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후정산 관행 논란 불씨 없앨 수 없나
[기자수첩] 사후정산 관행 논란 불씨 없앨 수 없나
  • 이진수 기자
  • 1004@energydaily.co.kr
  • 승인 2013.06.07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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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와 주유소 간 다툼을 빚어온 기름값 사후 정산 관행이 불공정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에쓰오일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주유소가 불이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고, 사후 정산이 공정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정유사의 사후 정산 관행은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또 “에쓰오일은 다른 정유사의 가격 동향 등을 살펴 경쟁사보다 높지 않은 가격으로 최종 가격을 결정했고 정산가격을 할증한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라고 지적했다.

사후정산 관행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도 조사대상 260개의 주유소 중 241개의 주유소가 사후정산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와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정유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정유사의 행정소송 결과 법원은 정유사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사후정산 관행은 주유소에 꼭 불리한 관행이 아니며 불법이 아니라고 법원은 판결한 것이다.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사후정산 관행이란 정유사가 주유소를 상대로 석유제품을 판매할 때, 정유사가 가격에 대한 정확한 정보 혹은 확정가격을 주지 않고 제품을 주유소에게 인도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확정된 가격으로 정산하는 판매 관행을 말한다.

이와 같은 관행으로 인해 주유소 업자들이 금전적인 피해를 보게 되는 부분은 정산하고 남은 금액이 주유소업자에게 도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제품 구입을 위한 자금으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다.

석유제품의 구매를 위한 돈을 정유사에 선 지급하지 않으면 제품을 받을 수 없지만, 반대로 구매를 하고 남은 돈은 다음 번 구입을 위해 정유사가 보관하게 된다.

주유소업계에서는 남는 돈이 발생해 금융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유사들의 입장은 사후정산의 주요 목적이 석유제품의 가격을 추가적으로 인하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에, 주유소에게 이득이지 손해가 아니며 자사 주유소들의 가격경쟁력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주유소 업주는 잠정가격으로 인해 자신의 원가비용에 대한 오판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가격경쟁에 나설 수 없다” 며 “결과적으로 확정가격을 받기 전까지의 주유소 업체는 주변의 주유소들과의 가격경쟁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후정산 관행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유사별 가격공개, 석유 혼합판매,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등의 가격경쟁정책들을 무력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주유업계에서는 이러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안으로 전자상거래를 법제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모든 유류거래를 전자상거래하면 매일 매일 공급사는 확정된 가격으로 경쟁하게 되기 때문에 사후 정산은 사라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주유소 업자가 구매하는 제품의 공급가격을 비교하고 가장 싼 석유제품을 구매하게끔 해 정유사 간의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대부분의 정책들은, 주유소 업자가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의 가격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이미 법원의 판결이 내리진 사후정산 관행을 다시 논한다는 것이 무의미할 지도 모른다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국내 석유유통시장에 도움이 된다면 정유사, 주유소뿐 아니라 정부가 함께 보다 좋은 시장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봐야 될 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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