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셰일 유전과 세일 원전 사이
[E·D칼럼] 셰일 유전과 세일 원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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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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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미국의 셰일 혁명이 신화와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양새다. 앞으로 5년 뒤 봉우리를 찍고 비탈길을 내려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셰일 가스 혁명이 에너지 시장의 지축을 흔들고 제조업체가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미 경제회복을 끌었지만 머지않아 사그라질 수 있다는 것. 국제 에너지 값이 떨어지면서 채산성이 가파르게 나빠지는 가운데 쓸 만한 셰일 광구가 바닥나면 채굴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는 시추가 복잡한 데다 광구를 파봐야 매년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통 유전의 경우 생산량이 2년 뒤 절반으로 떨어진 뒤 20년 이상 유지되는 반면, 한 셰일 유전은 1년 만에 65%, 5년 뒤에는 95%나 떨어졌다고 한다. 첫해 노다지가 얼마 못가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한 셈이다.

생산비용이 급증하면 자칫 셰일은 혁명이 아니라 끝물로 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2015년 사우디 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산유국이 되는 것도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번 겨울 미국 원자력학회에서 조심스레, 그러나 분명하게 새어나왔다. 한 전문가는 미국의 석유 생산이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2년 내에 2012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사우디 아메리카' 구호는 빈 말이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아직은 기술발전, 미국의 수출증가 등에 힘입어 셰일 혁명이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더 우세하다. 여전히 상당수 석유업체가 셰일 기름과 가스를 미래 성장을 좌우할 꿈의 에너지로 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본격화할 경우 유럽 등에 비해 지나치게 싼 셰일 가스 가격도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 아메리카는 그렇다 치고 (남북한 합친) 유나이티드 코리아즈는 어떠한가. 확률은 낮지만 대륙붕에서 석유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1972~1982년 외국 기업이 주도하여 물리탐사와 시추를 실시, 대규모의 퇴적 분지와 석유자원의 부존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1983년 이후에는 우리 공사가 주도하여 석유탐사 활동을 전개하여 가스 층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공룡들은 우리에게 줄 선물을 한 방울도 한반도에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재생가능 에너지는 어떠한가. 자연은 우리에게 바람도 햇볕도 벌판도 선사하지 않았다. 기술개발은 차치하고라도 화석연료나 원전연료와 달리 수입할 수도 없다. 결국은 원자력이 대안 없는 대안이며, 차선 아닌 차선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높아진 안전성 요구와 국민 수용성 저하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비경제적 요인들로 원자력의 과도기적 이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세계 11위 에너지 소비국이며 세계 7위 석유 소비국이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한다. 석유 수입에서 중동 의존도는 86%에 달한다. 에너지 비축량을 보면 석탄은 2개월, 석유는 4~6개월, 우라늄은 2년이다.

원전은 석탄, 가스에 비해 싸고, 연료 비중도 작아 가격이 안정적인 편으로 에너지 원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 현실에서 전력공급 안정, 온실기체 감축, 국가안전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상당기간 일정 수준의 원전 비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수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셰일 유전이 없는 우리가 21세기를 버텨나가려면 당장은 세일 원전, 즉 원자력을 파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과제는 안전과 안심이다.

고리 1호기가 지난 11월28일 갑자기 멈춰서면서 겨울철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추위에 극심한 한파까지 예고된 터라 겨울철 전력대란에 벌써 빨강불이 켜지고 있다. 고리 1호기 정지로 현재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6기가 멈춰 섰다.

그런데도 정부는 '원자력안전 규제정책 조정회의' 등 옥상옥만 세우는 사이 원자력 규제와 방사능 방재는 표류하며, 우리 원전은 부족한 일손과 과로한 운영으로 하루하루 허덕이고 있다. 점점 잦아지는 고장은 사고의 전조이며 더 이상 머뭇거리다간 원전 수출은 커녕 안전과 안심마저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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