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전 부품 위조, '사실'과 '이면'
[기자수첩] 원전 부품 위조, '사실'과 '이면'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3.06.14 09: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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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불거진 원전 부품 위조사건은 원자력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까지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맞다. 이 모든 것들은 원전 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시험기관, 부품 납품업체 등 원자력계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그들은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사죄하고, 어떠한 책임이든 지는 것이 옳다.

하지만 기자는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사실', 그리고 그 '이면'과 '진실'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번 건을 보자. 이번 사건은 국내시험기관이 해외시험기관에 의뢰한 시험결과 자료 중 불합격 부분을 임의로 삭제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서는 기기 납품업체(검증서 의뢰자), 국내시험기관, 검수기관간 비위행위 등도 수사가 진행중이다. 그리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해당 부품이 적용된 원전에 대해 발전정지를 명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당연히 해야 할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면'을 보자.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인 제어케이블은 원전의 최악의 상황에 관련된 부품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돼야 하는 부품이고, 평시에는 관련이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킨다는 명분으로, 현재처럼 전력경보가 수시로 발령되는 상황에서 수요관리를 위해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 마냥 옳은 모습인가.

이같은 사례에서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사실과 진실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진실과 동일한 의미가 아니며, 사실은 진실을 설명하는 일부분이라는 점이다.

짚고 넘어갈 또다른 부분은 '정부'다. 그 흔히들 말하는 '원자력 마피아' 그룹에 정부는 포함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포함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책임져야할 부분이 없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정책 수립·집행기관이며, 공공기관의 관리감독기관이다. 현재 원자력계가 그들만의 울타리를 이뤄 마피아와 같은 조직이 됐다면, 이를 관리감독할 정부에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현재 한수원 각 본부는 인력난으로 고충을 앓고 있다. 숙련된 인력, 그중에서도 허리를 담당할 인력이 순환보직 및 해외사업 등의 이유로 다른 곳으로 발령나있어, 실제 현장에는 퇴직을 앞둔 노장과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로 채워져 있다. 한수원 종사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인력이 현장에 제대로 쓰이려면 적어도 5년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정해진 TO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고, 예산절감을 이유로 이를 충원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다른 예도 있다. 바로 효율성을 기반한 정책이 0순위로 여겨지던 시절의 원전 'OCTF'와 '계획예방정비' 기간 축소다. 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정부 스스로 말을 바꿨으니만큼 자신들의 정책실패를 인정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만일 인정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원전 부품 공급체계는 당장 짚어 보아야할 사안이다. 원전 비리가 시작된 부품 생산업체의 수지 타산은 맞는지, 시장규모와 공급업체 수는 적정한지 꼼꼼이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이같은 상황에서 원전산업계에 대한 구조개편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기자가 과문한탓에 그 내용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만일 이전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처럼 한수원을 분할하는 것이라면, 기자는 중지하라 말하고 싶다.

'전력산업 구조개편'도 실행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다시 한수원 분할이라니, 당장 한수원에 대한 책임 덧씌우기와 정부 퇴임인사들의 자리채우기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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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데love 2013-06-20 18:18:49
기사 잘 읽었습니다.
효율과 안전....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돈만 많으면 해결될 문제지만.....
전력산업구조개편은 DJ 정부 때부터 얘기되었지만 장점보다 부작용이 더 많은게 현실입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때입니다.
일이 발생할 때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일본과 프랑스 등 민영화된 나라의 겉모습만 보지말고 각국의 현실을 잘 감안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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