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두승 /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홍두승 /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4.05.19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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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유례없는 정책 민주주의 시험대"
공론화는 '듣는 일'… 중층의 이해갈등구조 '중재자' 역할 충실
의견수렴 창구 다각도 확보, "수월하지 않겠지만 책임있게 수행"

사용후핵연료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갖고 있다. 더구나 이는 한 나라만이 아닌 외교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뚜렷한 관리대책조차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말 공식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에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홍두승 위원장은 본지 창간 15주년 특집 인터뷰에서 "그동안 공론화라는 말은 있었지만 실제로 상설기구화 한 것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처음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이어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방안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성공적인 공론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신지 6개월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평가하신다면.

▲ 지난해 10월 말 공식 발족한 공론화위원회는 출범이후 주 2회 이상의 회의를 하면서 지역, 전문가, 시민단체의 의견 청취와 현황파악에 주력해 지난 2월 초 ‘공론화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현재 실행계획 첫단계로 공론화 의제를 세부적으로 확정중이다.

지금까지의 활동은 본격적인 의견수렴을 위한 착실한 준비과정이라고 평가한다. 현재 진행중인 세부의제 확정작업을 마치면 곧 다양한 의견수렴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재 이해관계자 그룹별로 추가검토 및 논의를 거쳐 의제를 보다 세부적으로 정하는 작업을 진행중인데, 이것은 실질적인 의견수렴을 위해서다. 예를 들어 막연히 ‘최종처분에 대해 토론해 주십시오’보다는 ‘최종처분의 지질조건에 대해 토론해 주십시오’라는 식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입장을 종합하기 위한 노력이다.


- 공론화위원회 설치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지.

▲ 공론화란 '듣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공론화위원회의 역할은 국민적인 의견수렴을 통해서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 마련’을 권고하는 것이다.

그동안 공론화라는 말은 있었지만 실제로 상설기구화 한 것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처음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 역시 공론화위원회 활동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자문기구인 공론화위원회는 인문사회, 시민사회, 원자력계, 원전지역 등 각계를 대표하는 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관한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정부의 정책수립에 권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정책수립 초기부터 광범위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갈등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사상 유례없는 정책 민주주의 시험대라고 볼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선과 악'이 아니라 '선과 선'의 싸움이다. 선과 악의 싸움이라면 오히려 쉬울 것이며,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에는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의 충돌 등 상충되는 사안들이 산재해 있는 중층의 이해갈등구조이며, 희생과 양보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따라서 위원회 활동중 외부에서 볼 때 우왕좌왕하는 듯 보일 수 있을지라도, 사실 이러한 과정이 공론화라 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와 관련 최종처분을 포함한 사용후핵연료 전반에 대한 관리방식과 일정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불안감을 현저히 완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4월까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앞으로의 일정과 계획은 어떻게 예정돼있는지.

▲ 원자력산업계를 시작으로 시민사회계, 언론계, 학계 및 정부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론화 의제를 확정하기 위한 입장청취를 해왔다.

현재 그동안 도출된 쟁점사항에 대해 최종적으로 이해관계자 그룹별로 추가검토 및 논의를 거쳐 세부의제를 확정을 진행중이다.

이후 전문가 토론회, 여론·공론조사, 토론그룹 등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활용해 對국민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실행계획에 따라 금년 말까지 권고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의견수렴 프로그램은 원전지역 주민, 일반시민 참여자 등을 대상으로 한 토론그룹, 공론조사를 비롯해 워크숍, 온라인 제안, 설문조사 등 국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검토될 것이다.


- 공론화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당초 참여하기로 했던 시민단체 인사들이 불참을 선언하는 등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최근 몇년동안 원자력 분야에서 비리 등이 적발되면서 국민들 사이에 부정적인 시각도 높아졌다. 이같은 모습이 균형성이나 공정성 측면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결론을 도출하는데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시는지.

