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데일리>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에너지산업계에 종사하는 젊은 직장남(職場男)의 아내랍니다. 남편이 가끔 들고 오는 신문, 잡지 중에 <에너지데일리>가 끼어 있었고, 이것저것 뒤적거리고 끄적거리기 좋아하는 저에게 ‘독자투고’란이 눈에 띠어 몇 자 적어 봅니다.
그 동안 실렸던 글들을 보니 좀 딱딱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저는 오늘 말랑말랑한 얘기 하나 해드리려고 합니다. 물론 에너지산업과는 상관이 없는 얘기고,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어떤 에너지’를 떠올리게 한 에피소드입니다.
제가 걸어다니는 출근길에 반드시 지나치는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토스트를 만들어 파는 가게입니다. 지난 월요일, 그 집 앞을 지나가다 비둘기 다섯 마리가 식빵을 쪼아 먹는 장면을 보고 멈춰 섰습니다. 비둘기들이 웬 식빵 호사냐고요? 그 식빵들은 토스트로 만들기엔 부적당한 식빵들로 토스트 가게 주인의 비둘기들을 위한 배려랍니다.^^
그런데 제 눈길을 잡아끈 것은 다섯 마리 중 네 마리의 빵을 먹는 몸짓과 나머지 한 마리의 모습이 유별나서였습니다. 비둘기 네 놈이 어떻게 식빵을 쪼아 먹느냐 하면, 식빵을 부리로 쪼아 물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머리 위로 휙~ 던지면서 식빵을 쪼개어 먹는 것입니다. 네 놈이 그렇게 하고 있는 걸 보니 가관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그러니까 네 군데서 식빵들이 날아다니는 겁니다. 조그만 부리로 그 넓적한 걸 쪼자니 그 퍼포먼스, 아마 반 시간 이상 걸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럼 나머지 한 마리는? 요놈은 그 네 마리가 공중으로 올리고 있는 식빵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네들이 던져 올리면서 조각난 것들만 주워 먹고 다니는 겁니다. 네 마리 사이를 누비며. 어찌 보면, 식빵 하나도 차지하지 못한 불쌍한 놈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그 무리의 우두머리로서, 놈들이 힘든 고개짓으로 던져 올리며 파쇄한 부스러기만 딸콩딸콩 주워 먹는 것 같기도 하고….
남편에게 물어보니 우리나라 에너지산업계는 석탄, 석유, 가스, 전력, 원자력 등 여러 분야로 나뉘어 있다고 하더군요. 어느 분야든지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 같아 종사하시는 분들의 수고가 남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앞서 얘기한, 열심히 식빵을 던져 먹이를 만들어간 비둘기 네 마리와 부스러기만 열심히 주워 먹었던 한 마리…. 생각해 보면, 그 네 마리의 비둘기 안에 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 한 마리의 비둘기가 나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혹시 에너지 업계도 이런 풍경,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