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밀양, 합리적인 국책사업 추진 '시험대'
[기자수첩] 밀양, 합리적인 국책사업 추진 '시험대'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14.06.1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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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밀양 송전탑 공사. 이곳에 다시 한 번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한전은 지난 11일 주민들의 움막 농성 등으로 인해 착수를 미뤄왔던 산외면 101번, 상동면 115번, 부북면 127·128·129번 철탑 등 5개소에 대해 밀양시가 행정대집행을 실시함과 동시에 공사에 들어갔다. 이로써 69개 전체 개소에서 공사가 진행되게 됐고, 한전은 이를 계기로 관련 공사를 올해 연말께 모두 준공한다는 방침이다.

한전은 밀양 송전탑 경과지 30개 마을 중 93%인 28개 마을과 공사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반대가 심했던 산외면 보라마을, 상동면 여수, 고정마을, 평밭마을과도 공사 합의를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한전에 따르면 현재 밀양지역 69개 송전탑 중 68%를 넘는 47개소의 철탑조립이 완료됐으며, 11일 착수한 5개소 포함 22개소에서 철탑 조립 또는 기초 작업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야당 국회의원 66명이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데 이어,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지속적인 투쟁 의지를 보히고 있다.

대책위측은 "현재 각종 법적 소송은 그대로 진행하고, 이번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있었던 불법적인 문제도 관련 자료를 모아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은 물론 장외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반대측 시민단체들 역시 "지금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은 행정대집행이 아니라 대화"라며 "밀양 주민들을 힘으로 제압하고 농성장을 철거하는 것으로 밀양 송전탑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6·4 지방선거 전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바꾸겠다'던 정부와 여당의 다짐은 역시 선거용 거짓말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바로 드러났다"고 날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자가 수차례 지적했듯이 밀양 송전탑 공사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단순히 국지적인 의견대립이 아닌, 향후 국책사업을 어떻게 해야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한 시험지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국책사업 추진이라는 이유아래 발생했던 여러 불합리한 사안들이 사회가 발전하고 의식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넘어갔을 법한 일들이 이제는 이같은 변화를 직시하지 못하고 밀어붙였을 때는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만다.

다행히 현재까지 밀양에서는 이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자는 정부와 한전의 한층 전향적인 모습을 당부하고 싶다. 그리고 밀양을 계기로 한층 성숙되고 합리적인 국책사업 추진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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