▲ 공론화의 목표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는 이해상충의 합의가 아니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충분한 논의와 숙고를 통해 균형적인 최선의 안을 도출하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이를 인정받는 것이다.

공론화위원회에 추천된 환경단체 대표 2명이 불참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라는 국가적 과제 해결에 환경단체가 참여해 논의하는 게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위원회 구성은 매우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졌다. 15명중 5명의 지역대표는 지자체, 3명은 시민단체에서 자율적으로 추천했다. 7명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 추천위원회가 인문사회·기술공학 분야 전문가를 선정됐다. 발족 첫날 시민단체 2명이 사퇴했는데 언제라든 돌아올 수 있게 비워뒀다.

위원참여와 별도로 사회의 중요한 주체의 일부로서 환경단체의 주장과 생각을 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시민단체에서 자체적으로 포럼 등을 진행하고 입장을 전달해주시는 것도 좋고 필요하다면 위원회와 같이 진행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원전비리와 관련해서는 일단 분리해 생각하고 싶다. 또한 이미 주어진 사항이기 때문에 안고 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원자력계에서 답답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많을 것이지만, 공론화위원회는 '중재자'로서 그 역할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독단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연계된 사안이다. 이와 관련 권고안 도출이나 위원회 활동에서의 어려움이나 한계는 없는지.

▲ 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중간저장, 재활용·재처리, 최종처분과 관련한 의제에 대해 국민적 의견을 종합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국내의 경제성, 환경문제, 국민의식 등 요소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핵 확산문제와 관련된 정치외교적 요소 등 국내·외 상황이 복잡하게 연계된 사안이다.

재활용·재처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고, 현실적인 제약들이 있다. 정부 부처와 의견교환과 협의를 위해 현재 범부처협의체가 구성돼 있고 위원회와 범부처협의체간의 연석회의도 마련돼 있다. 여러 의견을 충실히 듣고, 현실적인 요소들도 감안하여 최종적으로 종합적인 입장을 정하겠다.


- 사용후핵연료 사안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관련 업계를 제외하고는 관심도가 높지 않은 것 같다. 위원회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서도 국민적인 관심도 제고가 필요해 보이는데, 고려하시는 바가 있다면.

▲ 최근 위원회가 추진한 ‘한미 사용후핵연료 국민 인식 조사’결과 국내 응답자들의 73%가 사용후핵연료 관리현황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발전소 부지내 임시저장시설에 관리중이지만, 이미 특정지역으로 운송해 지하 깊은 곳에 보관중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44%나 됐다. 공론화위원회의 책무가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영국이나 캐나다 등의 선진국에서 공론화를 통해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해법을 마련한 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하는 일이다. 당연히 생소한 개념이 아닐 수 없다.

논의주제가 확정되면 본격적인 이슈화 및 홍보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공론화는 광범위한 국민의 의견을 토대로 정책이 수립된다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위원회는 국민 누구나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충분히 정보를 공개하고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수렴 창구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자 한다.

우선 가능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공론화의 능동적인 주체가 돼 의견을 마련하고 이들의 의견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위원회가 주도하기보다는 각각 이해관계자가 공론화를 하고 이러한 모습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일반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의견수렴 창구를 다각도로 확보하고자 한다. 타운홀미팅, 설명회, 공청회 등 위원회가 현장에서 직접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화하고, 이밖에 온라인 설문조사, 인터넷, SNS 등 의견수렴 창구 등 시간적, 공간적 참여의 접근성을 높이겠다.


-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포부와 당부말씀.

▲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대책마련은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방안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에 관해서 우리사회는 지금까지 뚜렷한 관리대책조차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최선은 안 돼도 차선이라도 좋은 안을 도출해낼 수 있다면 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수월할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책임있게 해 나갈 것이다. 여건에 따라 공론화위원회 활동을 연장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시일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성공적인 공론화를 위해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가용가능한 모든 채널을 확보해 국민들의 상시적인 의견수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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