당장이 위기라는 얘기다.

게다가 원전 비리 수사 결과에 따라 원전의 추가 정지 가능성까지도 나오고 있어, '절전'의 강도를 높이는 것 외에는 해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여기에 큰 발전소 한 두 개가 더 고장이라도 나면 전력 ‘지급불능’ 상태, 곧 블랙아웃이 닥칠 수 있다. 결국 전력수급 상황이 '날씨'에 따라 요동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전력공급을 극대화해야 할 상황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당장 무더위와 싸워야하는 국민들의 일상적인 생활도 문제지만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자칫잘못하면 공장을 세워야 하는 극단적인 처방까지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원자력발전소를 수출까지 하는 마당에 어쩌다 이지경까지 왔는지 한심한 일이다.

원전 위조부품 문제가 불거진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에도 이미 여러 개 원전에서 비슷한 문제가 드러났었다.

그런데도 그동안 무엇하다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을 코 앞에 두고 같은 문제로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지 기가찰 노릇이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소에서 유사한 사건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안전시스템 자체를 재점검하고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관련회사와 책임자 몇 명을 고발하고 사법 처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검증기관이 서류를 조작해도 속수무책인 안전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으면 안된다.

원전 부품의 성능을 조사하는 검증기관들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복수이상의 부품인증 실험 조직과 기관을 통한 철저한 검증으로 이번 사건처럼 독점의 폐단을 막아야 한다.

특히 내부적으로 시험성적서를 검증할 수 있는 기관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부품의 출고를 확실히 관리하고 폐기된 부품은 확인과정을 거쳐서 폐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사건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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