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월성 1호기, 시험대에 서다
[E·D칼럼] 월성 1호기, 시험대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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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0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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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세계원전 계속운전 현황을 보면 미국이 100기(최근 4기는 영구정지) 중 11기, 러시아 33기 중 17기, 캐나다 20기 중 7기, 인도 20기 중 4기, 영국 16기 중 5기, 우크라이나 15기 중 2기, 대한민국 23기중 1기 순이다. 전체 433기 중 30년 이상 운전 중인 원전만도 절반에 가까운 212기로 이 중 32기는 40년을 넘기고 있다.

지난해 11월 운영허가 30년을 마친 월성 1호기의 안전을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즉 고강도 내구시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원전이 오래될수록 이웃 후쿠시마 사고를 목도한 우리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 노후원전의 안전을 담보할 대책 마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이다.

월성 1호기를 계속운전할지는 이르면 올해 내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캐나다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 의견은 여전히 엇갈린다. 월성 1호기의 안전 점검을 둘러싼 허와 실을 짚어본다.

중수로를 운전 중인 나라는 캐나다와 우리 외에 인도,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루마니아가 있다. 6개국 48기 중 10기가 계속운전 중이다. 작년 12월 마침 캐나다 퀘벡 주의 젠틸리 2호기가 올해 운영허가 만료를 앞두고 영구정지됐다. 이에 월성 1호기의 안전성 우려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젠틸리 2호기 영구정지는 안전과 무관한 정치적, 경제적 결정이었는데 우리에겐 잘못 알려진 것이다. 대규모 설비교체를 전제조건으로 규제당국은 젠틸리 2호기에 5년 간 계속운전 허가를 내줬지만,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자 운영주체는 차라리 영구정지를 택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전력의 1/3 넘게 원전에 기대는 것과 달리 퀘벡 주는 90% 이상을 수력으로 메운다. 굳이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서까지 원전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젠틸리 2호기와 월성 1호기는 처한 환경이 사뭇 다르다. 결국 원전안전은 나라별로 기준을 적용하고 판단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원전의 전반적인 점검은 주기적 안전성 검토로 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는 안전을 더욱 엄격하게 재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로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대형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즉,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 안전기능상실, 중대사고 등에 대한 대응을 추가적으로 고려해 ‘벼랑 끝‘에서 견딜 수 있을 건지를 보는 것이다.

사업자의 평가보고서는 국제원자력기구, 미국, 일본 등의 대응조치와 국제환경단체의 지적사항 등을 반영하여 종합검토될 예정이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가 내놓은 ‘월성 1호기 장기 운전 안전 점검 보고서’ 검토결과 등도 규제당국과 사업자는 조목조목 재점검해 국민 앞에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자칫 면죄부를 받기 위한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을 테니 급할수록 천천히 다지는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사업자가 진행한 주기적 안전성 검토에 국제기준을 빠짐없이 반영했는지도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 10년에 1번씩 하는 주기적 안전성 검토는 계속운전 평가의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 2003년 개정한 국제원자력기구의 평가대상 14가지도 모두 들어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심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원전설계 부분 중 빠진 건 없는지, 빠졌다면 연유를 소상히 알려야 할 것이다.

시민과 환경단체 등의 주장도 겸허하게 받아들여 소통과 화합의 길로 나가는 국민 수용성이 더욱이 요구된다. 월성 1호기는 우수사례가 아니고, 국제기준에 못 미치며, 전체정전에 대비하지 못하고, 노후관리도 불확실해 폐쇄절차를 밟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목소리를 경청해 혹여라도 간과했던 건 없는지, 원전안전만 생각하고 국민안심은 미처 챙기지 못했던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볼 때다.

이번에 오를 시험대에서 월성 1호기가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원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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