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기업 '방만경영',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기자수첩] 공기업 '방만경영',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3.11.08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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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들이 각계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주된 사안은 '방만경영'이다. 특혜는 많이 누리면서도 자구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올해 국정감사 기간에서도 끊임없이 지적받은 바 있다. 대졸 초임 수준이 가장 높다는 둥 고용승계가 이뤄진다는 둥 빚더미에 앉아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둥 한두가지 사안이 아니다.

지적된 사안들을 보자면 얼핏 그럴듯해 보인다. 대졸 초임의 경우 3000만원을 넘는 공기업의 전체 비중은 58.5%에 달했다. 준정부기관은 44.6%, 기타공공기관은 44.9%였다. 몇몇 공기업은 직원 가족에게 혜택을 줘 실제 직원으로 선발하기도 했고, 고용세습을 단체협약이나 인사규정에 명문화한 공공기관도 있었다.

정부가 자녀학자금 지원을 융자로 전환토록 예산편성지침을 개정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은 곳도 있었고, 직원들에게 한도액 없이 무상으로 학자금을 지급하는 곳도 했다. 부부장급 이상 직원 중 중간관리자나 일반직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반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 상당수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특히 공기업들의 부채 수준이 상당함에도 직원복지에 많은 금액이 투자된다고 지적하는 소리도 높았다.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는 소리가 나올만도 하다는 생각이다.

언론들은 이같은 내용을 앞다퉈 다루면서 심도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다. 어떠한 언론은 아예 '파렴치',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까지 표현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자료를 흘리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면서 향후 예산편성 및 인사 운영 지침을 강화하겠다고 언급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몇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위에서 열거된 지적된 부분은 사실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의도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몰라도 빠진 부분이 있다.

대졸 초임 등 직원복지 측면에서 보자면, 일단 생각해보자. 직장을 선별할때 제외할 수 없는 부분이 복지부분이다. 많은 기업들은 앞다퉈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더구나 내년부터 지방이전이 이뤄지는 공기업들의 경우 인력을 유인할 더 큰 동력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기자가 취재를 다니다보면 특히 초·중·고생 자녀를 둔 직원들의 지방이전에 따른 고민은 적지 않았다. 몇몇 기관에서는 이미 퇴사자들이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는 소식도 있고, 전력부문의 일부 기관에서도 민간기업들의 유혹이 끊이지않고 있어 곤혹해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같은 부분에는 해당 공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도 각별한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인건비는 기자가 출입하는 공기업에서 예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한전의 경우 수년전까지 1년 전체 예산의 5% 내외였었고, 전력부분의 다른 공기업들도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는 마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관련, 실제로는 전기요금이 제조원가중 극히 일부분만 차지하고 있는 사실을 덮어두고, 요금 상승이 기업경영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모습과 유사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않다.

공기업 부채와 관련된 기자의 생각은 이렇다. 정부는 정책을 입안·수립하는 기관이고, 공기업은 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같은 역할분담에서 보듯 공기업은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이는 공기업의 부채를 정부와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최근 4년간 부채가 3조원에서 14조원으로 증가했다는 한국수자원공사의 경우 과연 이같은 부채 급증에 이른바 '4대강' 같은 정부정책이 작용하지 않았을리 만무하다. 또 한전의 경우 주된 수입원인 전기요금의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한다. 특히 물가관리 규제대상으로 지정돼 있어 산업통상자원부와는 어느정도 교감이 이뤄졌지만 마지막 기획재정부와 청와대에서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틀어지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

공기업 임원의 상당수에 대한 임명권을 가지고 있고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는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펼쳐나간다고 했을 때 반기를 들 수 있는 공기업이 얼마나 될 것인가. 실제 한전의 김중겸 전 사장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가 끝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 파급은 현재에도 미치면서 얼마전 마무리된 임원 선임에 정부가 입김을 행사했다는 후문도 파다하다.

기자는 일방적으로 공기업의 손을 들어주자는 것이 아니다. 방만하게 운영돼왔던 부분이 있을 것이고, 또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은 당연히 시정돼야 할 것이다.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사안에 대한 인과관계와 서로의 책임관계를 명확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공공기관의 틀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해마다 반복되는 이같은 비생산적인 논의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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