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자력 종사자들 '감정' 살필 필요 있다
[기자수첩] 원자력 종사자들 '감정' 살필 필요 있다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3.07.05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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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사이 원전 관련 사건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원자력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기자는 직업상 원자력계 종사자들을 자주 만나는데, 최근의 모습은 무기력함과 패배의식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그 이전의 이른바 '원자력 르네상스'라 불려지던 시절은 아주 먼 옛날 일인 것처럼 보이며, 그때 보였었던 자신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에도 말했지만, 현재 원자력계에 쏟아지는 시선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스스로 감내하고 책임을 지어야 한다. 또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비리에 연루돼있지 않은 대다수 원자력계 종사자들의 '감정'이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관련 법안이나 정부 대책 중에 빠지지 않는 내용이 있다. 바로 책임·형벌·제한 강화다.

물론 그동안 그같은 내용이 명확하지 않았다면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어다보면 자칫 모든 원자력계 종사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과연 형벌 강화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형벌이 있다고 과연 범죄가 없어지는가. 오히려 사기만 더 떨어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또한 구체적 상황이나 정책적 고려 없이 일반여론을 의식, 법을 위배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옭아맬 경우 과연 법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했다 할 수 있을까.

원자력계에 대한 시각이 극명하게 바뀐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고리원전 1호기 은폐시도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따른 원전에 대한 사회의 비우호적 분위기 속에서도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원전의 무리한 가동을 불러왔다. 이러한 와중에서 한수원은 그동안 조그만 실수에도 동네북이 돼왔다.

또한 이같은 현상의 원인에 언론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기자는 본다. 정확한 지식이 부족한채 어떠한 현상을 현상 그대로만 옮기는 것이 바람직한 기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떠한 현상이 발생했을 경우, 왜 그와 같은 현상이 발생했으며, 문제가 있다면 적절한 대책은 무엇인지까지 짚어줘야 한다. 그러나 최근 원자력계 관련 기사의 상당수는 '옐로우 저널리즘'에 가깝지 않았나 한다. 이에는 기자 본인도 반성해야 할 점이 분명히 있다.

기자가 이같은 점을 지적하는 이유는 바로 원자력계 종사자들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수원을 비롯한 원자력계 종사자들이 각계각층으로부터 받고 있는 공격, 그리고 이에 섣불리 대응할 수 없는 분위기. 이같은 모습이 장기화 될 경우 직장 내 업무와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은 없을까.

현재 원자력 안전문화에 대한 점은 강조되고 있지만, 종사자들의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은 매우 미흡하다고 보여진다. 이같은 부분은 종사자 개개인의 사기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될 것이고, 개인의 사기는 회사는 물론 원자력계 전체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부분에서도 정책적 측면에서 정부와 규제기관의 태도가 중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관련 법률안에 대해서도 보다 심도깊은 토론을 통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맺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원자력계 종사자들 역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자정작업에 나서 하루빨리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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