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선민 / 한국전력 해외사업운영처장
[기고] 이선민 / 한국전력 해외사업운영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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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1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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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해외사업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전력산업의 성장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회사인 한성전기회사가 설립된 1898년 이래 전력산업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통해 국가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동력 역할을 해왔다. 전후 3개 전력회사(조선전업, 경성전기, 남선전기)에서 한국전력주식회사로 통합되었던 1961년과 2012년 말을 비교하면 고객 호수는 79만호에서 2047만호로 26배 성장했으며, 전력판매량은 1189GWh에서 46만6593GWh로 392배라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10년 단위의 전력수요 증가추이를 살펴보면, 1970년대 연평균 15.5%에서, 1980년대 11.2%, 1990년대 9.8%, 2000년대에는 6.1%로 성장세가 둔화되었고,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대에는 2% 정도의 낮은 성장률이 전망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예측되는 전력산업의 수요둔화와 전력산업의 전·후방 관련 산업계의 성장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 초반 한전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해외사업 개척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새로운 도전의 시작

한전의 본격적인 해외사업 추진은 1993년 필리핀 정부가 건설이 중단된 바탄원전의 재가동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한전에 조사단을 파견한 데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 전력공사로부터 말라야 화력발전소 성능복구 및 운영사업(ROMM)의 입찰정보를 입수하여, 1995년 홍콩의 호프월사, 대만의 툰텍스사, 필리핀의 메랄코사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kWh당 0.01센트란 아슬아슬한 차이로 수주에 성공한다. 해외사업 첫 수주에 이어 한전은 1996년 1200MW급 복합화력 BOT 사업인 필리핀 일리한 가스복합 화력 사업 국제경쟁 입찰에 도전하여 세계의 유수 전력회사들을 따돌리고 또 다시 극적으로 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같은 필리핀에서의 연이은 두 번의 수주는 한전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세계 전력시장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1997년 후반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한전의 해외사업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중국에서 추진 중이던 신규 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의 포기, 호주의 3개 유연탄 광산 투자 지분 및 미국과 캐나다의 우라늄 광산 지분의 매각 등 애써 마련한 해외사업기반을 거의 청산하다시피 하였고, 해외사업조직 역시 대폭 축소되었다.

이러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전은 국내 최초로 사업자의 능력과 신용만을 담보로 재원을 조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은행대출을 확보하여 1999년 3월 일리한 발전소를 착공하였고, 일정에 차질없이 2002년 6월 상업운전을 시작하였다. 이로써, 한전은 성능복구 공사를 끝내고 운영 중이던 말라야 화력발전소를 합쳐 필리핀 전체 설비용량의 14%인 1.85GW 설비를 운영하는 필리핀 내 제4위 대규모 IPP 사업자(Independent Power Producer, 독립발전사업자)로 부상하게 된다. 특히 지난 4월23일에는 PF 기법으로 조달한 총 5.4억불의 차관을 전액 상환함으로써 2022년까지의 잔여 사업기간 동안의 수익금 전액을 배당할 수 있게 되었다.

사업영역과 진출지역 다변화

2000년대는 해외사업의 사업영역 및 진출지역의 다변화를 추진한 시기이다. 우선 외환위기시 철수했던 중국시장에 재진출하여 화력 발전사업 및 풍력사업 등을 추진하였다. 중국 감숙성(甘肅省) 풍력사업에 참여해 국내 최초 CDM사업 진출에 성공했고, 내몽고(內蒙古)자치구 및 요녕성(遼寧省)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여 중국 내 최대 외국 풍력사업자로 부상했다. 또한 산서국제전력집단공사(SIEG)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산서성(山西省) 탄광개발 연계 발전사업에 참여하여 발전, 탄광,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종합에너지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같은 시기에 필리핀에서는 전력산업 규제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다. 민간발전소가 판매한 전기요금에 대해 필리핀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던 종전의 방식에서 민간사업자가 자신의 책임하에 발전소를 건설하고 전력을 시장에 판매하는 경쟁시장 사업방식(Merchant)으로 변경된 것이었다. 새로운 규제환경에 적응하는 위험이 있었지만, 2011년 말라야 발전소 운영계약 종료이후 이를 대체할 사업을 추가로 개발하는 것은 한전이 필리핀에서 주도적인 민간 발전사업자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피할 수 없는 도전이었다. 한전은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전력부족이 예상되는 필리핀 세부섬에 환경 친화적인 유동층 연소기술(CFB)을 채택한 신규 세부발전소 건설계획을 수립하여 사업타당성 조사 등을 통해 사업의 필요성을 필리핀 정부에 입증하여 사업허가는 물론, 투자 인센티브까지 유도해 내는 성과를 이루었다.

