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기관장 선임, 이미 늦었다
[기자수첩] 공공기관장 선임, 이미 늦었다
  • 김규훈 기자
  • kghzang@energydaily.co.kr
  • 승인 2013.08.22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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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새로운 사장님 언제 오신답니까?", "사장 선임, 아직 아무 말 없나요?"

요즘 취재를 위해 공공기관을 다니면 으레 듣는 말이다. 그렇다. 공공기관장 선임이 너무 지연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건만 공공기관장 선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는 전에는 볼 수 없던 초유의 일이다.

에너지 분야만 보자면 신정부 출범 이후 기관장이 바뀐 곳은 한국가스공사,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몇군데 지나지 않는다. 지난 6월 사장 공모를 진행하다가 선임작업을 중단했던 한국수력원자력은 뒤늦게나마 지난 21일 재공모를 결정하고,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서류를 접수받는다.

이처럼 기관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수장이 없는 기관들이 겪는 혼란은 적지 않다.

우선 신규 프로젝트 추진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현상 유지인 것이다. 이는 최종 결정권자가 공석인 상태에서 그 누구도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당장 협력 중소기업들에 영향을 미친다. 사업 발주가 늦춰지다보니 대기업은 어떻게든 견딘다 하더라도, 중소기업들에게는 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가 나서 계획됐던 사업을 추진하도록 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수장의 공백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10월중 진행될 예정인 국정감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기관장 선임에는 한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감안했을 때 선임되자마자 국감을 치르거나, 자칫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치를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비록 국감 전에 선임되더라고 그동안 과연 업무파악을 얼마나 하고 책임감 있는 답변을 할 수 있을지, 시간상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는 이전 정부들이 공공기관장들을 대부분 4~5월경 교체해왔던 이유 중 하나다.

조직의 구심점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조직에 확실한 구심점이 없을 경우 분위기가 어수선해짐은 물론 중요한 대책 결정에 있어서도 그 속도와 파급력이 더딜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각 기관별 인사도 고심거리다. 새로운 장이 부임하면 업무와 조직을 파악한 이후 그에 맞는 조직개편과 인사가 진행되고, 이를 통해 구성원들은 새 기관장의 의도를 파악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부임 이후 연말 인사까지의 기간이 너무 짧다. 내부출신이라면 문제가 덜하겠지만, 외부출신이 사장으로 선임됐을 경우 그 기관은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공공기관장 선임은 왜 이렇게 늦어지고 있을까. 업계에서는 기관장 인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서지 않고 있는데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즉, 그동안 공공기관장 선임에서 관료 출신들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측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가스공사 사장 선임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당초 가스공사 사장에는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었다. 하지만 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가 두차례 연기되다가 7월23일 세번째 주총에서야 내부출신인 장석효씨가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것으로, 앞으로 공공기관장 선임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방향타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인사와 관련해 '수첩인사', '불통'에 따른 일방주의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선임과정에서 박 대통령에게 너무 의존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검증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윤창중 사건을 비롯해 올 초 청문회에서 줄줄히 낙마했던 인사들의 사례가 바로미터다.

물론 청와대와 정부는 조만간 공공기관장 선임에 나설 것이고, 박 대통령이 국정철학과 전문성을 강조하며 공공기관장의 대폭적인 물갈이를 예고했기에 대부분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질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면 너무 늦었다. 그리고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는 여러 곳에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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