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석유전자상거래, 정유사 물량 선점 '부작용'
[분석] 석유전자상거래, 정유사 물량 선점 '부작용'
  • 이진수 기자
  • 1004@energydaily.co.kr
  • 승인 2013.08.23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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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거래량 하락…가격은 상승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석유전자상거래에서 국내 정유사들의 참여도는 높아졌지만 가격은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석유전자상거래제도는 석유제품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수출입사, 대리점에게 관세의 혜택을 주면서 지난해 3월부터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정부가 석유제품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수입사에게 혜택을 주던 관세를 지난 7월부터 국내 정유사들에게도 동일한 조건으로 참여시켰지만 거래량은 감소하고 가격은 상승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분석한 ‘석유제품 현물전자상거래 월간동향(2013년 7월)’에 따르면 지난 7월에 전자상거래시장에서 매매계약이 체결된 석유제품의 총 거래량은 1억8817만 리터로 전월(1억7032만 리터)대비 1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일평균 거래량으로 따져보면 818만 리터로 전월(896만 리터)대비 8.7% 감소했다. 유종별로는 경유는 666만 리터로 6월(732만 리터)대비 8.9%, 휘발유는 152만 리터로 전월(164만 리터)대비 7.8% 감소했다.

또한 6월 전자상거래시장의 개장일은 19일에 반해 7월 개장일은 4일이나 많은 23일간 거래가 이뤄져 총 거래량은 7월에 거래량은 늘었지만 일일평균 거래량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7월에 정유사들이 참여했지만 거래량이 줄어든 이유는 수입사가 공급하는 석유제품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수입사들은 6월에 총 1억1750만리터(전자상거래시장 거래량의 69.0%)의 물량을 거래했지만 7월에는 17.7%나 하락한 9658만리터(51.3%)로 줄었다.

반면 정유사 비중은 크게 높아졌다. 지난 6월 총 2917만리터(17.1%)를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거래한 정유사들은 7월에 7914만리터(42.1%)를 거래해 2.7배나 늘어났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정유사들이 전자상거래시장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에 대해 원유를 수입할 때 납부한 수입부담금(1리터 16원)을 환급받을 수 있는 혜택을 줬다.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치다.

덕분에 정유사들이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거래하는 석유제품에 대해 직접 주유소나 대리점 등에 석유제품을 공급할 때 혜택을 받으면서 1리터 16원 가량의 이득이 생긴 것이다.

7월 한달간 정유사들이 전자상거래시장에 내놓은 거래물량 7914만리터에 대한 수입부과금은 12억6624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정유사들이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거래할 때 받는 수입부과금 환금 혜택만큼 가격인하를 하지 않고 전자상거래시장의 평균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7월 한달간 전자상거래시장의 평균가격은 경유는 1612.2원, 휘발유는 1855.4원으로 나타났다. 정유사 평균가격은 경유 1642.4원, 휘발유 1855.4원으로 수입사 평균가격보다 경유는 47.3원, 휘발유는 39.3원이나 높았다.

또한 정유사들이 전자상거래시장 가격은 정유사들이 주유소나 대리점 등에 공급한 가격과 비교하면 경유는 27원 낮았지만 휘발유는 7.1원 높았다.

따라서 정유사들이 7월에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거래한 휘발유가격이 정유사가 직접 주유소나 대리점 등에 공급한 가격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특히 7월 전자상거래 평균가격은 전월보다 경유는 48.7원, 휘발유는 71.3원이나 높았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같은 기간 정유사가 직접 주유소나 대리점 등에 공급한 가격이 경유는 18.8원, 휘발유는 25.8원 상승하는데 그쳤다. 정유사들이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수입부과금 환급 혜택을 받으면서도 높은 가격으로 거래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전원대비 전자상거래 가격의 대폭 상승은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정유사와 특정대리점간에 높은 가격의 통정성거래에 기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며 “국제유가에 비해 전자상거래 상승폭이 큰 이유는 높은 정유사 가격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정거래란 주식매매 당사자가 부당이득을 취득할 목적으로 종목·물량·가격 등을 사전에 담합, 지속적인 거래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자상거래시장에선 경쟁매매(주식을 거래하듯이 호가경쟁을 통해 거래하는 방식)와 함께 협의매매(장외에서 미리 매도자와 매수자가 가격을 정하고 돈은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거래하는 방식)가 가능하다.

정유사들이 협의매매를 활용해 대리점 한 곳을 지목하고 미리 담합한 가격으로 계속 거래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관행이 계속된다면 일부 대리점들이 특정 정유사의 물량을 선점하게 되는 구조가 될 것이고 일반 주유소들이 협상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

전자상거래는 정부가 다수 공급자간 경쟁을 유발해 석유제품 가격을 낮추겠다는 목표로 도입한 제도이지만 현재는 애초 기대했던 경쟁의 의도가 사라진 셈이다.

주유소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평균가격을 높이면서 이득을 취하고 수입부과금 환금 혜택까지 받으며 전자상거래시장에서 1석2조의 혜택을 받고 있다”라며 “전자상거래시장이 이러한 형태로 계속 운영이 된다면 정유사들에게 세제 감면 혜택만 돌아갈 뿐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의 관계자는 “일부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그동안 참여가 저조했던 정유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 것에 대한 성과가 있다” 라며 “정유사들이 본격 참여한 지 한달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평가내리기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석유제품 가격을 낮추겠다는 목표로 도입한 전자상거래시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며 “정유사들의 참여로 인해 부작용이 지속된다면 다시 수입부과금 환급 혜택을 철회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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