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전은 '보여주기'가 아니다
[기자수첩] 안전은 '보여주기'가 아니다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4.05.16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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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이후 사회 곳곳에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 세월호 비극 이후 지하철, 유수 대기업 등 곳곳에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이제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으며 스스로 강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비극으로 촉발된 일련의 모습을 '선동'이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어느 자제분의 '미개'라는 표현 만큼이나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공공기관들도 안전대책 마련과 안전점검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9개 분야 대형사고 사례의 세부적 분석을 통해 이달 안에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공공기관들은 대대적인 점검을 통해 안전관리실태와 매뉴얼을 재점검하고 위기대응능력을 향상시키겠다고 한다. 콘트롤타워 정립과 현장중심의 대책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바람직한 모습이다. 전 국민을 비통에 빠트린 사고 이후에도 정부와 관계기관들이 손을 놓고 있다면, 이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의 내재화다. 우리는 세월호 사고가 매뉴얼이 없어서 발생한 비극이 아님을 알고 있다. 또 매뉴얼이 없어서 희생자가 많아진 것이 아닌 것도 알고 있다.

이는 이미 마련돼 있는 것을 잘 활용하고 의식속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웅변해주는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 만들어놓았다 하더라도 바람직한 것이었다면 받아들였어야 했다.

특히 기자가 출입하고 있는 전력 분야는, 만일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여파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일례로 발전소 하나가 건설되는데 수천억에서 수조원이 투입되며, 발전소의 특성상 수기에서 수십기가 인근에 모여있다. 또한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경우 대부분 복합재난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그 어떤 곳보다 정밀한 안전관리가 요구되는 곳이다.

따라서 기자가 염려하는 부분은 자칫 이같은 모습이 일회성 행사로,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한순간 들끓었다가 기억속에서 희미해지면 다시 원래 행태로 돌아오는, 이미 여러차례 보아온 모습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물론 발전소를 비롯한 전력설비는 여타 설비와 달리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사고 발생 확률도 적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최고 수준의 안전성이 요구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 발생시 파급력이 크다는 것은 반증한다.

안전은 의식에서 멀어지는 순간 비극으로 되돌아온다. 그것은 또한 바로 부끄러운 어른의 모습이기도 한다.

삼가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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