동남아 시장 확대와 병행하여 2000년대 중반이후 한전은 중동지역 진출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2005년 레바논 정부가 시행한 가스복합발전소 O&M에 대한 국제입찰에 참여하여 2006년 2월 레바논 디아르 아마르와 자라니 발전소의 O&M계약을 수주함으로써 향후 5년간 전체 레바논 발전량의 47%를 담당하는 두 발전소의 운영을 담당하게 되었다. 2년 뒤인 2008년, ‘요르단 알 카트라나 373MW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건설·운영사업’ 수주를 통해 한국 최초로 중동 민자 발전시장에 진출하여 중동지역 추가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였다. 레바논과 요르단에서의 성과는 곧바로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로 이어졌다.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 라빅 1,204MW 중유발전소 건설·운영사업’ 수주, 2010년 ‘UAE 슈웨이핫S3 1,600MW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건설·운영사업’ 수주, 2012년 ‘요르단 IPP3 573MW 디젤발전 건설·운영사업’ 수주, 다음해인 2013년 ‘요르단 푸제이즈 90MW 풍력발전 입찰사업’ 수주에 성공함으로써 중동지역에서 한전의 위상을 굳건히 하였다.

중남미 지역은 2010년 멕시코에서 ‘노르테Ⅱ 433MW 가스복합 화력 발전소 건설·운영사업’을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수주함으로써 거점을 확보하였다. 당시 멕시코 시장은 일본과 스페인계 기업들이 민간 발전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입찰결과는 한전의 승리였고, 이로써 멕시코를 거점국가로 하여 페루, 칠레 등 다른 중남미 국가로의 진출 전망까지도 한층 밝게 만들었다. 한전은 또한 2013년 수주한 나이지리아의 엑빈 가스발전소 O&M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케냐, 보츠와나,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해외 송배전 사업의 경우, 우리나라 정부의 대외 원조사업의 하나인 전력분야 컨설팅 사업에 참여하여 2001년 미얀마의 전력망 진단 컨설팅 사업을 최초로 현재 컨설팅과 EPC 분야에서 12개국 15개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송배전 분야의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약 1200명의 외국 전력인사에 대한 초청 교육을 시행하였고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전력산업 전 분야로 사업개발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개도국에 대한 각종 컨설팅 사업 수행시 한전의 기술이 사업대상국의 표준으로 채택되도록 하여 국내 기자재 업체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한전의 해외발전사업의 규모는 UAE 원자력사업을 제외하고도 2013년말 현재 1만4124MW(순 지분용량 5414MW)의 발전용량을 보유하고 있고, 누계 매출액 약 5조8000억원, 순이익은 1조4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2013년은 해외발전사업의 연간 매출액이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하는 기념비적인 해이기도 했다. 최근 5년간의 해외발전사업의 투자보수율(ROE)은 평균 15% 이상을 기록하여 한전의 적자감소 및 부채감축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오고 있다.

2020년 해외 발전설비용량 28GW 확보

한전의 해외사업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세계 경제성장 둔화, 입찰경쟁 심화라는 외부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ROMM, M&A, 신재생 등 틈새시장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엑빈 O&M 사업, 요르단 푸제이즈 풍력사업 수주 등 틈새시장 발굴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ROMM 사업의 경우, 노후 발전소를 대상으로 성능진단 후 수명연장 공사를 통해 발전소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모델로, 신규 발전소 건설에 비해 적은 비용과 짧은 공기로 수요를 충족할 수 있어 발주자와 사업자 모두 이익을 보는 Win-win 전략이 될 수 있다.

한전은 이러한 전략들을 기반으로 2020년까지 해외 발전설비용량 28GW를 확보하여 해외사업의 매출점유율을 20%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전력산업 관련기업과의 동반 해외진출을 통해 전력산업 전·후방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한편,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세계를 대상으로 꿈을 펼칠 수 있는 고부부가치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Global Top 기업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수출시장을 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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