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발전사 사장,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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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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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 건국대 경상학부 교수

 
지난 12일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서부발전에 이어 17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사장을 선임하면서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사장 선임은 마무리되었다.

남동발전과 서부발전은 한전 출신이 CEO로 취임하여 한수원을 포함하여 6대 발전사 사장 가운데 4명이 한전 출신 선후배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한수원은 내부 출신이나 민간 출신으로 비리를 척결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관료 출신 사장을 맞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한전이나 자회사, 그룹사 등의 CEO 인사에는 내부, 관료, 민간출신 사이에 미묘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한전을 중심으로 한 전력 유관기관 출신을 칭하는 삼성동 패밀리의 완승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는 한전과 발전 자회사의 경우 내부출신, 관료출신, 민간출신이 골고루 CEO를 역임하였다. 박근혜정부와는 달리 MB정부에서는 민간 CEO를 선호하여 한전과 남동발전 사장이 민간 CEO 출신이었다. 이들은 비용절감과 수익성을 강조하여 그간 공기업의 무사안일주의를 어느 정도 타파했다고 생각된다. 민간 CEO 출신 한전 사장은 이미 그만두었기에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번에 그만둔 남동발전 사장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던 회사를 2009년 이후 4년간 흑자로 전환시킬 정도로 변화시켰다. 이러한 성과는 민간 CEO 출신이었기에 가능하였다고 생각된다. 물론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공기업이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이제까지 공익성 위주로 나아가던 공기업을 변화시켰다는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서부발전은 전임 사장에 이어 한전 부사장 출신이 연속적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내실을 갖추면서 조용하게 혁신을 추구하던 전임 사장의 잔잔함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직이 크게 요동친 적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전임 사장이 한전 출신으로 30여년 이상을 전력산업에 종사하였기 때문에 모든 업무를 너무 잘 알아서 임원이나 직원들의 애환을 잘 이해해 준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할 수 있다. 동일한 발전자회사인 남동발전에 비해 정적인 조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시가 급하던 한수원은 김균섭 전 사장이 원전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3개월 만에 경영 공백을 해소하게 됐다. 신임 사장은 원전사업기획단장, 에너지정책기획관, 산업경제정책관, 성장동력실장을 거쳐 지경부 2차관 등을 역임한 전통 관료출신으로서 현직시절 난항에 빠진 대형 국책사업을 완수한 해결사라고 볼 수 있다. 신임 사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한수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라는 점이다.

그러나 관료 시절 대표적인 원전 진흥론자였는데 안전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는 현재 한수원 사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에서는 한수원을 관리 감독하는 산업부 공무원들이 후배들인데 과연 선배의 잘못을 제대로 채찍질하겠느냐는 것이다. 한수원 노조에서는 원전 분야에 경험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원전 비리가 싹트고 비리 온상이 되기까지 한수원을 관리하던 사실상의 책임자라고 말하며, 원전 마피아에게 원전 개혁을 맡긴 셈이라고까지 혹평하였다.

이와 같이 새로운 사장을 맞이하는 세 기관은 서로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선 남동발전은 전임 사장의 성과를 유지시키면서 기관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서부발전은 정(靜)적인 변화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구조조정 등 파격적인 방법을 도입하여 기관의 동(動)력을 되찾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세간의 눈을 끌고 있는 기관은 한수원이다. 한수원은 여러 측면에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단 전임 사장이 추진하던 사고은폐, 직원비리 등에 대한 개혁은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떨어질 대로 떨어진 한수원 직원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원전비리로 얼룩진 기관의 내부 개혁에 대해서는 채찍을 가해야 하지만,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매도해서는 안 되고, 이들에게는 오히려 당근을 주어야 할 것이다. 채찍도 필요하지만 당근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신임사장이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사장이 선임된 후에는 더 이상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 특히 관료 출신이라 후배 공무원들이 대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한전 전임 사장 가운데 한준호 사장과 이원걸 사장은 같은 관료 출신이지만 공무원들의 평가는 상이하였다. 아울러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는 우리 모두 힘을 합해 새로운 사장들을 도와주고,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평가해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 선임된 사장들의 능력을 믿고 맡겨서 각 기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다. 특히 해외 수주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분주하게 뛰어야 하는 한수원 신임사장을 흔들지 말고 지켜보면서 도와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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