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유소 사후정산제도 개선방안은 없는가?
[기자수첩] 주유소 사후정산제도 개선방안은 없는가?
  • 이진수 기자
  • 1004@energydaily.co.kr
  • 승인 2014.02.21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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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유사와 주유소의 제품가격이 정확하게 얼마에 들어오는지 알지 못하고 구입한다. 이는 석유유통시장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소중 하나이며, 이로 인해 사후정산 관행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유사가 기준가를 고시하면 주유소는 현금을 주고 구입한 후, 수일 또는 몇주 후 정유사가 가격을 결정해 통보 정산이 이루어진다. 남은 금액은 다음에 구입 시 포인트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 사후정산의 방식이다.

이처럼 정유사가 일방적으로 기준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주유소는 정유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 석유구입 시점에서 가격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주유소가 정유사를 선택하는데 제한을 받게 된다. 주유소 입장에서는 정유사 간 경쟁의 혜택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유사의 독과점 체제와 공정한 거래로 인해 많은 손해를 보고 있고, 자영업자나 유통업체 등도 고유가로 인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후정산제도는 정유사가 주유소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2008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사후정산에 대해 정유사를 대상으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주유소가 석유제품 주문시 대략적인 가격을 입금한 후 제품을 인도받은 시점에서도 정확한 제품구입가격을 알지 못해 적정한 판매가격을 책정함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유사가 대략적인 가격 통보 후 타사의 동향을 살펴 최종가격을 결정함으로써 정유사간 가격경쟁을 회피, 결과적으로 주유소가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가격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주유소의 정유사 선택이 제한되기 때문에 주유소 단계에서 정유사간 경쟁도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제1항제4호 자기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사후정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사업자가 자신의 영업전략에 따라 이윤극대화를 추구함에 있어 상품의 가격은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한 정보다. 또 주유소의 석유제품 구매 물량·구매 시기 결정, 구매에 필요한 자금조달계획수립은 정유사로부터의 정확한 가격고지가 전제돼야 하지만, 정유사의 사후정산 행위에 따라 이러한 구매 관련 영업활동이 제약된다는 것이다.

배타적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주유소의 경우 정유사로부터 정확한 가격을 고지 받음으로써 석유제품공급업자의 가격을 비교한 후 구매할 수 있는 제품선택권이 있어야 하지만, 주유소가 대략적인 가격만을 고지 받은 후 구매(주문 및 입금 포함)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주유소의 제품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

특히 사후정산제도로 인해 정유사들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목적으로 이용돼 국가경제의 물가안정에 악영향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후정산 관행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공정위가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도 조사대상 260개의 주유소 중 241개의 주유소가 사후정산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이와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정유사의 행정소송 결과 법원은 정유사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사후정산 관행은 주유소에 꼭 불리한 관행이 아니며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주유소업계 관계자들은 “정유사들이 사후정산을 이용해 주유소의 주문량에 따라 주유소 등급을 나눠 가격을 다르게 정하는 영업행태를 하고 있다”면서 “특히 목소리가 높은 주유소에는 잠깐 동안 싼 가격에 제공하는 등 사후정산 관행은 불공정 거래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법률적으로는 이미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사후정산 관행을 다시 논한다는 것이 무의미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국내 석유유통시장에 도움이 된다면 정유사, 주유소, 정부가 함께 보다 좋은 시장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시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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