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자산 매각
[E·D칼럼]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자산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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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1.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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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 건국대 경상학부 교수

 
지난해 11월14일 현오석 부총리가 ‘공기업의 파티는 끝났다’라는 표현을 통해 지금까지 방만하게 운영되어 오던 공기업에 대해 질책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후속 조치가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에서 부총리가 언급한 공공기관의 핵심자산을 팔아서라도 부채를 줄이라는 것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공기업의 부채는 큰 폭으로 증가하여 국가경제를 위협할 정도에 이르렀다. 2008년 290조원이던 부채가 2012년 말 493조원으로 1.7배 늘어났다.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에 의하면 부채가 크게 증가한 12개 기관의 부채는 2012년 말 현재 412조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83.6%를 차지하였다.

한편 부채가 많은 10개 공기업의 2012년 영업이익이 4.3조원으로 이자비용 7.3조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들 기관들은 열심히 일해서 이익을 남겨도 이자조차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대로 방치한다면 지속적으로 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으므로 부채를 줄이라는 부총리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금융부채가 심각하게 증가한 상위 10개 사업을 조사하여 발표하였는데 에너지 공기업에서는 한국전력의 전력사업(19.4조원), 가스공사의 국내천연가스보급사업(11.3조원),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의 발전사업(9.5조원), 석유공사 해외석유개발사업(9.5조원) 등이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부채 증가 원인을 살펴보면 대규모 시설 보수나 신규 건설, 생산한 제품을 원가 이하 가격 판매, 해외자원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 방만 운영에 따른 수익저하 등을 들 수 있다.

에너지 공기업들이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우선 비용절감이다. 경상경비를 비롯하여 여러 분야의 비용을 줄이면 방만 운영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둘째,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신규 건설에 대해서는 엄정한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경제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인 요인은 철저히 배제하고 필요한 사업인지 검토한 후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전력, 가스 등을 원가 이하로 판매해서는 안 될 것이다. 원가 이하로 판매해서 발생한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주는 것은 사용자부담원칙(user pays principle)에 어긋난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 사람이 돈을 많이 내는 것이 당연하므로 에너지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서는 안 될 것이다.

문제는 해외 자원 개발을 위해 투자한 자금을 어떻게 회수하여 부채를 줄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기관장 입장에서는 1월말까지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출해야 하고, 9월에 있을 중간평가에서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외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과거에도 매입했던 외국 광산을 처분한 가슴 아픈 추억을 갖고 있다. 1987년 시가레이크 우라늄 광산에 지분 참여했던 한전은 1997년 말부터 시작된 외환위기에 따라 거의 강제로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 이후 우라늄 가격은 폭등하여 한전 지분을 매입한 일본 기업이 큰 이익을 누리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가 관리하고 있던 석탄, 구리, 아연, 철광석, 니켈 등 전략 광종에 대한 광산 투자 역시 대부분 비슷하게 처리되었다. 특히 1998~2000년 3년간 국내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들이 투자 지분을 매각한 광산은 24개에 달하였다. 당시에는 그런대로 수익을 창출했다고 자부하던 광산들이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수익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자원자급률을 높이고자 했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따라 지난 정권에서는 여러 공기업들이 해외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원자력발전의 원료인 우라늄 업체 데니슨사에 대한 한전의 지분 인수는 우리나라 해외자원 개발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획기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정확한 매장량조차 확인이 안 되고 있는 불확실한 상태인 동시에 늘어나는 부채 때문에 한전은 데니슨사의 지분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운영 중인 이라크 가스전이나 호주 액화천연가스 사업 등에 대한 지분을 축소해서 부채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공사나 광물자원공사 역시 해외 자원개발을 위해 투자했으나 성과가 없다고 지탄받고, 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들 기관도 해외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공기업이 처한 문제는 정권마다 다른 정책으로 말미암아 비쌀 때 지분을 확보하고 저렴할 때 할 수 없이 팔게 되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관장 임기동안이나 정권이 유지되는 동안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일을 추진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과연 어떤 방법이 국가나 국민에 이득이 되는지를 파악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해외자원개발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우므로 장기적인 시각에서 살펴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급하게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정부에서는 국내 기관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우리 공기업의 알짜 자산을 국내 자본이 매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기관장들은 스스로 파티를 빨리 끝내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우선 덩치 큰 해외 자산부터 손댈 것이다. 부채가 국가경제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지만, 서둘러서 부채를 줄이다가 후세가 고생하고 더 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기업의 부채 증가도 문제지만 증가 원인도 모르고 모든 공기업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정부는 더 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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