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북아 오일허브, 속도가 성공의 열쇠다
[기고] 동북아 오일허브, 속도가 성공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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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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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철 / 한국석유공사 유통사업처장

 
한국은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북태평양 대권항로의 기점을 잇는 지리적 이점, 천혜의 항만조건, 양호한 물류인프라를 바탕으로 동북아의 물류센터로 성장하는 국가적 비전을 가지고 있지만, 북한 핵문제 등 정치적인 장애요인으로 진척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추진이 가능한 분야가 있는 데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사업은 석유분야에서 한국이 갖고 있는 지리적인 이점과 잉여 정제능력을 활용해 그리고 중국·일본 등 거대 배후 석유소비 시장을 확보, 석유부문에서 물류중심지로 성장함으로써 수급안정은 물론 물동량에 수반하는 엄청난 금융유동성을 바탕으로 금융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요컨데 이 사업은 우리 석유산업의 패러다임을 현재의 소비지정제주의에서 싱가포르와 같은 수출중계형으로 전환해 우리 석유산업이 가진 경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육성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4조4000억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와 2만명 이상의 고용유발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

필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이 사업을 제안하였고, 이후 석유공사가 시행한 3회의 연구용역 결과 입증된 타당성을 근거로 정부에 정책을 건의하여 2008년 마침내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채택되어 현재는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에서도 주요정책과제 중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동북아 지역은 세계 최대의 석유시장으로 성장이 전망되며, 이에 따라 석유 교역과 물류시스템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매우 빠르게 변화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산유국들의 저장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정유사 이외의 독립계 상업터미널 확보가 필수적인데, 간선항로에 근접하고 200만배럴 수송이 가능한 30만톤급의 초대형유조선(VLCC)이 접안할 수 있는 상업터미널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은 동북아 삼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유리하다.

우리나라는 이같은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한국석유공사 주도하에 내·외자를 유치해 합작법인 OKYC(오일허브코리아여수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2012년 말 여수에 820만배럴 규모의 상업용 저장시설(탱크 36기), 4개 선석(20만톤, 12만톤, 8만톤, 1만톤)의 부두시설을 준공해 2013년 초 운영을 개시했다.

울산에는 2020년까지 총 2840배럴 규모의 저장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우선 1단계 사업으로 울산항만공사(UPA)가 하부시설(항만 및 부지)을 확보해 석유공사 주도의 컨소시엄에 제공하고, 컨소시엄은 2016년까지 990만배럴의 저장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2단계 사업은 2020년까지 1850만배럴을 확보하는 계획이었지만, 1단계 사업과 분리되면서 1단계 추진 이후 재검토하는 것으로 미뤄져 있는 상황이다. 2단계 사업 후보지인 울산 남항은 VLCC 접안이 가능해 앞서 언급한 여러 산유국의 원유를 유치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2014년 이후 몰려 들 산유국 원유의 원활한 유치를 위해 조속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울산사업이 2단계까지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기존의 상업용 저장시설과 민간주도로 건설 중인 저장시설을 포함, 약 4000만배럴 이상의 상업용 저장시설을 확보하게 된다.

이처럼 저장시설이 건설되고 산유국이나 석유 메이저들이 이 시설을 임차해 기름을 저장하고 거래를 하게 되면 여러 파급효과가 발생한다.

상업용 저장시설은 비축시설과 달리 회전율(turnover)이 연간 약 12회에 달하기 때문에 저장시설 4000만배럴 기준으로 연간 입·출하 물량이 약 4억8000만배럴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연간 석유수입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의 물동량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석유 중개·거래, 가격형성, 석유정보, 해운, 항만부대사업 등 연관 산업이 발전함은 물론 상시 일정물량이 국내에 저장돼 있기 때문에 언제든 가격만 맞으면 즉시 국내도입이 가능하다.

또한, 유가 배럴당 100불을 가정할 때 연간 480억불의 금융유동성이 발생하므로 석유거래에 따른 대금결제, 파생상품 거래, 가격위험관리, 장외시장 및 선물시장의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중동 및 비중동 산유국의 물량이 역내에 저장돼 경쟁이 격화되면 소비국들은 가격인하효과를 톡톡히 보게 된다.

미국의 걸프연안, 유럽의 ARA(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안트워프)지역, 싱가포르와 같은 세계 3대 오일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점이 중요하다.

우리가 경쟁우위를 확실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주도로 부지 및 관련 인프라를 제공하고, 관세법 및 석대법 등 각종 규제 완화와 아울러 석유물류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세제혜택 및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긴요하다. 국제석유거래소 설립 및 에너지정보 서비스 산업 발굴 등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지금도 안타까운 것은 필자의 정책제안 이후 10년이 지나서야 국정과제로 선정하는 사이, 우리보다 불과 몇 년 앞서 추진한 싱가포르는 전세계적인 초과잉유동성에 기반한 호황기를 이용하여 지금과 같은 3대 오일허브로 성장했다. 이후 닥친 경제위기로 우리가 사업추진에 애를 먹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새정부 들어서 오일허브사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의 기운이 동북아로 집중되고 있다. 국운융성의 호기는 준비할 때만 우리 것이 될 수 있다. 두 번 다시 앞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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