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박군철 /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총장
[특별기고] 박군철 /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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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1.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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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3중고 시대, 한국의 선택은?

 
정부가 현재 26%와 2.7% 수준인 원자력(源電)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5년까지 각각 29%, 11%로 높이고 수요전망치에서 최종에너지는 13.3%, 전력은 15%를 감축하는 내용의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案)을 지난달 11일 발표하였다. LNG복합과 석탄 화력은 내년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으로 결정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산업경쟁력, 에너지안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원전비중을 29% 수준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정부의 깊은 고뇌가 느껴지는 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개최되었던 세계에너지총회(WEC)에서의 핵심주제 역시 ‘세계 에너지 3중고(三重苦)’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었다. 에너지 3중고란 에너지 불균형, 미래에너지 쟁탈전, 환경오염이다. WEC는 100인의 글로벌 에너지리더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환경적인 영향을 최소화’ 하는 것을 세계가 당면한 과제로 내놓았다. 그리고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의 정책기조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세심한 배경설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간한 ‘에너지기술전망 2012’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09년 사이에 전 세계 연간 전력수요가 약 4000Twh 증가하였는데, 이는 2009년 수준의 3분의 1이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주목할만 한 점은 총 증가분의 절반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부분도 주로 인도를 비롯한 비OECD 국가들의 전력수요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그리고 이 추세는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과 인도는 석탄화력 발전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들이다. 즉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뜻이며, 전 세계가 나서서 환경문제를 걱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에너지 문제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 이용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 평균기온 상승을 2°C 이하(산업화시대 이전 대비)로 억제하는 것을 전제로 IEA에서 제시한 2050년까지의 발전분야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가 36%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단기간에 높이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한편, 상대적으로 경제성과 안정성에 있어서 우위를 지니고 있는 원자력발전의 경우는 지상과제인 안전 확보 문제 때문에 모든 국가들이 정책결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각 국가들이 처한 여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 일부 국가들의 경우 원전 폐기정책을 채택하였는가 하면, 그 밖의 대부분 국가들은 기존의 원전정책을 유지하거나 정책결정을 보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비상한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들의 움직임이다. 중국은 현재 27기의 원전을 건설 중에 있으며 대만까지 포함하면 총 29기가 인접국가에서 건설 중인 셈이다. 일본은 자국에서의 원전사고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이다. 이는 원전 억제 정책으로 자국의 에너지안보나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없는 현실을 시사(示唆)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국내에서 불거진 원전관련 각종비리와 문제점들을 적극적이면서도 투명하게 해결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원전기술을 우리 힘으로 국내외에 보급할 수 있게 된다면, 세계 에너지 3중고 완화에 기여함은 물론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 라는 말이 있다. 결혼하기 전 젊은이들이 겪는 갈등과 어려움을 말한다. 우주선이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진입할 때도 엄청난 열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열을 극복하고 제 자리를 잡을 때 우주선은 제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원자력계는 지금 지독한 ‘메리지 블루’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러한 산고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다면 갑오년 새해와 나아가 미래에 반드시 우리에게 더욱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안보를 약속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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