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휴전선(休電線), 철마는 달리고 싶다
[E·D칼럼] 휴전선(休電線), 철마는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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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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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원자력에 관한 한 지금까지의 논쟁은 원전을 찬성해 경제적 이득을 채우려는 사람들과, 원전을 반대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지루한 줄다리기였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젠 원전을 싫든 좋든 끼고 살아가야 하는, 평범한 너와 나의 사연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동북아를 둘러보건데 떠오르는 중국, 가라앉는 일본, 헤매는 한국, 철없는 북한이라 할 수 있다. 가히 삼국지 한 가운데 우리가 끼어있는 형국이니 원자력은 이 4개국의 복잡미묘한 역학과 변화무쌍한 정세 속에 비대칭 조건으로 비선형 방정식을 풀어가야 할 것임이 분명하다.

이제야말로 소승을 버리고 대승의 차원에서 상대방의 소리에 귀 기울여 에너지 백년대계를 세울 때다. 입은 하나이되 귀가 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재생이건, 원자력이건, 화력이건 절약이건 문제는 국민수용과 과학기술과 시장논리로 해결하는 거다. 정치구호가 아니라.

서울을 중심으로 한중일은 동경과 북경 포함 지구촌에서 가장 높은 인구와 원전 밀도를 갖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몇 십 기를 더 지을 계획이다. 값비싼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성숙한 정반합의 상생노력이다.

세계 시장에 발을 들이내미는 중국, 해외건설에 팔 걷어 붙이는 일본, 영변단지에 불 지펴 올리는 북한. 무더웠던 여름을 이제 뒤로 하고, 잘못된 전선 가닥 때문에 벌써 몇 달째 쉬고 있는 휴전선(休電線), 고리와 월성은 달리고 싶다.

원전 비리가 ‘마피아’에서 ‘게이트’로 번진 가운데 검찰 수사가 바야흐로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전 정관과 현 정권 사이 사각지대에서 혹시라도 놓친 건 없는지, 이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할 길목이 어딘가를 찾아내고, 이를 앞으로 어떻게 집중 관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작금의 사태는 한국의 원자력을 10년 너머 뒷걸음질 치게 했다. 역설적이지만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이 없었더라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을 수도 있었다. 국제적 망신에다 한국산 추락을 생각하면.

얽히고설킨 문제를 풀기 위해선 이성적 접근이 중요하다. 감성적 대응이나 옥상옥 대책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재발을 방지, 또는 최소화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려면 제도 뿐 아니라 사람과 문화 모두 바뀌어야 한다. 많은 경우, 잘못된 제도가 사람으로 하여금 그릇된 길로 빠지게 한다. 한 사람 또는 한 조직이 대부분의 결정권을 갖게 되면, 자연스레 잘못된 길로 빠지기 마련이니 문화를 쇄신해야 한다.

함량미달 업체가 등록되고, 자격유지가 될 수 없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공급자 심사, 즉 품질적격심사 결과를 독립된 품질보증 및 관리 감시기구에서 감사 후 최종결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3의 품질감시조직은 어떠한 경우에도 한국수력원자력과 일반 구매계약관계에 있지 않아야 하고, 한수원의 품질보증 및 관리 실태를 상시감시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바람직하다.

제3의 품질감시조직은 한수원 품질관리 조직과 품질관리 하도업체가 전체구매 흐름을 가능한 한 100% 입회하도록 독려, 감시해야한다. 한수원 품질관리 조직을 사장 직속으로 옮김으로써 공기를 우선시하는 사업부서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야 한다.

기술규격서 때문에 경쟁이 제한되지 않도록 제3의 구매감시조직에서 감사 후 최종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3의 구매감시조직은 정부에서 선임한 상설위원회를 두어, 한수원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구매감시활동을 수행하고, 위원회는 반드시 조치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전 한수원 조직에 안전문화를 체질화해야할 것이다. 성과 중심, 공기 위주의 틀을 깨고, 안전품질을 최고경영자가 직접 설정해야한다. 안전품질 위반사항은 문자나 구두로 연중무휴 신고토록 적극 장려하고 아무런 불이익이 없음을 공포해야 한다. 안전품질을 하향교육, 반복주입한다. 회사는 안전품질 다짐으로 시작하고, 교육집행, 상호견제, 의견수렴 체제를 전사적으로 가동해야한다.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철마는 오늘도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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