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확정가격제 도입, 사후정산제에 파장 미치나?
[기자수첩] 확정가격제 도입, 사후정산제에 파장 미치나?
  • 이진수 기자
  • 1004@energydaily.co.kr
  • 승인 2014.05.23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정유사들이 제품가격을 잠정 공시한 후 주유소에 공급하고 있다. 공급된 석유제품의 확정가격은 2주에서 3주 지난 후 시장 상황과 타 정유사의 가격 비교를 통해 확정가격을 설정·통보하고 있다. 이른바 사후정산방식이다.

따라서 실제 주유소 사업자들은 자신이 구입하는 석유제품의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입하고 있으며, 확정가격을 통해 발생하는 유통마진은 전적으로 정유사의 결정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배타적 거래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거래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정유사와 주유소 간에 맺어진 계약서에 존재하는 "우리제품만 팔아라"라고 강요하는 '전량구매조건'에 기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008년 일부 주유소들은 "부당한 거래 관행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 당시 전국 주유소의 62%인 7600여개 주유소의 피해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불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를 통해 정유사들의 사후정산 행위는 소위 ‘갑을 관계’에 따른 불공정거래에 해당함은 물론 주유소가 정확한 도매가격을 모른 채 소비자 가격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소매가를 최대한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13년 6월 대법원은 S-OIL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주유소가 불이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고, 사후정산이 공정거래를 저해할 만큼 우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정유사의 사후 정산 관행은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이어 재판부는 “S-OIL은 다른 정유사의 가격 동향 등을 살펴 경쟁사보다 높지 않은 가격으로 최종 가격을 결정했다”면서 “정산가격을 할증한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것으로 판단됐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주유소업계에서는 여전히 정유사 직영, 자영 석유대리점이 사후정산 형식으로 받는 지원금(인센티브)이 수십년 동안 거래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으며, 정유사들의 고질적 관행으로 정착된 불법적 거래행위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한국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의 구매 방법인 전자상거래에서, 사후정산 방식을 폐지하고 '확정가격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석유공사 유통사업처 관계자는 "제품 공급가격과 확정가격을 1~10원 사이 최소폭으로 운영하고, 익월 5일 이내에 5~10원씩을 정산해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이 가격을 충분히 예측가능하도록 운영해 왔다"면서 "그러나 주유소 사업자들이 다른 구매처와 가격 비교를 통한 합리적인 선택을 보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후정산은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며, 하반기부터는 확정거래제를 도입해 주유소 사업자들의 구매관련 의사결정권을 보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의 확정가격제 도입이 향후 업계에 어떠한 파장을 가지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